레오나르도 코헨의 음악을 듣고 있다.
윤영선 선생님을 추억하는 연극 <키스>를 Y과 보고 왔고
그 연극 중 레오나르도 코헨의 <famous blue raincoat>를 듣고
울었다.
<키스>의 첫번째 이야기에서도 울었다. 눈물이 흐르는데 마치 내 눈물이 아닌 것처럼,
왜 내가 눈물을 흘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어쩜 난 그럴 것 같애. 아마 그럴거야. 틀림없어. 나중에 내가 싫어지면 넌 날 막 때릴 거야. 내가 아파서 서럽게 울면 넌 내가 가련해서 나한테 잘못했다고 말하겠지? 그러면 난 감격해 버리겠지. 감격하면 안되는데 감격해 버리면 어떡하지? 난 그게 싫은 거야. 난 그게 싫어. 네가 날 때려도 울지 않아야 되고, 울음이 나오더래도 참아야 되고, 네가 나한테 잘못했다 말해도 감격해서는 안되는데 내가 감격해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라는 여자의 대사가 슬퍼서 였을까.
여자는 슬프고 서럽게 우는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이 레오나르도 코헨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게 마치 엊그제처럼
어제는 아니고 엊그제처럼
지나가고 있다. 만지면 만져질듯.
의릉 문 앞 즈음에서 였다.
선생님이 <작은 것들의 신>에 대해 말했던 것도 기억난다. 솔밭 길에서 였는데
그날은 선생님과 단 둘이 밥을 먹었고 나는
할 말이 별로 없어 어려웠었다. 그래도 커피도 같이 마셨는데.
나는 잘 말을 못하고
좀 이상한 사람이라 그렇지만
그래도 선생님을 참 좋아했었는데,
<임차인>을 보러 간 게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그때 미애랑 연습을 보러 갔을 때, 선생님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병원에 가셨을 때도 기억이 난다.
기억은 생생한데, 그 사람을 볼 방법은 없다.
꿈을 꿀 수 있어서 다행인 걸까
오늘 밤에는 윤영선 선생님을 꿈에서 만날 수 있을까.
그럼 선생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릴까.
아무 말도 할 말이 없고
그래도 보고 싶고 그렇다.
이장욱 선생님 시 중 '지나가라 지나가라'란 구절이 이다지도 절절할 수가 없다.
계절은 가을이고 이 모든 것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는
방법밖에
나는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