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미술 모방론
요한 요아힘 빈켈만 지음, 민주식 옮김 / 이론과실천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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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주의는 그리스․로마 미술에 대한 모방을 통해 완전한 미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조이다. 이때 완전한 미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통일성이다. 그리스․로마 시대 예술 작품-특히 조각-이 자연을 모방함에 있어서 흩어져 있는 자연의 대상 그 자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인간을 포함하여-의 부분들을 집합해 하나의 작품 안에서 우아하게 균형을 갖추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각의 옷주름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같은 정도로 굽은 부분에 똑같은 주름이 잡힌 경우에도 주름이 전체로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어 고귀한 인상을 주며 하나의 물결에서 또 다른 물결이 나오는 물결 무늬의 부드러운 곡선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문학적으로는 인물의 연령대에 맞는 보편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5막 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이 통일성은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며, 갑작스럽고 충동적인 감정적 분출이나 격한 표현은 내면에서 용해되어 외부로의 표출이 자제된 상태이다. 빈켈만은 이를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앞에서 예를 든 옷주름 이외에도 표정과 육체의 표현, 자세 등에 있어서도 이 원칙을 따르는 것이 ‘완전한 미와 결합’하는 길이며 ‘숭고의 형식’을 발견하는 길이다. 이는 호라티우스의 시학에서 ‘지금 이 순간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뒤로 미루어 지금은 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절제야말로 예술가의 제일 덕목인 셈이다.

또한 고전주의는 소재의 선택을 중시한다. 예술가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으로 표현해야 하며 이 소재의 선택에 있어서 당대의 역사적 소재보다 우의적인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더욱 적합하다. 또한 이 소재가 적절한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다할 때에만 빛을 발할 수 있다.

고전주의의 몇몇 덕목은 우리 시대에 협소한 범위 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통일성의 원리는 소설에서 여전히 존중받는다. 작가가 감당할 수 없는 인물을 억지로 그려낸 경우 그 인물은 어딘가 인형 같은 느낌이 든다. 인물이 인형 같은데 소설이 생생할 리 없다. 이에 반해 유기적인 흐름 안에서 인물이 생동감 넘치는 경우 소설은 매력을 발산한다. 전혀 그런 전사(前事)가 없었는데 갑작스레 변화하는 주인공에 대해서는 생경하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전부터 어떤 기미나 복선이 절제된 채 암시된 경우에만 인물의 변화는 설득력을 얻는다. 이 복선이 너무 강하면 촌스럽고 너무 옅어 보이지도 않으면 비약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또한 인물의 말과 인물의 체험의 일치-경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은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등의 설정-, 내용과 형식의 일치는 현대 소설 작법에서 전형으로 자리잡아 통용되고 있다.

 

 

 

 




p.31 10 주 이런 사실은 조각의 목적이 신화적 광경을 묘사하는 데 있으며 각각의 경우에 순수한 미적 쾌락 역시 종교적 체험을 위한 수단이었던 그리스 조각의 전반적인 특징을 기술하는 것이다.




p.30 11 오직 오성에 새겨진 상(像)에 따라 만들어진 자연의 일종의 이상적인 미를 발견한다.




p.35 13 주 신을 숭배하는 그리스인들은 누구나 자신들도 신처럼 희거나 붉고 또 신처럼 민첩하고 유연하게 움직임으로써 신들의 마음에 들기를 원했다. -중략- “신 앞에 맹세코 말하건대 나는 머리에 왕관을 쓰는 것보다 아름다운 육체를 갖기를 더 바라노라.” 이것이 그들이 살던 세계사의 한 시대에서는 가장 고귀한 인간의 형태로 여겨졌던 것이다.


p.48 40 그러나 이와는 달리 그리스 조상에서는 같은 정도로 굽은 부분에 똑같은 주름이 잡힌 경우에도 주름이 전체로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어 고귀한 인상을 주며 하나의 물결에서 또 다른 물결이 나오는 물결 무늬의 부드러운 곡선을 볼 수 있다. -중략- 그 피부는 결코 근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육체처럼 이상하거나 육체에서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뚜렷한 주름을 만들지 않는다.




p.50 42 전체 구조의 통일, 부분들의 고귀한 결합, 꽉차 있으면서도 한도를 넘지 않는 절제가 있었다




p.52 46 그리스 조상의 미는 자연의 미처럼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감동적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p.52 47 상이한 개개 대상을 관찰하여 그것들을 모아서 하나의 전체로 만드는 것

47 주석 빈켈만에게 이상의 예술이란 자연 속에 있는 단일 부분들의 발견의 예술이며 조화로운 전체로의 결합의 예술이다




p.54 49 나는 그리스인들의 작품을 모방함으로써 우리들이 훨씬 빨리 현명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모방을 통하여 우리들은 분산되어 있는 전체 자연의 본질을 발견하게 되고, 또 가장 완전한 자연을 대담하면서도 현명하게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방은 인간적인 미와 신적인 미 양자의 최고의 한계를 규정해 주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자신 있게 사고하고 구상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p.54 50 이러한 토대에서 예술가의 손과 감각이 그리스 미의 규칙을 따라 작업할 때 그는 비로소 안전하게 자연의 모방으로 인도될 것이다. 고대 자연에서의 전체와 완전성의 개념은 분산된 우리들의 자연에 대한 개념을 순화하고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예술가는 그들의 미를 발견함으로써 완전한 미와 결합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그의 의식 속에 끊임없이 존재하고 있는 숭고한 형식의 도움으로 그는 스스로가 하나의 규칙이 될 것이다.




p.56 그리하여 그의 예술이 의복의 묘사에서처럼 대리석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고 푸생처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만이 비로소 예술가, 특히 화가는 자연의 모방에 자기 자신을 맡길 수 있다. 왜냐하면 미켈란젤로가 말했듯이 “항상 다른 사람을 추종하는 사람은 결코 그들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며 그 자신이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술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p.74 79 그리스 걸작들의 일반적이며 탁월한 특징은 결국 자세와 표현에서의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이다. 바다 표면이 사납게 날뛰어도 그 심해는 항상 평온한 것처럼 그리스 조상들은 휘몰아치는 격정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위대한 영혼을 나타낸다.




p.76 84 그러나 영혼은 통일의 상태, 평온의 상태로 나타날 때 더욱 위대하고 고귀하다. -중략- 그러나 이러한 평온함 속에서도 활동적이며 고요하면서도 냉담하거나 게으르지 않은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 다른 영혼에게는 속하지 않는 그 자신에게만 고유한 특징을 통하여 나타나야만 한다.




p.130 177 모든 예술은 이중의 최종 목적을 가지고 있다. 즉 예술은 사람을 기쁘게 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다.




p.130 178 예술가가 스스로 선택했거나 다른 사람이 부여했거나 간에 시적인 제재나 시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제재를 가진다면, 예술가는 자기 예술에 영감을 불어넣어 프로메테우스가 신에게서 약탈한 불이 그의 내부에서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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