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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 생각
정용준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2월
평점 :
퇴근하며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길이 생각나는 책이다. 버스 승객은 나 혼자일 때가 많았고 아니면 할머니, 할아버지들 몇 분이 있기도 했다. 버스 타는 시간은 20분 정도였다. 그때서야 겨우 책을 읽으며 안도하던, 그 버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밤이 생각나는 책이다. 금강과 한두리대교의 불빛, 고층 아파트 같은 것들을 보며 책을 몇 장 읽던 버스 안. 하루에 지친 채 돌아오며 읽던 몇몇 문장들. 어떤 때는 내 인생과 아무 관련 없는 소설을 어떻게 보나 싶어 에세이집을 읽기도 하다가 또 몇몇 단편을 보면 마음이 울렸고 이런 식으로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은 소설밖에 없지 싶던, 딱딱한 세상과는 아주 다른 질감이 버스에 탄 잠시간의 밤에만 느껴져서, 이상하다 싶었다. 어떤 게 세상일까 싶기도 하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그의 독려 때문이었다. 글쓰기를 놓지도 못하고 잡지도 못한 채 애매한 상태를 유지하는 내게 포기한다고 선언한 적은 없지만 그렇기에 늘 할 일을 하지 않은 기분으로 하루하루 지내는 포기에 가까웠던 내게 글쓰기와 마주하면 느끼게 되는 열패감에 대해 그렇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일에 대해 그가 토하는 열변을 계속 듣고 싶었다. 아마 그도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이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 중 하나인 무력감. 재화가 되지 못하는 글이란 무엇인가? 재화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쓸모, 쓰임, 그 가치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 이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인가? 나는 이렇게 나만을 위해 살아도 되는가? 세상이 언제쯤 응답해주는가?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는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가능한가? 얼굴도 모르는 독자가 내 글 한 줄을 읽어주는가? 마음이라는 이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응답하는 방식, 그것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 그 시절의 번뇌에 대해 그는 그럼에도 쓰는 것이 작가라고 한다. 써야만 쓰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이르면 우물처럼 고뇌가 깊어지고 거기 빠져 허우적댈 테니 그때의 나를 위해 그가 스스로에게 되뇌었을 말들을 기록해 두어야겠다 싶어 책을 끝까지 보았다.
2025년 6월 11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