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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리마스터판) ㅣ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이런 게 좋아서 글을 쓰고 싶었지 오랜만에 생각한다. 누군가의 생을 비추고 있는 빛 한 줄기, 그게 드러나는 순간들. 화려한 서사가 아니라도, 어떤 생이든 그런 빛 한 줄기가 비치고 있으며 그 빛이 선명해지는 순간 같은 것들. 그 빛이 언제나 화려한 것은 아니고, 덤덤히 그러나 생이기에 비치는 빛 한 줄기라고 해야 할 테지. 혹은 누구나 안고 있는 우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양도 다르고 깊이도 물맛도 다른 우물.
'못'에는 누이를 기다리는 것뿐이 낛이며 작은 어머니랑 살고 있는 반벵신 건우씨의 이야기가, 봄빛에는 치매에 걸린 두 부모를 바라보는 나의 이야기가, 풍경에는 치매 걸린 어머니와 산골 깊숙한 데 사는 그의 이야기가, 소멸에는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받아들인 여자가, 순정에는 지리산에서 7년을 살다 내려와 그 회한에 박제된 남자가 나온다. 매일밤 읽고 자며 아득하다.
2025년 2월 25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