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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디 에센셜 The essential 1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소년이 온다를 읽고 우리나라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강 작가의 다른 책 '흰'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베트남에 출장 갔을 때 책을 들고 가서 호텔방에서 책을 읽었다. 소설은 쌍둥이였으나 태어나지 못한 핏줄을 다루고 있었다. 나 역시 비슷한 출생사가 있다. 마흔 넘어 엄마가 얘기해줬다. 낙태를 했음에도 배가 불러왔다고, 의사가 쌍태라고 했는데 낙태 중 한 아이만 사라진 것 같다고. 생이 40년 넘게 흐르자, 이런 얘기들에 대해서도 예전보다는 무뎌졌다. 모든 생이 가진 각자의 우물을 이해하게 되어서라고 해도 될까. 잘 모르겠다.
'희랍어 시간',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 3편의 소설과 시, 산문이 수록된 한강의 문집 같은 책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출간됐다. 모든 문학이 그렇지만,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결국 동류에 끌리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생이라는 의지가 그렇게 해내고 만다고.
가끔 '파란 돌'에 나온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꿈에서 개울 속 돌들을 보았고 그 중 파란빛 도는 돌이 마음에 들어 주우려고 손을 뻗고 나서 '그때 갑자기 안 거야. 그걸 주우려면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걸.' 이라고 말하는 장면. 소설 속에 나온 꿈 이야기인데도 이리 선명할 수가 없다.
육체를 가지고 이 생을 통과해나간다고 생각하는 나는 죽음이 끝이라기 보다는 가지고 있던 이 육체로 온갖 시간과 사건을 겪으며 통과해나간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나는, 이 장면이 생이라는 것의 비밀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물질만을 볼 수 있는 우리는 결국 물질을 갖고 있는 것들만을 인식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생은 물질들의 사투일 테지만.
산문에서는 한승원 작가의 이야기 등이 나온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글을 썼다는 한승원 선생님의 이야기나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얘기했다는 선배 작가 최인호 선생님의 말이 사무친다.
책을 읽어서 뭐하나 싶다가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인간의 조건과 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2025년 2월 12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