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4호
브로드컬리 편집부 지음 / 브로드컬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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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하고 싶었다. 책이 가장 좋은 친구고 스승이라는 생각이 있다. 여전하다. 외로울 때 (요새는 이 말을 되도록 안 쓰기로 결심했지만) 내 마음을 나도 모르고 갈팡질팡할 때 허전할 때 책을 읽는 게 가장 나았다. 어떤 생각이나 결심을 하게 해주었고 스스로를 돌보고 타인과의 거리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겠는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내 인생의 조타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하는 말이 어떤 방식으로 박힐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말을 쉽사리 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도 같다. 

그런 내게 도움을 준 책을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었다. 드라마나 예능이 줄 수 없는 것을 준다. 시간을 내면 된다. 그 시간을 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싶었다. 인생에 책을 들여놓는 일이 꽤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집에는 책이 많다. 이사를 하려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도 책일 수 있다.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 사둔 책은 이미 확보했으니 반납일이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보는 데 익숙해져서다. 그 습관을 바꾸려고 (좋은 책은 사두고 읽지 않는다) 책 정리를 다시 했다. 안 읽은 책을 모두 앞에 배치하고 한 권씩 읽기로 했다. 근데 그 전에 친구들에게 빌린 책을 먼저 읽는 게 맞겠다 싶었다. 3권 있었다. 그 중 마지막 책이다. 에어비엔비를 운영하는 친구가 삶의 고민을 종종 토로하다가 내가 책방을 한다니 이 책을 빌려줬다. 그때는 다른 생각이 많아 읽지 못했다. 그때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다. 

이 가게들도 다 문 닫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뭐 문 닫고 또 다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평생 영영 행복하였습니다 같은 것은 없지 않나? 동화 속에나 존재하지. 아니면 가게를 몇천 억 주고 팔았습니다 정도 하면 그게 행복인가. 그래서 그 돈 다 까먹으면?


제주로 이주해 자기 가게를 연 사람들 인터뷰집이다. 민박, 푸드트럭, 카페 등 다양하다. 제주에도 상업세력이 들어서기 시작하며 임대료가 오르는 등 현실에 맞닥뜨린 인터뷰다. 


결국 나는 뭘 꿈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카페, 민박, 식당, 책방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니 지금 내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좋습니까, 하면 나는 오늘도 바다에 나갔다.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칫솔과 10리터 재사용봉투를 사고 장미 사진을 찍고 바닷가에 나갔다. 초여름답게 바닷가에 사람들이 좀 앉아 있었다. 잠시 있다가 왔다. 누군가 바닷가 근처 모래사장에 찍어놓은 발자국이 좋았다. 나는 그 정도로 좋다. 

여기서는 계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벌써 더워졌네, 벌써 장미가 피었나, 벌써 가을인가 하지 않고 계절이 오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정도가 행복일 수도 있겠다 싶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나온 일상을 유지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 종종 앞날 같은 것을 생각하면 빡빡하기도 하다. 그래도 오늘 초여름이 물씬 느껴지는, 반바지를 입고 나가니 다리에 스치는 바람이 좋은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2023 5 30일 화요일


다만 한 가지 확신했던 바는, 이대로 세월이 쌓이다 보면 명백하게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거란 사실이었다. 확실한 불행을 인내할 바에야 차라리 불확실의 영역으로 나가자고 판단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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