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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 몸 ㅣ 페미니즘프레임 2
김명희 지음 / 낮은산 / 2019년 9월
평점 :
친구가 빌려준 책이다. 집에 있는 책 중 골라서 빌려준 책.
그때도 재밌게 읽었는데 빌려온 책들이나 다른 책들을 읽느라 읽지 못하다 이번에 책 정리 하며 빌려온 책들 먼저 다 읽고 반납해야겠다 싶어서 다 읽었다.
오래 전에, 약 20년 전에, 우리는 누구나 남성성과 여성성을 적절하게 안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야기 구조가 뭔가 잘 안 짜여져서 완성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가끔 생각한다.
친구가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참 남성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회사 동료가 내게 공대에 갔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사고방식이나 시야의 틀 같은 것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전체를 보고 다음 각각을 보는 방식들이 그 친구들에게는 낯설었던 것 같다. 그것을 성별로 나누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교적 '여자'라는 어떤 틀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됐다. 부모님도 어릴 적 그것을 강요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그런 틀이 구시대적이라는 흐름 속에 놓여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생리나 털 같은 더 민감한 이야기들은 다 덮어놓은, 그나마 나아진 시대에 태어난 덕일 것이다.
여성이라면 거의 대부분 하는 생리에 대한 통계가 거의 부재한다거나 여전히 브라질리언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을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대상화되어 있는 데 익숙한 여성으로서의 한계 같은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때로 남자로 태어났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화장하지 않아도 되고 가꾸려고 애쓸 필요 없이, 이런 생각도 종종 많이 했는데, 열심히 화장하지도 열심히 미를 추구하지도 못하지만 여전히 그런 시선들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나 역시 그 시선을 갖고 살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주는 이권, 또한 나 역시 그 아름다움에 혹할 때면 결국 이 눈을 갖고 태어난 인간은 어쩔 수 없나 싶다가도 그게 결국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학습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한 명의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 거기 한 명의 여자까지 되어야 하다니… 성 역할, 그런 데서 아무리 자유로워지려고 해도 사회적으로 암약된 그것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 체 해서는 안 된다. 적당히 배우고 그런 데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관념 속에서 그나마 살고 있기에 나는 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 여전히 남자애들은 딸 낳기가 무섭다고 한다. 나도 어린 딸 아이가 있다면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이 여리고 예쁜 존재가 한 명의 사람으로, 자기 결정권을 가진 한 사람으로 커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을 것인가. 남자애들이 겪는 것과는 다른.
2023년 5월 21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