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높고 쓸쓸한 - 안도현 시집 문학동네 시집 99
안도현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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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는 확실히 트렌드가 있다.


2003년 친구 J가 준 시집이다. 20년만에 다 본 셈이다. 


20년만에 시의 트렌드는 변해서, 요새는 나오기 힘든 시집이다. 그런데도 역시 첫 번째 시,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 버려 그게 시 구절이고 전문인지도 헛갈릴, 광고 문구라고 하면 더 믿을 만한 그 문장은 여전히 대단하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여전히 유효한 구절.

아마, 광화문 교보빌딩에 걸렸을 구절.

십 년 뒤에는 걸리기 힘들 것 같다. 연탄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하지만 십 년 전 즈음 교보빌딩에서 봤던 것 같다. 연탄은 그때도 대중적이지 않았지만 연탄이라는 소재는 그래도 익숙해서, 그때만 해도 광화문 교보빌딩에 걸렸던, 누구나 뜨거운 사람, 따뜻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을 푹 건드려서. 


시는 마음을 건드리는 걸까?


시의 트렌드에 대해 생각해보면, 


요새의 시들. 


밤에 자기 전에 시를 한 편씩 보고 자려고 하는데(그럴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다) 아마 시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말은 말로는 가능하지만, 시에도 거짓말이 있을까? 


시는 왜 있을까?


한 순간의 사람의 마음에 떠오른 것들


요새는 언어의 주술성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원래 예술은 제사에서 시작했다. 제천의식에서 사제가 부르짖던 언어들, 몸짓들, 지금으로 따지면 종교적 제의나 무당의 몸짓, 언어,

그리고 시.


요새는 백석 시집을 밤에 보며 시는 나 말고 바깥을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남욕이나 자기 욕망에서 발화한 어떤 것들은 시가 되지 못한다. 바깥에 대해 무념하게 바라보는 일, '너에게 묻는다'는 그것을 통해 자기 반성에 이르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물음이 한 시대를 관통한 이유는, 아마 누구나 뜨거운 사람이고자 하나 뜨거운 사람이기는 어려운, 그런 마음을 꿰뚫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교조로 학교에서 쫓겨난 이력이 시집 속에 나온다. 일기에 가까운 말들도 많은데, 지금 시대에는 시로 통용되지 않는데 그 시대에는 통용되었던. 그런 것들을 보며 과연 시의 유행과 트렌드, 시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얼까 물어본다. 


바깥, 무념한 바깥. 

그러나 내 마음을 넘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꿰뚫는 

무념한 바깥.



2023 2 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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