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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제 - 강경애 장편소설 ㅣ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7
강경애 지음, 최원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이웃의 제안으로 강경애 소설모임을 하고 있다.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이런 여성 소설가가 있었음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회주의 소설을 썼고 황해도 송화에서 1906년 태어나 1944년 죽었다. 한국 교과서에 '감자' 이런 작품이 실리지만 강경애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는 게 의아했다. 사상 문제일까.
여성이기에 쓸 수 있는 소설이 있다. 강경애 소설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동시대를 살던 다른 작가들보다 더 살벌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여성이기에 당할 수밖에 없는 고통에 대해서도 그렇다. 심리 묘사도 뛰어나다. 예를 들면 '인간 문제'에서 첫째와 엄마 사이의 관계, 떡을 줄 테니까 하지 말라니 안 하는 첫째나 얻어온 밥을 혼자 다 먹어버리는 첫째에 대한 엄마의 서운함 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작년에 읽었던 작품들 '소금'이나 '지하촌'은 핍진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면 장편 '인간 문제'는 동아일보에 연재된 소설답게 가독성이 좋다. 쭉쭉 읽힌다. 지금부터 약 100년 전의 가난 또한 있는 그대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도사린 계급의 문제, 덕호 일가를 통해 그려지는 가진 자들의 추악함(?), 신철을 통해 드러나는 인텔리 계층의 기만성까지. 선비의 아름다움에 빠졌던 그가 결국은 옥녀를 그리워하다 사상을 전향하고 풀려나 취직하고 부잣집 딸과 결혼했다는 결말 부분 이야기는 그가 선비의 손(그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공장에서 이야기를 보면 선비 손이 맞다. 일을 하다 투박해져버린 손)에 대해 가졌던 감정만 보면 그가 변절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결말이었다.
용연에 살던 선비, 첫째가 인천에서 노동자로 만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선비가 덕호에게 유린당하는 장면은 역겹고 그안에서 꿈틀대는 선비의 감정을 그리는 것을 보면 놀라게 된다. 리얼리즘 소설답게 계급의식을 배운 선비, 첫째, 갓난이가 노동운동을 벌이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내용이 후반부다.
용연에서의 이야기는 신데렐라나 콩쥐팥쥐는 그래도 아빠라도 있었다면 남의 집 식모살이하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겪게 되는 서글픔이 그대로 드러난다.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은 이모나 엄마도 식모살이를 했다는데 그렇게 구박을 했다는 그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이 이야기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지주는 그 어린 여자아이를 유린하는 현실.
미쓰비시 백화점에서의 신철의 모습은 어렴풋이 이상의 날개가 떠오른다.
제목 인간 문제는 마지막에 첫째의 목소리에서 왜 제목이 되었는지 나온다. 신철은 여유가 있고 길이 많지만 그는 길이 없음을, 사랑하던 여자는 죽어버리고 무엇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채 '이 시커먼 뭉치! 이 뭉치는 점점 크게 확대되어가지고 그의 앞을 캄캄하게 하였다. 아니, 인간이 걸어가는 앞길에 가로질리는 이 뭉치…... 시커먼 뭉치, 이 뭉치야말로 인간 문제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 인간 문제! 무엇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위하여 몇 천만 년을 두고 싸워왔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앞으로 이 당면한 큰 문제를 풀어나갈 인간이 누굴까?'
소설이 이렇게 끝이 난다. 모순 속에서 스러져가는 인간이라는 이 약한 개체들이 처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까? 한때 예수가 이를 자처했듯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은 누구일까?
강경애의 인간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시골에 살며 착취에 길들여진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인 선비와 첫째가 자신의 계급성을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장소는 인천으로 옮겨지고 다른 인물들이 서브로 등장한다. 이들을 착취하는 덕호 일가, 계급 운동을 함께하지만 결국 배신자가 되는 신철까지.
결국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알기 때문에 이야기를 계속 끌어나갈 수 있다는 거다. 이 정도로 정확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언지 알고 있어야만 한다. 한 문장으로 서술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문학이라는 세계를 좋아한다. 문학은 정의롭고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모순에 대해 모른 척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양에 대해 질문하고 방향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단정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을 좋아한다.
2023년 1월 28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