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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 전집 - 수정증보판
이상경 엮음 / 소명출판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1. 소금
21세기의 가난에 대해 생각해본다. 21세기 한국사회의 가난.
음식물 쓰레기 속에 빠져죽거나 아버지가 아이를 때려 이가 나가거나
아이들을 낳아놓고 등록도 하지 못하거나 아이를 버리는 일은
실은 다 가난이 이유일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 가난이 있을 거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시대,
그러니까 거기서 도망치려고 무조건 달리기 시작해서
어딘가 회사에 웅크리고 내 삶을 생각하다 폰을 들여다보고 넷플릭스를 보며 남의 삶 같은 것을 잠시 꿈꾸고 다시 회사 의자에 웅크려
잘하면 가족과 같이 여행도 다니고 하지만 그게 안 되면 그만 혼자 남겨진
회사 의자 같은 곳들
그런 삶이 양태가 된 한국사회
1906년에 태어난 강경애가 그린 가난은 처절하다. 남편은 공산당들에게 총 맞아 죽고 아들은 공산당이란 이유로 죽고 다른 집 애 젖먹이 간 사이 두 아이는 병이 나 죽는다. 남편이 죽는 데 책임이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지주에게 겁탈당해 아이를 갖고 죽자 죽자 하다가도 결국 살겠다고 소금 장수를 하려다 그만 순경들에게 발각당해 죽기 직전, 과연 그녀의 삶에 해답이란 있느냐며 이야기가 끝난다.
이념의 시대, 이념이라 이야기하지만 실은 삶이 목을 조일 때 각자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하다 넘어선 선들 사이를 맞잡고 있는 한 가족, 이 가난의 원인은 무얼까, 하다가 넘어선 선들 사이에 가족이 찢기고…
핍진하다
라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 이 소설에 어울리지 싶다. 남편 죽고 아이 죽고 아이들마저 죽고도 젖 먹이던 아이 생각을 하는 여자, 본능이란 무서운 거라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그걸 다 썼다.
그리고 100년 뒤 한국사회의 가난, 이제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은 가난, 예전에는 보편이던 것이 조금 더 물러서며 좀 더 드러내기 어려운 가난,
어쩌면 그것을 결국 자기 소재로 이용해 먹기 어려워서인지도
지금 거기 있지 않기에, 결국 대상화되고 말기에,
그 문제들을 생각하다
이 시대에 예술이란 뭘까
예술이 꼭 가난과 결부돼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예술이란 뭘까 소설이란 뭘까도 생각해보게 된다.
며칠 전 정지아 선생님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 소설 본 게 생각나며
아마 그런 고민들이 쓰게 한 소설일 수도 있겠다 싶다.
다른 계급들, 다른 삶들,
여전히 대단하시다.
2. 지하촌
지독한 가난과 병
어쩌면 여전히 우리의 문제는 가난인가 싶기도 한 생각이 든 것은 이 소설을 읽어서일까
3. 어머니와 딸, 파금, 그 여자
세 작품 중 두 작품은 깨달음에 이른 주인공의 변화로 끝맺고, 한 작품(그 여자)은 철없는 부르주아 여성 마리아가 입으로만 까불다 농민들의 봉기에 맞아죽는 것으로 끝난다.
결정적 순간을 그린 작품일까
읽는 동안은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쓴 걸까 싶었는데, 결정적 순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4.
이후로 월사금부터 번뇌까지 11편의 단편소설을 더 읽었다. 매일 한 편씩 읽으려고 하는 중이다. 월사금을 내지 못한 소년이 돈을 훔치게 되는 이야기(월사금), 뱃일을 하다 쫓겨난 아버지 김장사와 그의 아들 바위가 운동을 통해 깨우치게 된 현실(부자), 배다른 딸 수방이가 일꾼들을 내쫓는다는 이야기를 일꾼들에게 했다가 죽는 이야기(채전), 축구전을 위해 경마장 임시여급으로 일하는 이야기(축구전), 악몽에 붙잡힌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 내용(유무), 물 뜨러 갔다 만난 매음부 여자와 그녀의 죽음, 동정에 대한 이야기(동정), 집 나와 눈 오는 날 어린 기침하는 아들을 데리고 시형네에 갔다가 쫓겨난 뒤 죽은 남편의 계급투쟁을 아들에게 잇게 하겠다 생각하는 아내의 이야기(모자), 원고료 이백원을 마음껏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갖던 중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동지들의 쓰라린 현실에 다시 눈뜨고 이를 동생에게 얘기하며 동생 또한 실천으로 참된 지식을 얻기를 바란다는 편지 형식의 이야기(원고료 이백원), 평생 노비로 일하다 해고당한 김 서방이 면서기를 때리는 이야기(해고), 계급투쟁하다 감옥에 다녀온 그가 친구의 부인 계순이에게 마음을 두며 번뇌하는 이야기(번뇌)
까지 강경애의 스펙트럼을 확인 중이다. 처절한 현실 속에서 순간의 마음을 그리는구나 싶어서. 동정이나 원고료 이백원, 번뇌, 유무 등의 이야기성은 그녀가 계급투쟁만을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세계와 만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작가 또한 자격증 같은 것일 수도 있겠구나, 세상을 글로 담아보는 자격증, 거기 담보되는 급여는 어쨌건간에 그것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자격증
그동안 나는 너무나도 환상 속에서 세계가 그려놓은 아니 실은 내가 그려놓은 환상 속에 이 작가라는 직업을 바라본 게 아닌가 싶다.
2022년 1월 10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