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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문학사상 세계문학 12
J.D.샐린저 지음, 윤용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3년 7월
평점 :
절판
예전에도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왜 코울필드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고 했는지 공감을 했는지 못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만다. 그래서 기록이란 걸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나도 이렇게 기록을 해보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는 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고 했는지 알 것도 같다. 나는 이전에 종종 서울역에서 4호선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며 노란 선을 따라 끝에서 끝까지 걷곤 했는데, 아마 그런 내 기분과 비슷한 게 아닐까. 그때는 뭐 이 세상 아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려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뭔가, 그런 비슷한 류가 아니었을까.
말하자면, 세상에 정말 최악으로 나쁜 놈 같은 건 없는데도, 정말 저능아에 최악인 인간은 없지만 세상은 정말 최악이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 사건 때문에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이 세상은 완전히 썩었다. 모두 영혼을 돈에 팔아 넘겼다. 모두 다 그래 버려서 이제는 사실 영혼 같은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런 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는 게 속 편한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들 다들 좀 불쌍한 사람들인 것이다. 어딘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고, 그래서 그들을 욕하다가도 끝내는 쓸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한없이 회전목마를 타는 동생을 보며 폭우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 이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이런 문장이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온다는 것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마. 그러면 모든 것이 그리워질 테니까.’ 하지만 이 번역본에는 그렇게 해석되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