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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힘들지만 손을 뗄 수가 없다
선의를 믿는 인간들은 때로 그 선의에 완전히 반하는 행위를 하고
나는 한동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세상은 선과 도덕을 얘기하지만
실제 세상은 그러지 않는가
한강 작가가 쓴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다.
그리고 내일은 5월 18일. (이 글은 2016년 5월 17일에 썼다)
그날로부터 36년이 지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내가 올해 읽은 작품 중 최고였다. 어쩌면 한국 문학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미 낡아버린 이야기
라고 생각했던 그 실화 속 아픔과 잔인함, 안타까움
그 감정의 결을 그대로 살려낸 작품이다.
소설 '봄날'을 읽고 분개한 것이 1980년도 아니고 2000년대 였지만 어느새 5.18은 내게 낡은 이야기였다. 시절이 하수상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인권을 탄압하던 시기는 지나갔으므로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낡았다고 생각했다. 내게 그것은 옛날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때의 피해자들과 관계된 사람들 혹은 생존자들 여전히
삶을 살고 있다
그 기억을 안고서
또한 인류는 때로 쳇바퀴 굴리듯 그런 학살, 고문을 반복하고
그 안에서 사람은 죽어간다.
소설 자체도
한번 펼치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빠르게, 거의 하루만에 소설을 읽었다.
한 인간 속에 숨겨진 잔인함
한 인간 속에 숨겨진 숭고함
그것은 무엇일까
아마 소설가 한강도 그것을 묻기 위해 소설을 썼을 것이다
에필로그에 따르자면 동호라는 소년과 이어진 줄을 쫓은 것이지만
각 장마다 시점과 화자, 주인공을 달리해가며
그녀가 묻고 있는 것은 한 사람 속에 숨겨진 무엇
때로 드러나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같은 인간종인데도 전혀 다른 것도 같은
잠깐 세월호를 떠올려본다
전혀 낡을 수 없는 이야기
인간 속에 숨어있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고문을 하고
누군가 죽음을 무릎쓰고 도청에 남고
누군가 도망치고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구하는 그 무엇
과연 무엇일까
소설가 한강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통해 소년 동호를 절대 갈 수 없는 소년
언제나 와서 옆에 서있을 수밖에 없는 소년으로 만들었다.
5.18이라는 사건이 이 나라에서 갖는 의미를 넘어서
전인류적인 의미를 질문함으로써.
제목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전두환은 발포 지시를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또 망언을 했고
2025년이 되자 그는 죽었고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금세 9년이 흘러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음에도 다시 계엄령이 나고
다행히 계엄이 해제되고 계엄을 발표한 자는 탄핵되었으며
그들에게 계엄이 무엇인지 그 단어가 그 단어가 지닌 무게가 이 나라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다시는 그 단어를 쉽사리 자기만을 위해 쓸 수 없도록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을 만한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므로
앞으로를 그래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여전히 계엄 운운하던 자는 버젓이 세상을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다니는 듯 하고
나는
이전에 읽은 책을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