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날과 달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깨달음, 선택과 포기, 후회와 어리석음의 흔적으로 각자의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것이다.  - P54

생각한 뒤 쓴다. 맞다. 하지만 쓰면 생각이 된다. 작가의 회망과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쓸 것이 없어도 쓰면 쓸 것이 생긴다는 것. 무슨 생각인지 잘 몰라도 쓰기 시작하면 그 생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
표현하려고 한 것은 실패했지만, 아주 가끔은 실패의 결과로 표현된 그것이 최초의 생각과 감정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 - P70

소설이 아니었다면 나는 나라는 세계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표면 밑에 심연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타인의 마음에 숲과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거고 인간의 감정과 감각에 바람과 별자리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다. - P71

경험에 관한 완료된 해석은 그것이 끝나야 가능하다는 아이러니는 우리를 슬프게 만들지만, 어쩌면 그 비극과 어리석음의 인식이야말로 삶이 주는선물일 수도 있다. 경험에 대한 완전한 기억과 서사를 얻는 것이다. 이 선물에 의지해 우리는 다른 경험으로 향할 수 있다. 그것은 몇 번을 다시 살게 하는 힘이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 이런저런 이별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다. 그래 놓고 또 뭔가를 사랑하고, 관계를 맺고, 속고 속이고, 영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환상을 믿으려 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별을 향해 전개되는 서사지만 우리는 그것에 또 한 번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투신할 것이다. 안 그럴 것 같겠지만 그런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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