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파가 아들이라고 싱글벙글 웃으며 팔에 안겨준 갓난아기를 그는 무슨 불덩이인 양 화들짝 놀라 집어던지다시피 하고는 고무신을 꿰찰 시간도 없이 사립문을 달려나갔다.
그러고는 사나흘 술독에 빠져 집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술잔에 술을 따르면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열린 아기의 순결한 눈동자가 맑은 술 위에 고였다. 그 순결함을 짓밟는 심정으로 그는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지금도 그는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도무지 순백의 폭설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