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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뿌리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평점 :
어딘가 예수의 얘기 같은 구석이 있다. 코끼리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만한 여지를 옹호하며 선언문과 호소문을 가방에 가득하게 담아 아프리카를 누비는 모렐과 그의 일행의 이야기다. 단지 코끼리를 위해서라는 그의 단순함을 믿지 않는 많은 이들은 정치적 연결 고리를 거기서 해석해내려 애쓴다. 프랑스에서 교육 받았고 지적인 혁명가로 아프리카 독립을 꿈꾸는 바이타리는 모렐을 이용하려다 실패하자 쿠렐 호수에 있는 코끼리떼를 죽이기도 한다. 그는 저 거대한 짐승과 진보는 함께 할 수 없다고, 코끼리에서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한다.
독일 수용소에 있었던 모렐, 베를린 여자 한 사람쯤은 거기 있어야 한다고 믿는 미나, 한국 전쟁에서 미국을 팔아먹은 매국노 취급을 받은 포사이드 소령, 미국인 사진작가 에이브 필즈, 동물학자 페르 크비스트 등이 그의 일행으로 동참한다. 더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쭉 읽은 게 아닌 데다 600페이지 가량 되는 분량에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해 헛갈리기도 한다. 모렐의 반대편으로 등장하는 오르시니도 기록해둬야 겠다. 그는 모렐에 맞서 코끼리 사냥을 나갔다, 모렐의 망상에 사로잡혀 총을 쏘다 코끼리들에게 밟혀 죽는다.
로맹가리는 여기 고독이라는 공통점을 더한다. 기록자의 역할을 맡게된 에이브 필즈를 제외하면, 대부분 뿌리 깊은 고독 속에서 또아리를 튼 인물들이다. 모렐도, 오르시니도, 바이타리도. 로맹가리는 이들이 고독을 어루만지는 방식이 행동으로 어떻게 뻗어나오나를 서술한다.
여지의 문제라고 했다. 코끼리를 위한 여지. 언젠가 자유도 인간도 결국 짐스럽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여지가 필요하다는 것.
성경에서 예수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고 싶다.
일을 그만두면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2013년
5월 19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