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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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처


이 사람이 나라고 해도 좋고 내가 아니라 해도 좋다. 나라고 해도 나이고 내가 아니라 해도 나이다. 나이고 나 아닌 것 사이에 나라고 할 것도 없다.


추사가 자기 자화상 곁에 붙인 말. 이 말 같은 소설이다. 죽음 근처에서 자기 근처를 서성이는 남자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살던 시골로 돌아가 친구들을 만나고 여자에게 돈을 빌려주게 되는. 속되고 무엇인지 모를 세상사에 대한.


마지막이 좋다.



'그리고 그는 어디로 가는 걸까. 아마도 이



근처(近處)일 것이다.'


 


예전에 나는 박민규를 좋아하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 남자와 사자인지 어디인지 술집에 앉아서 박민규가 왜 좋은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오늘 같은 날이었다. 밖에서 술을 마시기 좋은 날. 지금은 그 남자도 없고 그 술집도 사라졌다. 나만 남아서 박민규 소설을 읽다가 삐질삐질 울며 그 남자에게 몇 가지 묻고 싶은 말을 떠올리고 그 남자의 꿈을 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삐질삐질 울며 그 남자를 떠올렸다. 그 남자가 살다가 간 삶 근처에 대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2

결국, 다 읽었다. 재밌었다. 글도 쓰고 싶어졌다.


박민규는 자기를 위해서 열심히 글을 쓰는데 그게 좋아 보였다. 여러 종류의 글을 쓰며 영역을 확장하는 느낌이다. 다양한 글이 있다. 그러니까 sf며 과거 선사시대며, 나랑 같은 꿈을 꾸나 보다 싶게 그런 글들이, 내 꿈에서 보고 썼다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글들이 여기저기 있다.  


  

3

박민규 소설과 아이작 뉴턴의 전기를 가방에 넣고 월드컵 공원에 갔다가, 겨우 절까지는 읽었는데, 그 감흥에 젖을 수는 없었다. 예전에 읽을 때는 정말 재밌었는데 말이다.(계간지에 실렸을 때 읽었었다. 나는 그의 문학을 감히 '짬뽕' 같다고 했다. 휘저어 휘저어 국물 맛이 죽여줘요 그런 의미로다가) 그런데 이번에는 눈 앞에 세 연인이 나의 독서 생활을 방해했다. 확실히 세 쌍의 연인 앞에서 네 마리 용이니 뭐니 하는 게 좀 웃겼다. 다 읽긴 했는데, 처음 읽었을 때만큼 신선하지는 않았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한 작품도 예전엔 대단하다, 멋지다, 간지난다 였는데, 이제 보니 그냥 그렇지 뭐 싶어졌다. 그러니까 우디 알랜이 어느 영화에서 소설가는 대단한 작품을 패러디하든가, 뭐하라든가 그런 말들과 비슷하구나 싶었다.


에이 그래도 요새 박민규 소설 아니면 읽을 맛도 안 난다. 재미도 없고 지겹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리고, 그래서, 책 한 권 더 샀다. 저 잘했죠?


 


 201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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