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ㅣ 창비시선 204
장석남 지음 / 창비 / 2001년 2월
평점 :
때로 김수영 시가 생각난다. '사랑', '설움'이란 단어나 종결어미의 느낌이 그렇다. 특히 '여름숲' 같은 시는 그렇다.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김수영 문학상을 타고 시인으로서는 꽤 스무스한 행보를 한다. 그는 그런 말도 했다. 자기가 얼마나 영악한지 아느냐고 그랬단다. 그 비슷한 말. (찾아봐야지)
그는 다 모를 거라 생각할 테지만 다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시에서 나는 어떤 냄새, 김수영의 냄새나 서정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어떤 부분, 그가 그렇게 이어가 어디로 이를까 세상은 보아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못자리에 들어가는 못물처럼
누구나 혼자 있을 때는
돈 걱정 여자 걱정 같은 거나 좀 면하면
못자리에 들어가는 못물 같은 것이나 생각해보면 좋다
그 못물이 못자리 한바퀴 빙 돌아
새로 한 논둑에 생긴 손자국 발자국 앞에 슬몃 머무는 것
생각해보면 좋다
그것도 아니면
못자리에 들어가는 그 못물의 소리를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 가운데다
앉혀보는 것은 어떤가
그 소리로써 잠자리의 곁을 삼아보는 것은 어떤가
못자리에 들어가는 못물처럼
하루나 이틀 살아보는 것은 어떤가
아니, 여러날씩
살아보는 것은 어떤가
2010년
10월 21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