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가는 길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5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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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는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내게는 사랑도 권력이다'라고 썼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문장이었다. [경마장 가는 길'은 사랑에 숨겨진 권력이라는 속성을 기나길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연애라는 달콤함으로 포장 뒤에는 감정과 성조차 관계의 권력에 힘을 미친다. '두 사람이 연애를 했다'는 말은 낭만적인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듯이 보이지만 그 낭만과 함께 인간 관계 사이에 작용하는 온갖 악력이 뒤엉켜 있는 것이다.

어릴 때는 야한 영화로만 겉포장된 '경마장 가는 길'은 알고 보면 연애의 권력적 속성을 낱낱이 파헤친다. -영화는 거의 가미된 요소 없이 소설을 압축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진정 성인 영화인 셈이다. 성인이 아니면 결코 연애가 얼마나 추악한 자신의 나락의 보여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므로.

자신의 지적인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남자를 이용한 여자와-어쩌면 그녀의 처음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알 수 없다.-그녀에게 이용당한 남자가 복수(?)하는 방식은 몹시 교묘하교 야비하다.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방식, 그것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지만 결코 인간이 인간을 만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평생 영혼의 음악 따윈 들을 수 없을 테니까.

왜 우리는 이기적으로 욕망하고 질리고 서로를 할퀴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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