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향한 행진은 이미 유아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동안 경험한 수많은 상실은 마지막 상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단련시켜 왔다. 그럼에도 좀 더 유쾌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 이외의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이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느낄 수 있는 능력이며, 나의 흥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며, 비록 내가 살 세상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 P238
하나에 미칠 줄 알면 다른 것에도 미칠 수 있다. 열애에 빠진 사람에게 세상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어느 하나에 미치게 되면 세상과도 연애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내 안에서 피어오른 열정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세상, 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더 나아가 교육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무언가에 빠져서 몰입하는 시간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 P255
그런데 유머는 조크나 위트와는 다르다. 조크가 단순히 긴장을 내보내는 것이라면 유머는 그 긴장된 상황을 포용하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유머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진정한 웃음을 주는 유머는 좀 더 따스하고 부드럽다. 유머는 보는 사람만 웃게 하는 것이 아니다. 유머를 하는 사람과 그 유머를 듣는 사람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웃음을 전염시켜 모두 함께 웃게 만들어, 위치나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 비슷한 사람이라는 동질성을 갖게 한다. 한편 유머는 우리가 겪는 상실과 고통을 우울한 무력감이나 증오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나 유머는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갈등과 한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기에 슬픔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필가 피천득은 "유머는 가엾은 인간의 행동을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볼 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유머에는 애수가 깃들이는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 P258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사람들이 짓는 잔잔한 웃음이 가치 있게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웃음이 모순을 겪고 난 뒤에 현실을 긍정하는 태도에서부터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머 감각이 없다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우선 쉽게 흥분하지 않는 법, 상황을 파악하는 힘부터 기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당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웃음으로 껴안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니체는 말했다. 환하게 웃는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고, 그러니 맞서 이기는 게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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