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탑을 올라가던 광부들은 경사로 가장자리에서 탑 위를 보든 아래를 보든 똑같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탑의 원주는 바늘끝처럼 점점 가늘어지다가 아래쪽의 평원에 도달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마찬가지로 위를 바라보아도 아직 탑의 정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탑 중간의 일부뿐이었다.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는 행위는 이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쪽을 보든 연속성이 주는 확신이 사라져 버리고, 더 이상 자신들이 지상의 일부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탑은 대지에도 하늘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허공에 뜬 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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