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말도 편하게 못하는 상황이 예외적인 것이겠지만, 성폭력의 위협에 늘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을 비롯해 ‘흔히 ‘소수자‘로 분류되는 이들에게는 말을 편하게 못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그들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권력임을 잘 안다. 편하게 할 수있는 말이란 자신이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생각해낸 말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이미 인정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수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그들이 결코 침묵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사유의 시작에 있는 것은 불법침입, 폭력, 그리고 적이라고 말한다. 습관 속에 매몰되어 사유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인간 존재가 사유를 시작하게 되는 것은 어떤 충격을 받았을 때뿐이라는 것이다. 말도 편하게 하지 못하는 폭력적인 경험이야말로 우리를 사유로 이끌어주며, 새로운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은 거기서 생겨난다. - 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