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김광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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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친구들과 원주 뮤지엄 산에 다녀왔어. 여기에 오면 원주도 가까우니 뮤지엄 산도 자주 가겠지 했지만 여기 오고 3 만에 처음 거야. 웃기지? 여기저기 가까운 곳들을 돌아다니지 않을까 했지만 그러고 있지 않은 셈이야. 삼척이나 동해 묵호항 같은 가서 하루종일 앉아있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 같은 바다여서 인지도 모르겠어. 결국 여기 바다에 앉아있으면 되니까.

 

사람들은 어딘가를 가고 싶어할까?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고 싶은 마음은 여유를 누리고 싶어서다, 그런 생각이 예전에 들었지. 쫓기지 않고(누구한테인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계속 달리고 있는 상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거다. 가만히 앉아서 잠시 자리를 즐기고 싶은, 그래서 자꾸 카페를 가고 카페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음료를 마시고, 점차 시그니처 음료가 생겨나며 카페만의 무언가를 획득하지 않으면 되는 시대, 그런 시대로부터,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자본주의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어딘가 앉아있고 싶게 만드는 아닐까, 하고.

 

그래서 돌아다님을 멈춘 걸까? 근래 오랜만에 J 미술관에 갔다가 그런 말을 했었어. 요새는 인스타 같다고. 피크닉이라는 미술관이었는데, 어떤 예술가들, 역시 시대의 거인들의 집을 방문해 사진을 찍은 사람의 사진전이었는데… 이름이 프랑수아 알라르구나. 거기 가서 다들 사진을 찍고… 그러면서 그런 말을 했었어. 그날 J K호텔에 머물면서 공원을 산책하며 여기는 시크릿가든에 나오는 현빈의 같다고 그랬었는데. 혼자 그런 숲을 소유하지 못하지만 공공재가 된다는 , 그건 괜찮은 일인 것도 같고.

그러니까, 시크릿가든이 나오던 시대가 끝나고 공공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때일까?

 

뮤지엄산에서 하루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고 싶다는 소망은 이루지 못하고 11시에 출발해 원주에 도착해 유명하다는 칼국수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칼국수도 웃기지? 예전 도시에서도 외식으로 회식으로 칼국수를 이렇게 많이 먹는 걸까, 싶었는데 여기 와서는 장칼국수를 먹곤 하고, 원주까지 가서도 칼국수를 먹다니 말이야. 서민 음식의 대표판이라서일까. 하긴, 칼국수를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뭔가 맛이 나니, 사먹게 되는 것도 있겠지.) 2시가 뮤지엄산에 도착했어. 문화가 있는 날이라고 표를 할인했는데, 이미 명상관이나 제임스터렐관은 입장이 마감돼 우리는 미술관만 돌아보았어. 마침 안도 다다오 전시가 있어 거였는데, 문화가 있는 안도 다다오 전시까지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더라.


예전에 뮤지엄산에 처음 갔을 (그때는 이름도 한솔뮤지엄었을 거야.)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사진기자가 마음껏 사진을 찍고 우리끼리 미술관을 누비며 돌아다녔는데, 이제 그런 행운은 누리기 어려운 가봐. 여기저기 사람들 천지라, 여유와는 거리가 시간이었지만, 여행으로서는 나쁘지 않았어.


그리고 거기서 알게 되었지. 안도 다다오, 사람 건물을 많이도 만들었구나, 하고 말이야.

안도 다다오가 누구냐고? 일본 건축가야. 노출콘크리트를 건축에 활용하며 거기에 빛과 그림자, 자연적인 미학을 건축 속에서 구현하는 사람이라고 있지 않을까, 나는 거기까지 알고 있는데, 그래서 사람 건축물에 들어가면 사이사이 들어오는 빛이나 창으로 물에 비치는 반영 같은 것을 보게 . 그게 아름답지.


그러고 보면 마침 그날 비가 내려서 뮤지엄산이 있는 물가로 빗방울이 동심원을 그리는데, 그런 것들을 보러 가는 거야. 이렇게 쓰고 보니, 비가 내리면 빗방울이 동심원을 그릴 텐데, 그런 것들을 자세히 보게 되는 걸까 싶기도 하다. 사람이 워낙 그런 것들을 있게 건축을 설계해서인가봐.


나야 원래 자연주의자니까, 혼자서도 빗방울을 많이 보지만, 그런 것들을 보던 사람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놀라움일 테지. 아니다. 어쩌면 사람을 알고 나서 그런 것들을 자세히 보게 것도 같다.


그에 대해 알고 예전에 홍제천 아스팔트 고가도로 다리에 비친 물결이 일렁이는 아름다워서 놀랐던 아직도 기억이 . 그는 그것을 보게 해준 거지.

 

근데, 안도 다다오를 안다, 말은 성립할 있을까? 언제 사람을 처음 알게 됐지? 아마 J H 제주도 갔을 때였던 같아. 그때 본태박물관을 가서 무언가를 느끼고 사람에 대해 찾아 보고 마침 한솔뮤지엄이 개관한다고 해서 그때 취재를 잡아 갔던 같아. 벌써 그게 10 전이다. 뮤지엄산도 개관한 10년이 됐다고, 안도 다다오 전시를 하는 같아. 7 말까지 한다던 전시도 인기가 많아 10월까지 연장한다고 .

 

거기 가기 전에 책을 빌렸어.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는데, 실제로는 갔다 와서 시간이 지나서야 책을 봤어. 실은 노출콘크리트, 자연을 들인 건축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것도 안다는 걸까? 그래서 책을 봤으니 그에 대해 걸까? 어쨌든 알게 되었지만, 실제로 건축물은 되니 안다고 말하기 어렵기도 .

 

안다는 뭘까? 내게 콘크리트 다리에 비친 물결을 보게 해준 사람, 그게 그를 알고부터인 맞는데… 그건 정말 아는 걸까? 이제 책을 읽었으니 정말 그를 걸까?

 

책은 건축가 이야기지. 약간 신화적인. 건축 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독학한 건축가라는 신화. 알고 보니 혼자 이것저것 공부도 많이 하고 코르뷔지에 건축 모형도를 혼자 따라 그리다 결국 보고도 그릴 정도로 그리고 그런가 하면 젊은 시절 다들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자신도 뭔가 졸업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해외여행을 다니며 건축기행을 혼자 했더라구.


대단하지? 근데 모든 이야기는 신화가 되어야만 성립하게 된다는 거야. 그가 건축기행을 열심히 했으나 아웃풋이 없이 그저 그런 사람이 되었다면 이야기 자체는 아무 매력이 없어지는 거잖아.

 

요새는 그가 외국을 돌던 시대보다 훨씬 아웃풋에 집착하는 시대잖아. 인스타에 올리고 이것저것 기록과 콘텐츠가 난무하는. 그것이 아웃풋으로써 어떤 효력을 발휘할 있기에. 지점도 그래… 어떤 것이 아웃풋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훨씬 짧아지고 기록 자체가 하나의 아웃풋으로 기능하다보니 각자의 사진앨범을 공유하는 시대. 나도 물론 그러고 있지만… 그게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예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가 인스타는 자랑하기용이라고 그런 말을 했는데, 못난이 없는 세상, 기술이 만들어낸 , 환상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때론 지겹지. 더욱 쫓아가게 만들기도 하고.

 

거인을 엿보기에 대해 생각해봤어. 이제 조금은 그런 대해 회의적이 되어버린 찰나이지. 더는 거인을 엿보고 그들의 행적을 동경하는 일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있는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나이여서 거야. 그들의 양태를 따라서 무언가를 그려나가기엔 이미 그린 그림들이 너무 많다고 해야 할까. 백지부터 시작할 있는 타이밍은 지나버린 아닌가 싶어서인지, 사람의 신화라는 결국 성공 스토리에 가깝고 어떤 뒷면들은 스킵해버린 , 긍정적인 면모만을 부각시킨, 그저 그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사람의 신화뿐 아니라 콘텐츠에 대해서도, 과연 그것이 사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있는지, 잠시 잠깐의 즐거움, 집중, 그런 것들이 지나고 남아있는 , ' ' 매일 매만지며 무얼 어떻게 해야지 고민 중이어서 테지.

제작자로서의 태도, 사람으로서의 태도 같은 것을 배울 수는 있을 테지만, 태도를 오롯이 것으로 갖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거지.


조금씩 회의론자가 되어가는 걸까? 예전에는 그런 생각도 했었다. 다시 직업 같은 것을 선택할 있는 기회가 있다면, 건축가가 되는 것도 좋겠다 하고 말이야. 실물이 있고 사람들의 삶과 직접 관여되고, 이런 면들이 재미있지 않을까 했었어. 실제로 안도 다다오도 그런 면에서 건축가로서의 자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 혼자서 의뢰가 오지 않았는데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가 하면, 삶과 연결되는 건축이 어떤 지향성을 가져야 하는가를 실물로 만들어내는 , 이런 부분들이 여겨 있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이제 와서 건축가를 하겠다고 대학을 다시 수도, 스케치를 그리기 시작할 수도 없을 같기는 . 정도의 열정은 아닌 셈인 거지. 그저 다른 동경일 테지. 글쓰기, 이런 것들이 붙잡아내는 불확실함들에 지쳐서 아마 건축과 건축가에게 관심이 가는 같아. 남아있는 것들, 실재하는 것들, 안에서 살아감을 생각하는 일은 나을까, 이런 기웃거림 말이야.

 

나오시마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많은 섬이래. 원래 폐허에 가깝던 섬에 건축물을 하나씩 만들어내며 예술의 섬으로 바꿨다고 . 지금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새로운 가치를 획득한 셈이지. 거기 가고 싶은 걸까? 그걸 보면 뭐가 달라질까? 어떤 활기 같은 것을 얻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겠지?

 

어서 여권을 만들고 시간을 내서 나오시마에 다녀와야지, 이런 생각을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여권사진을 찍으러 가지는 않았어. 애매모호한 열정들 속에서 길을 잃은 양답지. 지금까지의 얘기도 그렇다.

 

어떤 교훈도 완전히 흡수할 없게 되어버린 나이에 10 전쯤 동경하던 건축가의 책을 읽는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즐겁고 기쁘자 정도만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어떤 활력을 꿈꾸기에 남의 삶을 기웃거리는 .

그마저 없다면 생에 남는 뭔가 싶기도 .

가열차게 부르던 노래가 끝난 같은 기분이랄까, 요새 또래 사람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인생이 하나의 축을 부여잡고 흘러가게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면 좋겠긴 하다. 자기가 부여잡을 만한 축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 하긴, 그런 말을 듣더라도 그때 경험할 있는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선택(본인은 그게 정말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하고 혹은 같은 것을 붙잡고 춤추는 인생이라는 것을 실은 다들 알고 있는 것이겠지. 믿고 싶지는 않지만.

안도 다다오는 인생을 믿었던 걸까? (그렇다면 무엇인들 부여잡을 만한 축일 있는가 또한 어렵긴 하다.)

 

그의 전시 제목이 청춘인데, 이런 마음은 청춘이 아니라 참… 누구나 청춘이라 믿으면 청춘이라는데, 나오시마섬에 가고 싶은 조금의 마음도 청춘이 불러일으킨 것인가? 계속 청춘인 사람, 나는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많이 기울었지만, 그래도 아니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단계 속에 있어. 갈팡질팡하다 이럴 알았지, 이런 묘비명 같은 것을 좋아하지 그랬나봐. 이렇게도 저렇게도 없을 서른이 온다는 그런 시도 좋아하지 말고.

그랬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우리는 한번밖에 사니까 절대 없지만… 청춘 속에 있는 사람, 빛나는 것들이 이룬 세계, 거기서 비껴간 평범들, 사이가 요새는 좀 어렵다…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좋았었던 같아.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잊었지만, 가끔 그때 순간은 돌아가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 그런 순간이 있어서 좋다. 그때 우린 정말 청춘이었지. 몰랐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태백산맥에 가득찬 구름이 너무 멋있었어. 사진은 한 장도 남기지 못했지만, 아마 그 구름을 먼 후일에는 기억할지도 모르지.

그리 보면 영영 청춘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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