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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세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살다 겨우 친구집에서 였나 뉴스를 보다 알았다. 향년 80세이시니 아버지보다 더 사신 분이었다. 늘 선생님이라고만 생각해 그가 아버지보다 연배가 높으신 줄은 몰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셔 한동안 세상 소식을 차단하고 있다 서점에 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사왔다. 집에 있는 줄 알고 찾아봤지만 책장에서 찾을 수 없어 누군가에게 줬나 싶어 다시 샀다. 이번에 산 책도 다 읽고 나면 친구가 일하는 사무실에 둘 생각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얘기인 것도 잊고 그의 소설 처음 몇 장을 읽다 내용을 기억해내고 나니 읽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읽고 있다.
피로 쓰라는 말이 뭔지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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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선생님을 어느 현장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그가 이 소설을 배반하지 않는 생을 살고 가셨음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다시금 품게 되었다. 예전에 용산 참사 집회 당시 집회에 자주 나갔는데 그때 잠깐 뵀던 것도 같고, 아니면 뉴스로 봤던 것도 같은데 선생님은 계속 다른 현장에도 계셨다고 한다.
영수의 자살로 이야기는 마감된다. 다층적인 시선들을 넣었다.
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도 떠올렸다. 재벌집과 가난한 집 아들의 삶을 동시에 보여주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살았던 생이 모두 꿈이며 윤현우 대리가 사건의 공모자임을 고백하며 이야기가 끝나는 것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반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 드라마의 끝이 좋았다. 실은 모두 윤현우와 비슷한 인생을 살기에 사람들은 드라마에서나마 진도준으로 남아있는 것을 꿈꾼다는 친구의 말에도 공감했지만, 부조리한 현실을 해결하는 키는 재벌, 혹은 이로 상징되는 돈과 권력일 수밖에 없다는 어떤 영웅주의로 드라마가 결말을 맺지 않고 현실 속에서 자기 참회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았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역시 다양한 계층, 은강그룹의 아들이나 술사의 아들을 함께 등장시키며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계를 그린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하는 세계, 그러나 결국 영수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당함으로써 종결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가난이라는 현실, 마음과 습관을 세습하는 이 현실,
여전히 우리는 가난 속을 서성인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가난. 이미 사회적으로 직조된 뜨개질 실의 한 올 같은 내 삶,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한국 소설 중 단 한 권을 읽겠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으라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