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유년기라는 것이 있다면, 아마 그 집에 버려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집 자체가 나의 유년기일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스무 살 이전의 기억은 실수로 쏟아버린 사진들을 그러모아둔 것처럼 난잡하고무의미하다.  - P12

사람은 사실 바람의 방향대로 살아. - P31

누군가 나를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세상 한쪽이 어두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
"외로워지는군."
"그래." - P64

우리는 일부러 시간을 들여 웃었다. 각자 가진 비밀의 모서리를 맞춰 서랍에 집어넣는 것처럼 꼼꼼히,
단어마다 라벨을 붙여가며 웃었다. 시간이 제대로 된 속도로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 P110

그곳은 우리가 그곳에 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를 받아주는 곳이었다.  - P114

"다음에서 다음으로 나아가면서 나는 이전의 세계를 꼭 닫고 나와야 했어.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반복하다 보니 남아 있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어." - P123

이름앞에 아무것도 붙지 않는 것은 아마 조뿐인 듯했다. 졸업 앨범 속 조의 낯선 표정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는 이따금 그가 지어 보이는 빌려 온 듯 어색한 웃음의 출처를 문득 깨달았다. - P125

"나는 내 유년기로부터 너무 빨리 도망쳤어. 사람 모양 구멍을 남기고 탈출하는 것처럼."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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