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라는 아마 당신 앞에서는 내가 아주 다정한 체해 주었으면 싶을 거야. 이렇게 진실을 폭로하면자존심이 상할 테니까. 하지만 그쪽에서 내게 몸이 달았다는것을 누가 안대도 나는 상관없어. 그점에 대해서는 이사벨라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니까. 단 한 번이라도 마음에도 없이 좋아하는 척했다고 나를 비난할 수는 없을 거야. 그 집에서 나와 내가 맨 처음 해 보인 것은 이사벨라의 조그만 개를 매단 거였어. 그리고 이사벨라가 그 개를 풀어 주라고 말했을때, 내가 한 첫마디는 한 사람을 빼고 그 집안 사람은 모조리 목을 매다는 게 소원이라는 것이었어. 이사벨라는 그 예외인 한 사람이 아마 자신인 줄 알았을 거야. 그러니 이 사람은 내가 아무리 잔인한 짓을 해도 예사로 생각했거든. 자기에게 소중한 한 사람만 다치지 않는다면. 아마 선천적으로 잔인한 짓을 좋아하는 모양이야! 저렇게 가엾고 노예같이 비굴한 계집이 내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게 그지없이 어리석고 어이없는 일 같지 않아? 넬리, 내 평생에 이 사람처럼 비열한 인간은 처음 보았다고 당신 주인에게 말해 주고 싶어.
저런 사람은 린튼 집안의 수치야. 아무리 심한 짓을 해도 참고여전히 창피하게 매달려 오는 통에 나로서는 정말로 골려 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서 때로는 더 시험해 보지도 못하고 그만두는 수밖에 없을 때가 있었어! 그러나 린튼에게는 오빠나 치안 판사로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줘. 나는 엄밀히 법률의 한계 내에서 그러는 것이니까. - P246

이건 거의 괴벽인지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또는 절망에 빠져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만 않으면 저는 시신이 있는 방을 지키는 동안 대개 행복을 느낀답니다. 이승의 괴로움도, 저승의 괴로움도 깨뜨릴 수 없는 안식이 있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올 어두운 그림자라고는 없는 끝없는 세상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을 느끼지요. 고인들이 들어간 영원의 세계를 말이에요.
거기에서 생명은 무한히 지속되고 사랑은 연민으로 싸여 있으며 기쁨이 넘쳐흐르니까요. 저는 그때 린튼 서방님이 캐서린 아씨의 그러한 복된 해방을 몹시 서러워하는 것을 보고, 그분이 지닌 것과 같은 애정에조차 얼마나 많은 이기심이 깃들어 있는지 보았답니다. 아씨가 그런 제멋대로의 참을성 없는생을 마친 뒤에도 평화로운 천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틀림없이 누구나 의심할 거예요. 냉정히 돌이켜 보면 그런 의심도 들겠지만 그때 아씨의 시신 앞에는 스스로의 안식이 또렷이 드러나 있었고, 그것은 아씨의 영혼도 그런 고요를 얻을 수 있다고 보증하는 듯했습니다. - P270

히스클리프가 아무리 비참한 일을 당한대도 시원치 않아. 만일 내가 그에게 고통을 줄 수 있고 그렇다는 걸 그자가 알기만 한다면 그가 지금보다 고통을 덜 당하더라도 난 상관없어.
아, 난 그에게 갚을 것이 너무나 많단 말이야. 내가 그를 용서할 수 있는 조건은 한가지뿐이야. 그건 내가 만약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을 수 있다면, 내가 당한 모든 쓰라린 괴로움을 똑같이 쓰라린 괴로움으로 되돌려주고 그자를 나와 대등한 위치로 끌어내리는 거야. 그자가 먼저 해를 입혔으니까 그자가 먼저 용서를 빌게 하는 거지. 그런다면(그러고 난 다음이라면) 엘런, 나도 너그럽게 대할 수 있어. 하지만 도저히 나의앙심이 풀릴 것 같지는 않아. 그러니까 나는 용서할 수 없어.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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