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참 서로를 마주 보았는데, 서로 어떻게 할지 몰랐다. 이것이 분명 모험의 참맛이다. 또, 훨씬 겸손하고 소박한 뭔가가 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시선을 맞추고 있는 데서 오는 존경스러운 상호 인정이 아니었을까.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터라 가슴이두근거렸다. 그렇지만 그놈은 조심스럽게 상대에 대해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나는 매혹되었다. - P366

나는 트레일이 지겨웠지만 여전히 이상하게도 그것의 노예가 되었고, 지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불가항력적이었으며, 끝없이 펼쳐진 숲에 신물이 났지만 그들의 광대무변함에 매혹되었다. 나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싶기도했다. 침대에서 자고 싶기도 하고 텐트에서 자고 싶기도 했다. 봉우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했고, 다시는 봉우리를 안 보았으면 싶기도 했다. 트레일에 있을 때나 벗어났을 때나 항상 그랬다. - P411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상념에 잠기지만,
항상 어떤 지점에 이르면 숲의 감탄할 만한 미묘함에 놀라 고개를 들어 본다. 기본적인 요소들이 손쉽게 모여서 하나의 완벽한 합성물을 이룬다. 어떤 계절이든 간에 멍해진 내 눈길이 닿은 곳은 모두 그렇다. 아름답고 찬란할 뿐 아니라 더 이상, 개량의 여지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  - P415

삼림과 자연 그리고 숲의 온화한 힘에 대해 깊은 존경을 느꼈다. 나는 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되었다. 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인내심과 용기도 발견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친구를 얻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요즘 산을 쳐다볼 때마다 나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도려낸 화강암 같은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음미하면서 바라본다.
우린 3천520킬로미터를 다 걷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여기에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우린 시도했다. 카츠의 말이 옳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린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다. - P4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