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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 - 수상 작가들이 뽑은 베스트 7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김애란, 물 속 골리앗
너무 어두컴컴 우중충한데 하다가 정말 잘 썼다, 이렇게 끈기있게 써내려가다니 라며 박수를 친 작품이다.
어떤 설정을 만든다는 것. 계속되는 비가 내리고 철거하기로 한 오래된 아파트에 나가지 않은 한 가족, 아들과 엄마가 남아있고 내리는 비 때문에 잊혀진 그들, 침수가 계속되던 도중 엄마는 죽고 혼자 탈출을 감행해 하염없이 떠내려가는 이야기.
글을 읽다가 아 내가 이야기를 만들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가를 깨달았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책임진다는 것은 얼마나 고단하고 어려웠는지, 나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아 하려고 노력했었지. 겨우 그래서 왠만한 글은 아주 쉽게 다듬을 수 있게 되었고 그것으로 밥을 벌 수도 있게 되었지만, 창작의 고통이란 게 뭔지 나는 요새 내가 그 고통 속에 얼마나 짓눌리고 있었는지를 요새에 들어서야 깨달았다. 고통스럽다고 해도 바뀔 게 없으니까 예전에는 되도록 모른 척 했으나 실은 대단히 힘들어했다는 것을. 모른 척 하고 살려 했지만.
친구 신랑이 글을 쓰면 감수를 봐달라 했을 때 내가 선뜻 대답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있다. 그냥 그런 데 전체적으로 질려버렸다는 것. 남의 글을 봐주고 있는 상태라는 것에. 어쩌면 그럴 수 있는 것도 다행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잠시 쉬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일 하지 않고서.
다른, 또 다른 삶이 내게도 있겠지.
황정은, 상류엔 맹금류
예전에 읽었던 단편인데, 그때도 참 잘 썼다 생각은 했었는데 그때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잘 썼다 싶다. 황정은 특유의 담담함이 읽는 데 가속도를 붙이고 별 내용도 없는데도 잘 썼다 싶다.
사귀던 남자 제희네 부모님과 수목원에 가서 피크닉용으로 싸온 도시락을 물가에서 먹는 이야기. 알고 보니 그 물은 맹금류의 축사에서 흘러나온 물이었을지도 모르며, 나는 제희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 산다. 제희네 가족사 조금이 나오는 이 이야기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예전에는 상류엔 맹금류란 제목이 당연히 계급사회라고 읽었다. 그러니까 이 계급사회의 하층민들은 맹금류 축사에서 나온 똥물을 똥물인지도 모르고 거기가 소풍 나와 밥 먹을 수 있는 최고 자리라며, 세수도 하고 물을 마시기도 한다는 것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정말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고(물론 소설은 어떤 해석이든 할 수 있으므로 정말 그런 해석이 따로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잘 썼다는 감탄뿐.
이야기꾼이란 어떤 이야기든 담담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일이 있었어 하면서…
그런 이야기꾼이 될 수 있을까.
202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