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ㅣ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평점 :
정혜윤 책이라면 다 살 의향이 있다. 그래서 강릉 독립서점 ‘한낮의 바다’에서 사온 책. 이전에 광주 독립서점에서 괜찮을 것 같아 사온 독립출판 책이 성에 차지 않아, 이번에는 정혜윤 책을 사왔다. 역시 재밌다.
당신은 밥을 먹고 뭘 합니까?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온다는 이 대사. 이전에도 유명해서 이 대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데, 또 그랬다. 정혜윤도 이 대사에 충격을 받아 자기 자신을 쇄신했다는데, …
나는 오늘 밥을 먹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설거지, 고양이 약주기, 청소 같은 일상 활동을 제외하고는 그게 전부였다.
어제는 밥을 먹고 친구네에서 술을 마시고 루미큐브를 했다. 이게 요새 나인 거다. 장을 보러 가거나 요리를 하고 먹고 또 뭘 먹을까 생각하고 게임을 하고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좋다고 할 수도 없으니, 밥을 먹고 뭘 할지 더 짜임새를 가져야겠다 싶어 내년부터 일기 비슷한 것을 써볼 계획이다. 매일 뭘했는지 적고 그림을 한컷씩 그려 붙여야지.
그리고 매일 글을 쓸 거다. 밥을 먹고 할 일.
좋은 책이 있어 살 만하다.
정혜윤 책을 읽으면 살고 싶어진다. 와, 한번 살아보고 싶다, 열심히, 제대로 그런 기분이 든다. 이전에 사생활의 천재들을 읽을 때도 그랬었다.
메모로 시작하는 내일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 가슴 속에 꼭 품은 것들의 한 형태인 메모, 어떤 정지의 순간, 거기서의 서성임이 삶을 만들지니…
많은 밑줄을 쳤는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이 가장 좋았다.
우리의 삶은 결국 평생에 걸친 몇 개의 사랑으로 요약될 것이다. 어떤 곳이 밝고 찬란하다면 그 안에 빛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해 한 해 빛을 따라 더 멀리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202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