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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노트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09
정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평점 :
시를 읽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같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다.
뭐 이런 나밖에 없는 세상 같기도 하다.
온갖 세상사가 다 등장한다.
내 마음 하나가 세상과 내통하고, 거기 길은 잘 보이지도 않는데
없지 않다.
세상사 가장 쓸모없는 일 같다가도
세상사 가장 중한 일 같기도 하다.
놓지 못하고 잡지 못하게 되는 이유인가.
대부분 나도 세상도 다 그렇게 되는
그런 세상 사람들 이야기
가장 솔직한 우회로
매일 밤 시를 1편씩 읽고 잔다. 계획이었으나, 어떤 날은 그렇게 하고 어떤 날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위와 같은 이유다. 내 마음이 번잡해서, 세상사가 번잡해서, 어떤 이유든 거의 비슷한 이유로 어떤 날은 시를 읽지 않았고 어떤 날은 그런 이유로 시를 그리워했고, 그렇게 그런 날 그런 날을 보내다 올해 다 읽은 시집이다. 김영민 교수가 추천한 책이라 시집은 사보는 게 맞아 주문해 읽다 다 읽고 맨 앞장에 써놓은 글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시/ 마음 속에 늑대 한 마리'다. 비슷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어서 그런가. 비슷하다 하면 시인이 싫어할까. 그런 늑대 한 마리를 안고서 도서관 의자에 앉아 하는 말들에 거의 반 이상을 시 전체가 좋다며 표시해놓았다.
왜였을까.
마음에 '뭐가 있어서' 시가 나오는데, 마음에 뭐 없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시는 그 마음에 있는 뭐를 고요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기록한다. 내 마음의 나, 개, 사랑, 사람, 관계, 자연, 드넓음, 비좁음, 있는가 없는가 사이사이, 그 사이의 기록이며, 21세기 한국의 기록이다. '자세히 보면 다 징그'러운, '참 중립적'인, '물어뜯고 싶은 것들이 세상에 이토록 가득한데/ 기특하게 사람들이/ 아무튼 거리를 활보하'는 중, '끝내 발광하는/ 오래 뭉친 어둠/ 푹 삭힌 침묵의/ 발화'를 내뱉는 '더러운 책상 앞' '해석할 수 없는 밤이 새어나'와.
시는 세상에 얼마나 관여하는 걸까
아무것도 아닌데 모든 것인, 그런 이상한 관계
이 마음의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