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행시 짓기
바 바닷가의 작은 오두막엔
람 남루한 사내가 벗어놨음직한
구 구두가 한 켤레 있었네.
두 두고온게 아니건만 가끔씩 눈길이 머물곤 하더라. 어느새 저만큼 날아올라 빙빙 돌다 바람을 가르고 휭 사라질 것처럼
02. 나는 이 맛에 여기 온다.
내곁에 바짝 다가와 웅얼대지도 않고, 메아리처럼 멀찌감치 떨어져 있지도 않는 사람들. 책 냄새에 빠져서 자꾸 기웃대다 사람들에게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요새는 책도 잘 안 읽고, 흡사 스토커처럼 이 사람들 뭐하나 자꾸 들여다보게 돼요. 이러다 어느 날엔 생각났다는 듯이 다시 책을 읽고, 안 쓰던 리뷰를 쓸테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서재에서 난 뭘할까란 생각을 해보겠죠. 마치 오래 전부터 이래왔듯이 다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요. 그러다 이건 어쩌면 단순한 서재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깨우치는 방식이 아닐까란 생각도 살짝 들구요.
책은 죽은자들과의 대화이지만 서재에서 알라디너를 만나는건 무언가가 찬공기를 가르고 폐부 깊숙이 각인되는 생생한 순간들의 기록입니다.
03. 바람구두! 이런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써라.
우선은 '제가 감히'가 떠오릅니다. 제가 헤아리지 못한 부분까지 짚어주고, 헤아리고 다시 책 속에 빠지게 만드는 리뷰를 쓰시는 분인걸요. 그래도 조금 욕심을 내본다면 '화가의 잔인한 손'을 읽으시고, 리뷰 뿐 아니라 바람구두님의 셀프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 책에서 제가 제일 인상적이었던건 '대가'의 입에서 나오는 '나는 관심없다, 그 부분은 잘 모른다.'는 거였거든요. 나는 모른다가 몇줄을 채우든 상관없이 바람구두님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음 좋겠습니다.
이 책을 추천하면서 스물스물 바람구두님이 혹시 전에 셀프 인터뷰를 한적이 있었으면 어쩌나, 아니면 이 책은 읽어봤지만 별로였다고 생각했다면 어쩌나 전전긍긍. A형도 아닌데 말이죠.
04. 내가 추천하는 서재인(물론 본인과 저는 제외하고. ^^)
나, 저를 추천... 하려고 했는데는 정말정말 거짓말이구요.^^ 너무 유명하셔서 이니셜만으로도 알아차릴만한 분들은 빼놓구요. 순전히 제가 최근 활동하는 서재인들 중에 들어가서 모든 글을 다 읽어본 분들만 꼽자면
탁월한 언어감각과 또렷한 목소리를 지닌 꽃양배추님,
정확한 눈썰미와 말을 풀어내는 능수능란함보다 사람을 보는 진득한 시선이 좋은 소이부답님.
역시 감히 저로선 발치에도 못미칠만한 유머감각의 소유자 산사춘님.
그리고 제가 그 분 서재에서 살게 만드는 웬디양님^^ 웬디양님은 페이퍼며 리뷰가 많아서 글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처음엔 그녀가 올리는 글들의 면면이 좋다가 '인간 웬디양'이 좋아지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전 리뷰보다는 페이퍼형 인간인지라 제가 추천한 분들도 리뷰만큼이나 페이퍼가 퐌타스틱한 분들이네요.(아, 밤되니까 혀가 꼬여서. 이거 눈 온다고 낮술 마셔서 그런거 절대 아닙니다.)
05. 이벤트 당첨되면 이런 걸 해주라!
저 사실 기어 조절할 수 있는 자전거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말 하는데 혼자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웃고 있어요^^ 어리둥절해하는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농담이란 소리예요. 밤이라 원래는 되게 웃긴 농담인데 좀 김이 새는감이 있네요. 이건 제 감각탓이 아니라 밤이란 놈 때문에, 그새를 못참고 또 헛스윙을 날리고.
당첨까지는 바라지도 않구요. 그저 지금처럼, 어디 다른데 가지 마시고, 바람구두님께서 꾸준히 글 올려주시는거? 음... 서재 이벤트의 당첨선물 1위인 책 선물 해주는 것? 해주기가 너무 쉬워서 하품나오니 바람구두님이 원하시는걸로 하기로 해요. 이거 쓰는 순간 순식같에 다섯가지의 '이런 걸 해주라'가 떠올랐는데 다 쓸데없이 X해서 패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