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략 - 장(場)을 가진 자가 미래의 부를 지배한다
히라노 아쓰시 칼 & 안드레이 학주 지음, 천채정 옮김, 최병삼 감수 / 더숲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읽은 기간: 5/7 하루(1시간 45분 걸림)
총평: 더 두꺼워야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사람이다(저자 중 한 사람은 일본 사람, 다른 한 사람은 미국 사람으로 생각됨). 미국 사람이 썼더라면 더 풍부하고 현대적인(!) 예화들을 모아다 피카레스크식으로 묘사하면서 책의 부피를 늘렸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더 읽을 만한 책이 되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런 주제로 이런 얇은 분량은 도대체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플랫폼 전략이란 단일 주제에 집중하면서 이를 (마치 수학에서처럼) 공식화한다. 그래서 대단히 명료하게 읽히고, 또 곳곳에서 통찰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런 통찰력은 고도의 추상화때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저자는 플랫폼의 기능 중 하나로 삼각 프리즘 기능을 든다. "언뜻 보면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두 개 이상의 그룹을 서로 연결해 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잡지나 TV, 신문 등은 광고주와 구독자(혹은 시청자)라는 두 개의 그룹을 연결하기 위해 제3의 그룹, 즉 구독자(혹은 시청자)가 원하는 기사나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미디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50페이지) 통찰력이 빛나는 명쾌한 문장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구글은 광고주와 사용자를 연결하기 위해 검색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고 페이스북은 관계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플랫폼을 정의하고 나면 플랫폼 이용자와 플랫폼 운용자 사이의 전략적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구글은 애플의 iOS에 맞서 안드로이드 진영을 창설하였다. 구글은 모바일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애플의 플랫폼에서는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음을 깨닫고는 안드로이드를 무상으로 시장에 제공하여 스스로를 플랫폼화한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거대 플랫폼에 대해서 오픈 플랫폼으로 대항하는 전략적 행동으로 설명한다. 명쾌하다.

이러한 연역적이고 추상적인, 그러므로 명쾌한 논리는 이 책의 대단한 장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얇다. 이러한 멋진 논리에 더 풍부하게 살을 붙였어야 했다. 예를 들어 저자들은 플랫폼 전략이란 "관련 그룹을 플랫폼에 모아 네트워크 효과(일종의 입소문)를 창출하고 새로운 사업의 에코 시스템, 즉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다."(16페이지)라고 정리해 준다. 그러면 실제로 관련 그룹들을 어떻게 플랫폼에 모을 것인가, 어떻게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것인가? 그러나 저자들은 이에 별 관심을 주지 않는다. 탁월한 검색 서비스일 수도 있을 것이고, 대대적이거나 독특한 홍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풍부한 콘텐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페이스북의 경우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이에 대한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 또,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나 트위터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내가 보기에 이 책의 가장 큰 한계는 바로 그 분량이다. 이 책은 더 좋은 책이 될 수도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준호 2011-07-1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드레이 학주는 미국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weekly 2011-07-17 11:15   좋아요 0 | URL
지적 감사합니다.
제가 다시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되어서 본문에 반영했습니다.
 

www.youtube.com/watch
알라딘 블로그에 동영상을 붙여 넣는 기능이 없구나... 위 링크는 Everwood라는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2분 15초짜리)이다. 내 아이폰에 저장되어 있어서 하루에 몇번씩, 주로 자기 전에 돌려 보곤 한다. 이상한 건 내가 저 동영상을 다운로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Everwood라는 드라마를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유튜브 동영상 다운로드 프로그램에 디폴트로 저장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누군가 넣어놨을까(가능성 제로)?

나래이션이 너무 좋고 쓸쓸한 감을 주는 음악도 너무 좋고 영상도 너무 좋다. 무엇보다도 짧아서 좋다.

나래이션이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구글링을 하여 정확히 저 장면의 스크립트를 쉽게(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래에 붙여 둔다.

   
  The more things change, the more they stay the same. I'm not sure who the first person was said that. Probably Shakespeare or maybe Sting. But at the moment, that sentence best explains my tragic flaw; my inability to change. I don't think I'm alone in this. The more I get to know other people, the more I realize it's kind of everyone's flaw: staying exactly the same for as long as possible, standing perfectly still just feels better somehow. And if you are suffering...at least the pain is familiar. Because if you took that leap of faith, went outside the box, did something unexpected, who knows what other pain might be waiting out there? Chances are it could be worse, so you maintain the status quo; choose the road already traveled, and it doesn't seem that bad; not as far as flaws go. You're not a drug addict, you're not killing anyone...except maybe yourself a little. When we finally do change, I don't think it happens like an earthquake or an explosion, where all of a sudden we're another person. I think it's smaller than that. The kind of thing that most people wouldn't even notice unless they looked really really close, which, thank God they never do. But you notice it. Inside of you, that change feels like a world of difference, and you hope that it is; that this is the person you get to be forever...that you'll never have to change aga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5/16 ~ 5/22
-계획했던 것
1. 청갈색책 갈색책 부분 완독하기[못했음],5/16,,1.06
2. 페이스북 이펙트 완독하기[완료], 5/11, 5/16, 6.00?, [총]10.58
3. TED 세 개 보고 리뷰 쓰기[못했음]
4. 영어 공부 매일 진척 상황 기록하기[못했음]
5. 부자통장 리뷰 쓰기[못했음]
6. 구글노믹스 리뷰 쓰기[못했음]
7.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리뷰 쓰기[완료], 5/22, 5/22, 2.45
8. 초월하는 애플 추월하는 삼성 리뷰쓰기[완료] , 5/22, 5/22, 1.42
9. 아이폰 사진 스쿨 완독하기[완료], 5/20, 5/20, 1.08
-----------------------------------------------------------
총 12시간 44분 읽고 씀(지난 주랑 똑같다!)

-다음 주 계획
1. 플랫폼 전략 리뷰 쓰기
2. 헤드 퍼스트 프로그래밍
3. 구글노믹스 리뷰 쓰기

-비고
1. 이번 주는 좀 놀자 했는데 막상 시간 통계를 보니 아주 놀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 주에 진을 좀 뺐고, 월요일에 서울 갔다 내려왔고, 우분투 리눅스를 다시 갈아엎고 윈도로 복귀했고, 시간 통계를 의식하면서 사는 것에 짜증이 날 때도 되었고, 어짜피 한 주 놀면 다음 주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고 해서 어느 정도 게으름을 부린 한 주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2. 계획을 좀 단순하게 짜기로 했다. 너무 빠듯하면 결국 지치게 마련인 것 같다. 단기적 성과는 풍성해 보일런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구색만 남는 것 같다.
3. 책을 몰아서 읽지 말자. 하나 읽고 리뷰 하나 쓰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고... 이렇게 하자. 완전히 소화시키고 다음 음식을 먹자는 이야기. 아직 리뷰가 너댓 개 남은 것 같다. 이것들 끝날 때까지 새로운 책에 들어가지 말자. 그렇다고 리뷰만 써댈 수도 없으니 프로그래밍 책을 보자!^^
4. 계획된 것들에 손대기가 싫어서 이것 저것 잡다한 것들을 건드렸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시간 통계에 올라 있지 않다. 집중된 시간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만약 TED 보기를 계획에 넣어 놓지 않았다면 그 시간에 TED를 봤을 것이다. 인간의 심리란 묘하다. 똑같은 의미지만 달리 표현하면, 인간의 심리란 너무도 뻔하다. 푸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읽은 기간: 5/8 ~ 5/9
총평: 잘 읽힌다. must read

IT의 발달로 원하는 정보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필요에 맞춰 재단하고, 또 스스로 정보(콘텐츠)를 생성하는 일이 무척 쉬워졌다. 말하자면 IT의 발달로 모든 것을 개인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원의 반쪽일 뿐이다. 다른 반쪽은,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일단 사회화라고 해보자. 여기서 사회화란 사적인 것을, 역시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말하자면 출판을 통하여 모두와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회화되지 않은 개인화란 파편화에 불과한 것일런지 모른다. 인터넷의 초기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은 파편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현재 현상으로 보이는 모습은 파편화보다는 사회화인 것 같다. 물론 더 깊은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클레이 서키의 이 책은 사회화를 조직화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새로운 도구들(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위키 등등)의 등장으로 그룹을 조직하는 것이 너무도 쉬워졌으며 이 그룹들은 개인의 사소한 문제 해결에서부터 특정한 정치적 사안의 이슈화나 거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더구나 이 모든 일들은 중앙의 통제 조직없이 자발적으로, 말하자면 각 개인의 선의에 의해 진행된다. 에릭 레이몬드가 말한 시장 모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키는 이런 조직들이 굴러가는 메카니즘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메카니즘이 참 역설적이다. 예를 들면 세상에 수없이 많은 블로그 중 대다수는 독자가 몇몇에 불과하다(내 블로그처럼), 인터넷을 통해 수 많은 조직들이 형성되지만 그 중 대다수는 dead on arrival이다, 위키피디아나 리눅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원은 수십만, 수백만에 이른다고 하지만 핵심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등등.

그러므로 서키의 책을 채우고 있는 성공적인 조직들의 예는 무척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키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수 많은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 중에 성공적인 조직들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또 실패에 대한 비용이 매우 적기 때문에 수 많은 시도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서키의 관점은 일종의 물량주의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리눅스 프로젝트의 경우 리누스 토발즈라는 헌신적인 핵심 개발자가 있었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경우는 리처드 스톨만이라는 탁월한 해커 혼자서 초기 코드의 대부분을 작성하였다. 칸 아카데미의 수많은 비디오 튜터리얼은 칸이라는 사람이 거의 혼자 만들어 낸 것이다. 앱스토어는 애플이라는 통제자가 있기 때문에 양질의 소프트웨어가 흘러들고 개발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 안정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마켓은 시장 모델을 도입한 결과로 아직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웹 상에 수 많은 공짜 읽을 거리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오프라 윈프리와 프로페셔널들이 만든 아이패드용 잡지에 돈을 지불하려 한다. 나의 요점은 양질의 프로젝트는 소규모의 탁월한 실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여 놓았기 때문에 그 질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있어서 시장 모델은 현상일 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시적인 문제 해결형 조직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서키의 책 서두에는 에릭이라는 남자가 수 많은 익명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은 이야기가 나온다. 촛점을 수 많은 익명의 사람들의 도움, 갖가지 IT 신기술에서 에릭에게로 옮기면 그가 투여한 엄청난 에너지가 눈에 먼저 들어올 것이다.)

아무튼 서키의 책을 읽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서키가 대변하는 관점대로 흘러가는 듯 하지만 하나 반례가 있으니 그것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다. 애플은 비밀주의, 폐쇄주의, 프로페셔널리즘, 디테일에 대한 집착, 미적 감각에 대한 옹호 등으로 묘사될 수 있을 것인데 사람들은 그 안에서 (나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애플은 분명 현대적 흐름에 있어 색다른 흐름이다. 그런데 성공적인 흐름이다. 서키는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고 말았지만 이런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 프로페셔널리즘, 더 높은 가치, 더 높은 질에 대한 추구. 이러한 가치의 생산과 인식은 분명 우리의 몫이고 우리가 당연히 준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서키가 이러한 관점을 한 책에 아우르지 못한 것은 좀 아쉽다. 그러나 서키의 책은 여전히 계발적이다. 즉,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월하는 애플 추월하는 삼성 SMART 대전! 신라이벌 열전 5
이창훈.최광 지음 / 머니플러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읽은 기간: 4/30 ~ 4/30
총평: 사서 볼 책은 아니다. 물론 샀다면 끝까지 읽어야 겠지만.

질이 무척 낮다. 제목도 그렇고 책에 사용된 이미지들도 그렇고 저자들의 문장도, 논리도, 문제의식도 일관되게 질이 낮다. 이런 책도 드물지 싶다.

애플은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란 회사는 산업계에 부족한 것, 즉 혁신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삼성은 시장의 문이 열리기를 지켜보고 있다가 문이 열리면 냉큼 따라 들어가는 기업이고 그런 부분에 탁월한 강점을 갖는 기업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fast fallower라는 것이고, 미안하지만 또 스티브 잡스를 인용하자면 copy cat이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벌써 애플과 삼성에 대한 가치평가는 끝나버린다. 그러니 두 기업을 동등한 위치에서 비교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그럼 저자들은 이 주제에 대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일까? 나는 이 책을 한번 다 읽고 나서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읽었다. 그 결과로 말하겠다. 그런 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신문 기자들이다. 당연히, 지면 관계상 신문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들, 좀 더 심층적인 얘기들을 책에 담아냈겠지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나 그런 것 전혀 없다. 신문에서와 마찬가지로 피상적인 이야기, 엉뚱한 결론, 상투적 문구, 누구나 알지만 기자들만 모르는 이야기들로 책을 가득 채워 놓았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한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어느 지역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던 요인 중의 하나는" 무얼까? 한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관련 자료는 있는지 따위는 묻지 말자. 저자들이 그런 걸 제시할 리도 없다. 그냥 저자들의 결론만 들어보자. 그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나쁜 남자 코드와 절묘한 타이밍을 이루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애플의 행운이었다고 봐야 할까."(22페이지)라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농담인지 진지한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불행하게도 저자들은 진지한 것 같다.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한국 통신 시장, 휴대폰 시장 상황의 심층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여기서 바로 책을 덮어도 된다. 그런 수준을 이 저자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책을 산 사람이라면 미장원에서 차례를 기다릴 때 여성 잡지를 이리 저리 뒤적이는 식으로 이 책을 보면 된다. 쓰레기통에 버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애플-삼성의 스마트 대전이라는 주제로는 도저히 책 분량을 채울 수 없어 이 주제, 저 주제 손에 잡히는 대로 건드리는 저자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또 가끔은 재미있는 일화도 건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 이건희는 신세계 백화점 사장에게 백화점 사업의 특성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단다. 당연히 유통업이라는 대답이 나왔지만 그건 이건희가 원한 답이 아니었다. 이건희의 답은 백화점 사업은 부동산업이라는 것이었단다. "백화점이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주변 부동산을 개발할 여력이 커지는 만큼 백화점은 궁극적으로 부동산업"이라는 것. 현실적이고 일리 있는 얘기임에 틀림없다. 반면 한 사업을 정의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 즉 소비자가 간과되고 있음도 바로 눈에 보인다.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삼성이 취한 행보들이 이런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삼성은 아이패드에 맞서 7인치 갤럭시탭을 내놓았다. 문제는 갤럭시탭의 운영체제가 태블릿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7인치 갤럭시탭 이후의 삼성 태블릿들은 태블릿용 운용체제를 탑재하게 될 것이므로 7인치 갤럭시탭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예는 계속 들 수 있다. 삼성이 이런 정책을 쓰는 이유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등등이 아니다. 상대 업체에게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제품이 준비되기 전까지 시간을 끌어 줄 제품을 브랜드 파워를 믿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나는 삼성식의 정책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삼성이 틀렸다고 삼성이 실패할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삼성이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는 것도 fast follower로서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약간만 시간을 벌어준다면 곧 제대로 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러나 저자들이 조심스럽게 비판하는 것도 삼성의 이런 모습이다. 삼성도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저자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던 것 같다. 물론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저자들(기자들)도 상식적인 사고가 가능하구나 하고 조금 놀랐다는 점을 특기해 두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하하하 2011-08-25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재미있는 책일거 같네요..
이런 책도 있구나.. 하면서 읽고 그냥 잊어버리는..
그런 책이라고 할수 있겠네요 ㅎㅎ

리뷰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