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읽은 기간: 5/8 ~ 5/9
총평: 잘 읽힌다. must read

IT의 발달로 원하는 정보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필요에 맞춰 재단하고, 또 스스로 정보(콘텐츠)를 생성하는 일이 무척 쉬워졌다. 말하자면 IT의 발달로 모든 것을 개인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원의 반쪽일 뿐이다. 다른 반쪽은,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일단 사회화라고 해보자. 여기서 사회화란 사적인 것을, 역시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말하자면 출판을 통하여 모두와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회화되지 않은 개인화란 파편화에 불과한 것일런지 모른다. 인터넷의 초기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은 파편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현재 현상으로 보이는 모습은 파편화보다는 사회화인 것 같다. 물론 더 깊은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클레이 서키의 이 책은 사회화를 조직화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새로운 도구들(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위키 등등)의 등장으로 그룹을 조직하는 것이 너무도 쉬워졌으며 이 그룹들은 개인의 사소한 문제 해결에서부터 특정한 정치적 사안의 이슈화나 거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더구나 이 모든 일들은 중앙의 통제 조직없이 자발적으로, 말하자면 각 개인의 선의에 의해 진행된다. 에릭 레이몬드가 말한 시장 모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키는 이런 조직들이 굴러가는 메카니즘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메카니즘이 참 역설적이다. 예를 들면 세상에 수없이 많은 블로그 중 대다수는 독자가 몇몇에 불과하다(내 블로그처럼), 인터넷을 통해 수 많은 조직들이 형성되지만 그 중 대다수는 dead on arrival이다, 위키피디아나 리눅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원은 수십만, 수백만에 이른다고 하지만 핵심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등등.

그러므로 서키의 책을 채우고 있는 성공적인 조직들의 예는 무척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키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수 많은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 중에 성공적인 조직들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또 실패에 대한 비용이 매우 적기 때문에 수 많은 시도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서키의 관점은 일종의 물량주의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리눅스 프로젝트의 경우 리누스 토발즈라는 헌신적인 핵심 개발자가 있었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경우는 리처드 스톨만이라는 탁월한 해커 혼자서 초기 코드의 대부분을 작성하였다. 칸 아카데미의 수많은 비디오 튜터리얼은 칸이라는 사람이 거의 혼자 만들어 낸 것이다. 앱스토어는 애플이라는 통제자가 있기 때문에 양질의 소프트웨어가 흘러들고 개발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 안정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마켓은 시장 모델을 도입한 결과로 아직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웹 상에 수 많은 공짜 읽을 거리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오프라 윈프리와 프로페셔널들이 만든 아이패드용 잡지에 돈을 지불하려 한다. 나의 요점은 양질의 프로젝트는 소규모의 탁월한 실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여 놓았기 때문에 그 질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있어서 시장 모델은 현상일 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시적인 문제 해결형 조직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서키의 책 서두에는 에릭이라는 남자가 수 많은 익명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은 이야기가 나온다. 촛점을 수 많은 익명의 사람들의 도움, 갖가지 IT 신기술에서 에릭에게로 옮기면 그가 투여한 엄청난 에너지가 눈에 먼저 들어올 것이다.)

아무튼 서키의 책을 읽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서키가 대변하는 관점대로 흘러가는 듯 하지만 하나 반례가 있으니 그것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다. 애플은 비밀주의, 폐쇄주의, 프로페셔널리즘, 디테일에 대한 집착, 미적 감각에 대한 옹호 등으로 묘사될 수 있을 것인데 사람들은 그 안에서 (나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애플은 분명 현대적 흐름에 있어 색다른 흐름이다. 그런데 성공적인 흐름이다. 서키는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고 말았지만 이런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 프로페셔널리즘, 더 높은 가치, 더 높은 질에 대한 추구. 이러한 가치의 생산과 인식은 분명 우리의 몫이고 우리가 당연히 준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서키가 이러한 관점을 한 책에 아우르지 못한 것은 좀 아쉽다. 그러나 서키의 책은 여전히 계발적이다. 즉,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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