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움... 한 쪽에서는 대통령(직)을 철저히 제도화하여 스스로를 이중 삼중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을 철저히 사적으로 이용해 시스템 자체를 망쳐 놓았다...

기술적으로 원본이 파기되거나 유실되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원본을 통짜 시스템 안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하니. 그렇다면 나로서는 보관하고 있는 측에서 국민과 국회를 속이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정직하고 투명하게 일하려는 사람과 투명성을 극도로 싫어(두려워) 하여 술수를 쓰는 사람과 경쟁하면, 후자가 거의 언제나 승리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또 한번 확인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에 가서는 정의가 승리한다고? 글세... 결국에 가서는 우리 모두 죽는다. 케인즈의 말을 따라하면...

(예전에 BBK 사건때 김 아무개씨가 이명박에 대해 말하면서 정상적인 규정이나 절차를 따르지 않고 항상 뒷구멍을 찾느라 고심하곤 하더라, 라는 말을 했었다. 아마 이게 이명박 성공(?)의 비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사람들을 무수히 만나게 되기도 하고... 난 영국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흔히 만난다. 물론, 한인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결제를 현금으로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 처음 영국 와서 어학원 다닐 때 만난 A는 학생증을 다른 사람한테 산 경우였다. 그렇게 몇 십 퍼센트를 아낄 수 있었겠지. 그런데 학원 리셉션에서 알바를 하던 다른 한국인이 학생증 사진과 A의 얼굴이 다른 걸 알아채고 학원에 신고를 했고, 학원에선 출입국 관리 기관에 신고했다. A는 낌새가 이상한 걸 느끼고는 나한테 학원에 전화해 달라고 했고, 전화해 보니 학생증 등록자는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어찌 된 것이냐, 학원으로 직접 와봐라... 라고 하더라. A 말에 따르면 이런 식의 학생증 매매는 한국 학생들 사이에 많고, 학원도 어느 정도는 알고 묵인해 준다고 한다. 한국 내에서라면 학생증 매매가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라면 출입국 관리와 연관되어 있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다른 한국 사람들이 어학 연수 등으로 영국에 입국할 때 출입국 심사에서 곤경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A가 젊은 한국 대학생이었다는 점이 특히나 나를 아프게 했다. 전세계에서 어학 연수를 하러 영국에 들어오는데, 유독 한국인들만(A의 말에 따르면) 공문서를 위조해 몇 십 파운드를 아낀다. 지금 우리가 연달아 두 번 뽑은 대통령들, 그들이 한 짓들이 그들만의 잘못일까? 혹은 흔히 말하는 대로 51.6%의 잘못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그림자를 보고 비웃고 있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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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7-1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너무 우기니가 그게 진짜처럼 보입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정말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weekly 2013-07-19 20:48   좋아요 0 | URL
예... 참 안타깝네요. 그래도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 사람들도 결국 짜증을 낼 거라고 믿고 싶어요. 여당 쪽도 이런 식으로는 오래 가지 못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