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블로그는 멀티미디어를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약간 삽질을 해보다 포기하고 대신 알라딘 블로그팀을 욕하기로 했다. 게으른 것인가, 시대착오적인 것인가? 멀티미디어가 사고와 대화의 원천이 되는 현실을 외면하려면 두 눈만 꼬옥 감으면 된다. 얼마나 쉬운가? huh?)
1. 구글의 크롬북이 드디어 출시되었단다. 크롬북의 개념은 모든 컴퓨팅을 웹 브라우저 위에서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프레드쉬트 작업도 웹 브라우저 위에서 한다. 물론, 이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은 웹 어플리케이션으로 인터넷 어디엔가 떠 있다가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로 불러 들여 사용하게 된다.
2. 이 프로젝트의 주체는 물론 구글이다. 구글은 웹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기업이다. 그리고 크롬 오에스는 구글의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3.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에게 거의 모든 어플리케이션이 웹앱(웹 어플리케이션)으로 통일되는 현상은 참으로 고마운 일일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단 하나의 플랫폼만 고려하여 개발하고 배포하면 되니까.
4. 그러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웹입이든 네이티브앱이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아무 차이가 없어야 한다. 예컨대 크롬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네이티브앱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웹앱을 통해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구글독스에 가서, 예컨대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을 열어보면 된다. 끝.
5. 스티브 잡스가 전지전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앱 스토어는 애초 그의 구상 속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본 것은 그의 통제권 밖에서 아이오에스용 네이티브 앱들이 인기를 얻는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은 네이티브 앱의 유통 공간을 자신의 통제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네이티브 앱들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거기에 가격을 매길 수 있었다. 앱에 가격을 매길 수 있게 되자 컨텐츠를 앱으로 포장한 컨텐츠 앱이 등장했다. 컨텐츠 앱은 컨텐츠를 유료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더 데일리가 대표적인 예. 문득 깨닫고 보니 애플은 네이티브 앱의 옹호자가 되어 있었고 구글은 웹 앱의 수호자가 되어 있었다. 큰 줄기는 컨텐츠라고 본다. 애플은 컨텐츠를 앱으로 포장하여 유료화하는 대신 더 나은 질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고 구글은 누구나 쉽게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는 개방성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6. 누가 이길까? 물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쪽이겠지. 그런데 궁극의 사용자 경험이란, 요컨대 기기가 중국인(혹은 영국인?) 비서처럼 되는 것일 게다. 즉, 극도로 인격화되고 개인화된 기기(미디어 랩). 이런 기기들은 딱히 웹에 의존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기들의 원초적 형태라 볼 수 있는 RSS 피드기나 신문 구독앱들을 보라. 웹은 보편적이고 개방적이고 광대하다. 그런데,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에게 개인화된 비서들을 필요로 한다! 수십년 전에 사람들이 예상한 방향이 이러한 방향이었다.
7. 물론 웹에서도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꼭 웹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글은 꼭 웹이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 걸어 놓은 크롬 오에스 광고를 보라. 그것이 크롬 오에스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아니. 그것이 크롬 오에스가 더 잘 하는 일인가? 아니. 그것이 컴퓨팅의 전부인가? 아니. 그럼 크롬 오에스는 무얼 하자는 것이지? 침묵.
8. 그러므로. 크롬 오에스 프로젝트는 구글의 처참한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9. 그러나. Dear Sophie라는 저 광고는 구글스럽지 않은 감성으로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마 세상의 많은 젊은 남자들의 감성을 일깨워 준 광고이리라.^^ 하여 크롬 오에스에 관한 숱한 말들이 세월에 흩어져 가다 어느덧 잊혀져 버린 날에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날에 맞추어 아이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한 세상의 많은 젊은 아버지들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다 혹 크롬이라는 낱말을 되살려 낼지도 모르겠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