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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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목표가 있는 한 방황한다니 갈 곳이 있기에 길을 잃는다니. 그러나 이 비문의 합의가 참 큽니다.
뒤집어보면 지금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은 곧 갈 곳이, 목표가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는 것입니다. 방황하지 않는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방황이 바로, 목표가있고 지향이 있기 때문이라니! 참으로 큰 위로가 아닐 수없습니다. 지금 방황해도 괜찮아. 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언젠가 어디인가에 닿아. 그런 쉬운 말보다, 말이 될듯 말 듯한 이 위로가 주는 여운이 큽니다. 참으로 정교한 비문입니다.

뒤처진 새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가로지를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그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 오늘 새가 팩스기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몹시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이너 쿤체.

"심각하진 않게, 노상 생각한 것 같네요. 몸에다는 워닉들인 공이 없어서, 언제 회수해도 불만 없다 하며 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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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쁜 일이 일어나면 자기 탓인지 알면서도 다른 핑계를 대고 싶어해.
거실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엄마가 아끼는 꽃병을 산산조각냈다면? 당연히 고양이가 범인이지! 마찬가지로, 몇몇 사람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거대 동물들이 멸종한 이유가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해.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비가오지 않아서 동물들의 먹이가 줄어들었고, 그래서 모두 죽었다고 말이지.
솔직히 믿기 어려운 설명이야. 오스트레일리아 기후가 5만 년 전에 변한건 사실이지만 그리 큰 변화는 아니었어. 게다가 이 거대한 동물들은 수백만년 동안 그곳에 살았고 그동안 여러 번의 기후 변화를 무사히 넘겼어. 그런데 왜 하필 인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갑자기 사라졌을까? 좀 솔직해지자고. 사피엔스 때문이었다고 설명하는 게 가장 앞뒤가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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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 한겨레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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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시내버스안에서 나는, 나와는 상관없는 누군가가 오초 동안 졸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내 인생이 끝장날 수 있다는 사실과 마찬가지 이유로 나 때문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인정사정없는 이 세계의 룰을 억지로 받아들여야 했다. 누군가의 사소한 불행이 나를 죽일 수도 있었다. 무섭고, 슬프고, 억울했다.

그럼 우리 언니들도 모두 현모양처가 되었나? 두자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복순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게 쉬운 게 아냐. 일단 좋은 집에 시집을 가야 돼. 그리고 꼭 아들을 낳아야 돼. 안 먹어도 배부르고 마른 땅에서도 곡식을 뽑아낼 줄 알아야 해. 절대 큰소리를 내어선 안 돼. 울고 싶으면 부엌에서 불 피울 때나 혼자 몰래 울어야 돼. 세상이 망해도 가족들 밥상은 삼시세끼 차려낼 줄 알아야하고. 복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자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게 어디 사람이나. 무당을 불러내 때려잡아야 할 귀신이지. 우리 언니들은 절대 그거 되면 안 되겠다.

나라에선 전쟁으로 줄어든 국민 수를 다시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산을 종용했지만, 아이들의 먹을거리나 입을 거리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건 부모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열녀와 효부와 절부에 대한 칭송. 강요되는 희생과 인내, 어머니는 억척스럽고, 강하고, 안 먹어도 배부르고, 자식과 남편을 위해 무슨짓이든 할 수 있으며, 자식은 많이 낳아야 하지만 성욕 따윈 몰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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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화와 규율은 무심코 내뱉는 언어의 질서,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관습적 행동 등 기호나 취향 등을 통해 식민지인들에게 스며들었다. 이 를 고려하면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것 혹은 조선인들이 일본인 의 피식민자가 되었던 것은 강점이 이루어졌을 때가 아니라 그것을 일상 으로 내면화했을 때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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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얼마전 읽은 구병모작가의 소설집을 통해 ‘최영숙’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1926년에 홀로 스웨덴유학을 떠나 경제학 공부를 하였으나 고국에 돌아온 후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콩나물 장사를 하다가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여인. 이렇게 짧은 일대기만으로도 파란만장한 그녀의 삶이 그려졌으나 남아 있는 자료는 그녀의 인생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너무 많다.
읽다가 나혜석의 일생이 떠올라 찾아보니 둘이 같은 시기를 살았고 잠깐은 유럽에서 동시에(다른 나라일지라도말이다) 머물던 적이 있었을 듯 하다. 둘이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녀들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부드러웠다면 어땠을까? 자꾸 말해봤자 소용없는 ‘만약에’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최영숙의 목표는 분명했다. 장차 고국에 돌아가 경제 운동과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그 중심은 다시 노동 여성으로 좁혀진다. 목표가 분명했기에 이국적인 모습에 반한 스웨덴 청년들의 구애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나 S군아, 네 사랑 아무리 뜨겁다 한데도 이 몸 은 당당한 대한의 여자라. 몸 바쳐 나라에 사용될 몸이라, 네 사랑 받기에 허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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