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 웃기지만 슬픈... 우리는 어떤 장면이 웃기면서도 슬프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중에도 즐거우면서 외롭고, 저 사람이 좋으면서도 밉지요. 어떤 감정이 혼자 나타나는 경우는 드문거 같습니다.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지요. 얼마전에 ‘세자매‘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무척 좋았고 웃픈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이 책을 읽고 나니 배우라는 직업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의 레이어‘라는 말이 이 책에 나옵니다. 배우란 그저 대본을 잘 외워서 일상대화처럼 읽으면 좋은 연기라 생각했는데 좋은 배우란 역할을 맡은 가상인물에게 있을 법한 감정의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겪는 모든 경험들이 나의 감정으로 차곡차곡 쌓아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잘 섞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여러가지 감정을 가지게 되는 거지요. 여러 곂의 레이어를 통해서 타인과 교감하고 나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진정한 자존감이 될것 입니다. 배우는 현실에 없는 인물의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만 저는 현재 존재하는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쌓아두고 있습니다. 이 감정들이 모두 밝은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 중에서도 순수하고 정의로운 감정의 레이어가 더 견고하고 깊게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어젠 플레옐에서 멋진 공연을 관람했어. 정명훈 음악감독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지휘했지. 극도의 정확성은 감수성을 둔화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늘 놀라곤 해. 불레즈나 카라얀, 클라이버, 푸르트뱅글러 등등이 그렇지. 그게 바로 예술가들의 특성일 거야. 오직 극단으로 몰아붙인 엄격성만이 가능케 하는 정점에의 도달. 그 순간을 아는 이들은 세상에 무척 드물지. 너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어.
나는 지금도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 본다.
유리문 안에서나는 지금도 반신반의하는 눈으로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구스오코 씨가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든 것은 내가 위장병으로 병원에 입원 중일 무렵이었다. 전화로 부고에 내 이름을 넣어도되겠냐는 문의가 왔던 것도 기억난다. 나는병원에서 구스오코 씨를 위한 추도시를 지었다. "국화란 국화는 모두 던져 넣으리, 그대관 속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응용이 가능하지요. ‘아는 만큼 말한다‘ ‘아는 만큼 생각한다‘ 도 가능합니다.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사소하게는 길을 걷다가도 내가 아는 만큼만 볼 수가 있으니까요.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저는 교토가 좋아서 세번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오사카 여행길에 하루를 교토에서 보냈고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동생이랑 5일을, 3년전엔 혼자서 4일을 여행했지요. 그곳은 것는 것만으로도 그 도시의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고 어떤 상점에 들어가도 색다른 물건에 한눈이 팔리곤 합니다. 다른 여행지보다 자주 갔었다는 이유로 모든 곳은 아니지만 많은 곳을 보고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관광지위주의 여행기가 아니지만 대부분 제가 가본 곳들이었네요. 저도 가보고 ‘우와‘하던 곳이었지만 지은이의 시선보다는 얕았던 것같아 아쉽습니다. 때로는 그가 보지 못한 것을 제가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또한 지은이의 말 중의 ‘취향의 여행‘이라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관광지여행은 누구나 할 수 있겠지요. 그건 마치 사진으로 매번 보던 것을 그곳에 가서 그저 ‘존재함‘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그곳의 분위기를 깊이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은 너무 인증샷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2년전에 남편의 프랑스 여행 중 ‘퐁텐느 드 보클뤼즈‘ 라는 작은 동네를 들렸습니다. 시원한 경치가 멋있는 곳이었지요. 남편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여행준비가 철저한 사람이라 여행 전 이 동네에 대해 알아보았나 봅니다. 함께 걸으며 그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처음에 그저 이쁘게만 보였던 동네가 더욱 풍성해지고 그 이야기를 배경으로 다른 것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는 것은 정말 힘이 됩니다. 생각을 넓혀 주고 만족감은 더욱 깊어 지게 되고 다음을 기대할 수도 있으니까요. 학문을 파고드는 것으로만 알게 되는 것 말고 세상을 조금 비켜서 본다거나 다른 사람이 되어 본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같습니다.&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더 좋았던 점은 제본 방식이었습니다. 하드커버가 아닌데다가 손을 편하게 두어도 180도 펼쳐져 읽는 중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이런 제본 방식이 비싼가요?이런 제본의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스테인리스처럼 마냥 반짝이고 차가울 줄만 알았는데 천선란 작가님의 이야기는 포근하고 촉촉하네요. ‘어떤 물질의 사랑’ 과 ‘마지막 드라이브’가 무척이나 인상깊었습니다. ‘어떤 물질의 사랑’ 은 단편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무척 아름다울 것 같아요. 엄마역에는 문소리배우님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우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구는 그 많은 행성들 중 어쩌다 생긴 하나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행성이었으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별 상관 없는 행성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안에서 존재의 이유조차 알 수 없도록 우연히 생긴 생명체였다.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 이 땅을 외롭게 만든 것은 오롯이 인간의 짓이라는 걸상기할 때마다 나는 그저 이 행성을 떠나야만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