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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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웠던 조선 반도에 바람이 쌩쌩 불지 않고 퓨퓨(ピューピュー) 불던 시대, 기관총을 빵야빵야 쏘지 않고 파치파치(パチパチ) 쏘던 시대, 비행기가 윙윙 날지 않고 부부(ブーブー) 날던 시대를 살아가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

"울 필요 없어! 너는 진짜로 훌륭한 학생이야. 그런 건 하나도 창피한 게 아니에요. 학급 친구들이 어제 너를 위해 회의를 열고, 이 ‘우정통‘ 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었단다. 이제부터 친구들이 1전이나 2전씩 남은 돈을 여기에 저금해 너의 수업료를 내 준다고 하더라."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정말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습니다. 그저 제 눈앞에 친구들 얼굴이 하나하나 마치 신처럼 소중히 떠올랐습니다. 오늘 아침 친구들은 저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친구들이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우정통‘은 커다란 배정도 크기로 검은색 자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위에는 ‘우정통‘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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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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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존재다, 라는 인식은 어떻게 생겨나는걸까요? 저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하며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어요.

"그들은 인간에게 사물의 목소리를 듣게 했지요. 난 그게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소란은 생물들, 무생물사물들, 그리고 생물과 상호작용하는 자연과 함께 번성해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지구의 소리 풍경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소리에 지나치게 뒤덮여 있었지요. 내가 과거에 현장 녹음을
하러 도시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가면 처음에는 그 지역을 채운 다양한 소리가 들리는데, 얼마 못 가 차나 비행기 따위가 지나가며 큰 소음을 내서 정적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새들도 입을 다물고 벌레들도 도망쳐버리니까요. 분명 이 행성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한 곳인데, 지구 어딜 가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음이 소리 풍경을 점령해 버리는 거지요. 그래서 나는 처음에 그 사실을 파악한 거미들이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 거미줄을 친 다음, 인간을 도구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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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상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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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능이 도대체 뭘까? 나는 면도할 때 아니면 (도서 홍보를 다니던 시절에는) 텔레비전에 등장해 넘쳐나는 상상으로 채워진 신간을 소개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 아니면 죽은 아내가 남긴 원추리에 물을 주는 동안 가끔 자문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 번째 경우에, 정말이지 그게 뭘까? 죽어라 노력하고 선택받을 수만 있다면 뭐든 내줄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내가 왜 선택을 받았을까?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사람이 몇 명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재능이 해답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떤 식으로 자라날까? 자라나는 이유는 뭘까?
뭐.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우리는 그걸 선물이라 부르지만 선물은 사실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주어지는 거지. 재능은 눈에 보이는 은혜다.
젊은 남자는 없는 걸 줄 수 있는 건 없어요, 그건 자명한 이치잖아요,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단단히 믿는다.
물론 그는 우리를 생각하면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믿는다는 건 어렵죠?" 그는 베개 위로 누워서 두손으로 눈을 덮고(보이는 세상과 거의 드러나는 일이 없는 그 이면의 세상, 양쪽 모두를 가리려는 듯) 다시 말한다. "믿는다는 건 어려워요."
그는 손을 내린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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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까지 재력을 유지한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받 는다.
그게 존경받을 일인지는 몰라도, 존경받는 노인이 대부분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 눈치 보고 맞춰 사는 게 정말 피곤해. 젊어선 그 냥, 아님 말고 식이었지. 그런데 나이란 건 말이야, 하나의 옷 이에요. 입고 싶지 않은 미운 옷. 벗을 수도 없고 점점 두꺼워 지기만 하지. 미운 옷을 입으면 어떻겠어? 사람이 안 예뻐지 잖아. 똑같은 행동을 해도 늙은이가 하면 추하고 못나 보이지.그러니까 말이라도, 행동이라도 조심, 또 조심해야 되는 거야.

늙은 사람들의 특징이 뭔 줄 알아? 그들은 소비도 안 하 고 생산도 안 해. 노인들은 뭔가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 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삐거덕거리게 하고 느리게 만드는 존재들이야. 그들은 물건도 거의 안 사. 공연도 잘 안 봐.
뭔가를 사거나 소비해도 우대권, 할인권, 초대권으로 해결하 니까 실제로 쓰는 돈은 거의 없지. 더 이상 효용성 있는 뭔가 를 생산하지도 못해.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 사회와 경제가 굴 러가는 데 하등 보탬이 되지 않아. 노인들은 그냥 시스템의 얼 룩 같은 거라고, 그저 노인 부양 시설의 일자리가 점점 늘어나 게 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라면 역할이겠지. 네가 유카시엘에 서 일하고 내가 요양원 간호사인 것처럼. 그래, 백배 양보해서 노인은 수입원이 줄기 때문에 아끼는 게 당연하다 쳐. 그렇다 면 최소한 젊었을 때 아이라도 한 명 낳은 사람이 더 당당한 거 아닐까. 적어도 새로운 소비 주체, 미래의 납세 주체를 만들어 낸 거니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평생 자기의 개인적인 외로 움을 해소하기 위해 개, 고양이만 키우다 늙어버린 사람의 노 후를 왜 너랑 내가 지탱해줘야 하냐고.

엘리야, 너도 모를 거야. 태어난 땅에서 이방인이 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원래부터 이 땅에 살면서도 주인일 수 없는 사 람의 심정이 어떤지. 너 같은 이민자를 배려해주느라 속에서 이렇게 조심하고 저렇게 조심해야 하는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 고 불편한지.
너는 차별이란 단어를 무기로 써서 네 속을 거리낌 없이 표 현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진 무기는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그 렇게 흥분하지 않아도 돼.

이해는 간다. 죽음에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니까. 더 쾌적 할수록, 더 간단하고 고통이 없을수록 비용은 높아진다. 높아 진 비용을 뜻하는 다른 단어는 존엄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끝단에서 존엄의 다른 이름은 돈인 걸까.

-왜 저런 방식으로 일하지? 로봇이나 기계로 해결될 것들 을 왜 구닥다리 옛날 방식으로 하는 거야?
오베론이 나를 애처롭다는 듯 바라보며 내놓은 대답이 잊 히지 않는다.
- 아직 모르는 모양이구나.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아무 리 인건비가 오른다고 해도 결국 세상에서 가장 싼 건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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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 고대부터 현대 최첨단 무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동물 착취의 역사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8
앤서니 J. 노첼라 2세 외 지음, 곽성혜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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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잠시 멈추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우리의 공모를 밝혀내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길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면, 그 길은 아마 어디에도 가닿지 못할 것이다.

말은 민감한 동물이며 잘 알려져 있듯이 위협이 감지되면 재빨리 달아나는 반사반응을 보이는데, 전쟁터에서 나는 소음과 냄새, 폭발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공포스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도 큰 고통을 겪지만 적어도 인간은 자기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이해할 수 있고, 일부는 애국심과 영웅주의, 영예, 나라를 위한 희생 등의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은 그런 위로도 없이 탈출할 길 없는 상태로 이해 불가한 공포를 무작정 견뎌야만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말과 당나귀와 노새 800만 마리가 죽었다

전쟁 수단으로 동원된 동물들의 그림과 조각, 기념비들은 대개 인간 병사들의 착취를 미화하고 국가 정체성 의식을 고취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

인간은 다른 종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면 자신은 위험한 상황에 덜 노출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선사 시대, 고대, 중세, 근세, 근대를 통틀어 동물은 전쟁을 준비하고 확대하는 데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사실, 인간이 도구를 제작할 수 있는 정신 능력을 소유해 온 역사만큼이나 동물은 전쟁과 충돌의 무기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다. 그러고 보면 전쟁 맥락에서 동물은 살아 숨 쉬는 도구, 그들 자신의 의지에 부합하든 부합하지 않든 특정 임무를 달성하도록 사육되고 훈련되는 한낱 도구로만 여겨지고 취급되어 온 셈이다. 어떤 동물도 전쟁에 아무런 이유 없이, 목적 없이 투입되지 않았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인간 사상자와 재산 손실을 줄이거나, 늘리는 그들의 능력에 달려 있었다. 기본적으로 동물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인간의 이익을 위해 존재했다. 많은 사람들은 동물에 대한 끔찍한 억압을 목격하면서도 자신들의 삶에 미칠 영향 때문에, 동물 없이 치러지는 전쟁의 대가가 너무 클까 봐, 너무 위험할까 봐, 너무 끔찍할까 봐 두려워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전쟁이라는 총체적 사회구조에 저항하기보다 항상 동물을 이용하는 편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진짜 원흉은 전쟁이다. 전쟁은 인간으로 하여금 동물과는 고사하고 같은 인간끼리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막는 사고방식을 부추기고 강화한다. 동물을 동원하든 동원하지 않든 전쟁은 대가가 너무 크고, 너무 위험하고, 너무 끔찍하다. 우리는 포용하고 전환하는, 적극적인 평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럴 때에만 전쟁 속에 내재하는 문제와 그외 폭력의 징후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자에게 땅이 ‘소유된다’는 개념이 성립한다면 지구 어디서든 동물이 어떤 인간보다 오래 살았으니 동물의 소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인간은 지구를 지배한 채 동물의 삶터에 대한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사실을 외면한다.

동물은 단수를 써서 복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서술된다. ‘멧돼지wild boar, 야생염소wild goat, 물소water buffalo, 호랑이tiger’는 각각 동물 한 마리가 아니라 종 전체를 가리킨다. 가축livestock, 농장동물farm animals, 야생동물wild animals, 야생생물wildlife, 집짐승domestic animals은 동물의 쓰임새나 인간과의 관계에 따라 동물이 정의된다. 인간이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동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잘못된 이중성을 만들어 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에 장벽을 지키는 데 이용되었던 7,000마리의 오브차카(러시아산 견종) 개들은 대부분 사살되었다.

음흉하게도 새로이 지정된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군사 활동으로 환경이 너무 심각하게 오염되어 인간이 안전하게 살 수 없는 곳이었다.

만일 사고할 줄 알고 옳고 그름 사이에서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이 인간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한다면, 같은 자질이 있는 코끼리와 돌고래에게도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코끼리와 돌고래는 복잡한 사회적·정서적 삶을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군사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강제동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들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보통 전쟁 지역은 사람이 살기에 위험한 장소로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전쟁 지역에 거주하는 다른 모든 생물도 위험에 처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서문에서도 설명했듯이, 인간 쇼비니즘이라는 만연한 문화적 특성 속에서 과학자와 연구자, 그들의 조교와 스태프들은 군대와 민간을 막론하고 연구 대상 동물을 단지 실험도구, 실험실 장비 그 이상의 아무런 가치나 중요성도 없는 물체로 바라본다. 이 뿌리 깊은 태도는 특히 거액의 돈이 걸려 있을 때에는 더욱 바뀌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산업에 걸려든 동물들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그런 실험이 자꾸 실패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이것은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마하트마 간디

평화 연구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백인이며, 이성애자이고, 신체 건강한 기독교도 남성이며, 이들이 지역사회 조직화와 행동주의에 대해 책으로만 배웠지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매우 가까이서 목격해 왔다.

"연민은 약한 게 아니며, 잔인성은 강한 게 아니다"(p.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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