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상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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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능이 도대체 뭘까? 나는 면도할 때 아니면 (도서 홍보를 다니던 시절에는) 텔레비전에 등장해 넘쳐나는 상상으로 채워진 신간을 소개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 아니면 죽은 아내가 남긴 원추리에 물을 주는 동안 가끔 자문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 번째 경우에, 정말이지 그게 뭘까? 죽어라 노력하고 선택받을 수만 있다면 뭐든 내줄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내가 왜 선택을 받았을까?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사람이 몇 명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재능이 해답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떤 식으로 자라날까? 자라나는 이유는 뭘까?
뭐.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우리는 그걸 선물이라 부르지만 선물은 사실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주어지는 거지. 재능은 눈에 보이는 은혜다.
젊은 남자는 없는 걸 줄 수 있는 건 없어요, 그건 자명한 이치잖아요,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단단히 믿는다.
물론 그는 우리를 생각하면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믿는다는 건 어렵죠?" 그는 베개 위로 누워서 두손으로 눈을 덮고(보이는 세상과 거의 드러나는 일이 없는 그 이면의 세상, 양쪽 모두를 가리려는 듯) 다시 말한다. "믿는다는 건 어려워요."
그는 손을 내린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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