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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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존재다, 라는 인식은 어떻게 생겨나는걸까요? 저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하며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어요.

"그들은 인간에게 사물의 목소리를 듣게 했지요. 난 그게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소란은 생물들, 무생물사물들, 그리고 생물과 상호작용하는 자연과 함께 번성해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지구의 소리 풍경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소리에 지나치게 뒤덮여 있었지요. 내가 과거에 현장 녹음을
하러 도시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가면 처음에는 그 지역을 채운 다양한 소리가 들리는데, 얼마 못 가 차나 비행기 따위가 지나가며 큰 소음을 내서 정적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새들도 입을 다물고 벌레들도 도망쳐버리니까요. 분명 이 행성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한 곳인데, 지구 어딜 가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음이 소리 풍경을 점령해 버리는 거지요. 그래서 나는 처음에 그 사실을 파악한 거미들이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 거미줄을 친 다음, 인간을 도구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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