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그녀가 나를 ‘손수’ 길렀기 때문이었다. ‘손수’ 길렀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당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지라, 나는 그것을 내 나름대로 이해했다. 그래서 누나가 손이 단단하고 억센 데다가 그 손을 나는 물론 그녀의 남편에게까지 휘둘러 대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매부 조 가저리하고 나를 모두 누나가 손수 길렀다고 생각했다.
나는 옳다고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할 만큼 용기가 있지 않았다. 나쁘다고 알고 있는 것을 거부하며 행하지 않을 만큼 용기가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어찌나 억세게 잡아끌고 갔던지, 마치 내가 쉰 개의 구두를 신고는 계단 모서리에다 그것들 전부를 우당탕탕 부딪쳐 대며 끌려가는 것처럼 들렸다.
가령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바 "일생 동안 오직 한 길만 걷겠"노라고 선언한 이상, 나는 집에서 마을을 통해 갈 때 언제나 특정한 한 방향으로만 다니는 것이 내 의무인 것으로 여겼으며, 따라서 마차 수리공 집을 지나 아랫길로 돌거나 방앗간을 지나 윗길로 빠짐으로써 방향을 바꿔서는 절대 안 된다고 여겼다
난 불쌍한 우리 어머니에게서, 고되게 노예처럼 일만 하면서 정직한 마음에 상처만 입고 평생 하루도 마음 편하게 지내지 못하는 그런 여자의 모습을 너무나 뼈저리게 보았단다. 그래서 여자에게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잘못을 저지르는 걸 끔찍이 두려워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잘못을 해서 내가 좀 불편하게 사는 것이 둘 중에 그래도 낫겠다고 생각했지. 물론 핍, 괴로움을 당하는 게 나 혼자라면 얼마나 좋겠니. 이보게, 자네가 ‘따끔이’한테 얻어맞는 일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모든 걸 내가 대신 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하지만 그런 건 오르락내리락 평평한 인생사의 기복처럼 어쩔 수 없는 거란다, 핍. 그래서 난 네가 그런 부족한 점들을 잘 참고 넘어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하건대, 나는 결혼반지가 인간의 얼굴 위를 사정없이 문질러 댈 때 생기는 그 우둘투둘한 마찰의 영향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자부하는 바다.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나는 그날 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을 깊이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내가 천한 막노동꾼 소년이라는 점과, 내 손이 거칠다는 것, 내 구두가 두껍고 흉하다는 것, 네이브를 잭이라고 부르는 천박한 습관을 내가 지니고 있다는 것, 내가 어제까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무지하다는 것과, 전체적으로 볼 때 내가 비천하고 불량한 존재라는 사실 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비범한 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먼저 평범한 학자부터 되어야 하는 법이라고 난 믿는다.
진정한 친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네가 만약 똑바른 길을 가는 걸로 비범하게 될 수 없다면, 비뚤어진 길을 가는 걸로는 더더욱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다. 그러므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거라, 핍. 그리고 잘살다가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거라.
온화하고 심성이 정직하며,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미치는지를 아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영향력이 바로 내 곁을 지나칠 때 나 자신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를 아는 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때 눈을 들어 올려다보았던 바로 그 별들조차, 그동안 내가 속해서 살아왔던 시골의 그 촌스러운 대상들을 비추어 주는 하찮고 미천한 종류의 별들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이젠 마지막이구나. 잘 있거라, 내 어린 시절의 지루한 친구들이여. 이제부터 나는 런던에 가서 훌륭한 신분이 될 몸이시다. 대장간의 막일이나 너희들하고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귀한 몸이시라 이 말씀이다! 나는 의기양양한 기분이 되어 옛 포병대 자리까지 나아갔다.
"그래, 자존심이라고 모두 다 같은 것은 아니야." 비디는 말을 다시 이었다. "그는 자존심이 강해서, 자신의 능력에 합당하고 또 실제로 성실하고 훌륭하게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자신의 현재 자리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데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지도 몰라.
네가 나를 비난하든 칭찬하든……." 불쌍한 비디는 대답했다. "너는 그것과 상관없이 내가 여기에서 내 능력이 미치는 모든 것을 언제나 열심히 할 거라는 점은 믿어도 될 거야. 네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떠나든지 간에, 너에 대한 내 기억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을 거야. 다만 신사라고 해서 남을 부당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네겐 이제 아주 유망한 앞날이 펼쳐져 있구나. 잘 행동하거라. 행운을 누리기에 마땅한 사람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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