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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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설인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인 <로재나>는 미국인 여행객 ‘로재나’ 살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렸고 두 번째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헝가리에서 실종된 스웨덴 기자를 찾는 이야기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공동 집필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형사인 마르틴 베크를 중심으로 동료 형사들이 함께 범인을 잡는 이야기다.
여전히 주인공인 마르틴은 순탄치 못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경찰 생활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스톡홀롬의 평화로운 공원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노상 강도가 극성을 부린다.
곳곳에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경비를 강화해도 강도는 경찰의 동선을 알고 있는 듯 경찰을 따돌리고노약자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거기다 공원에서 혼자 놀던 어린 여자 아이가 실종되고, 그 뒤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사건에 많은 인력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경찰을 비웃듯 또 다른 여자 아이가 실종되고 손쓸 새도 없이 아이는 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두 살인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결론 짓고 목격자를 찾기 위한 수사를 시작한다.
한 편 애인의 변심에 화가 나서 한 신고로 노상 강도는 잡히고 강도가 여아 살인 사건의 목격자임이 밝혀져 사건 해결에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1960년을 배경인 소설이지만 소설 속 벌어지는 사건은 현재도 여전히 일어나는 일이기에 더 몰입하며 읽었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골라 강도 사건을 벌이고 어린 아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일으키는 악마의 모습을 보며 범인에 대한 악의와 희생자에 대한 연민으로 읽는 내내 괴로웠다.

소설 속 형사들은 여타의 경찰 소설이나 탐정 소설에 나온 주인공들과 다르게 특출난 추리력이나 체력으로 범인을 제압하는 형사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형사들이다.
실수도 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범인이 아닌 사람을 붙잡고 시간을 끌다 진범을 엉뚱한 팀이 잡기도 한다.

경찰이 범죄가 일어나기 전이지만 만약 노부인의 신고를 묵살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 치민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후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기 위해 경찰이 어린 아이들을 찾아갔을 때 부모의 반응과 경찰의 신문 방법은 대단히 놀라웠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부모였다면 자신의 아이가 사건에 대해 다시 기억하는 걸 극구 사양했을텐데 3살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까지 허용하며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모습은 한편으로 부러웠다.
특히 경찰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건 전에 아이들이 목격했던 걸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재는 미성년자를 상대로한 목격자 질문이나 사건에 대한 질문에 대한 규정이 있겠지만 60년대라는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장면이다.

매번 범죄 소설을 읽고 난 후 범인이 밝혀진 순간 드는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범인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사회보장이 조금만 더 현실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하긴 아무리 국가가 나서서 보호한다고 해도 그럴 xx들은 그러는 게 현실이니 마음이 더 아프지만 말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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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집 비룡소의 그림동화 328
마틴 워델 지음, 안젤라 배럿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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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마틴 워델 작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작가로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어린이책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쓸쓸해 보이는 나무 인형이 그려진 표지를 열면 면지 가득 영국의 찻잔에서 많이 본 문향의 그림이 가득 그려져 있네요.

오솔길 아래 작은 집에 사는 브루노 할아버지는 너무 쓸쓸해 친구 삼을 나무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메이지, 랠프, 위너커라고 이름도 지어주고 인형을 창턱에 올려두고 마당에서 채소를 가꾸며 인형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지요.

어느 날 브루노 할아버지는 집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제멋대로 자란 풀은 오솔길을 뒤덮고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은 낡아가고 풀과 나무들이 잠식해 갔습니다.
그리고 세 인형은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되고 브루노 할아버지의 작은 집은 푸른 덤불 속으로 숨은 집이 됩니다.

숨은 집의 시간은 느리게 느리게 흐르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은 점점 잊혀지고 사라져갑니다.
안젤라 배럿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을 닮아 있습니다.
브루노 할아버지의 단조로운 삶을 닮은 연한 빛의 그림은 할아버지가 떠나고 난 후에는 그 빛마저 사라진 어둡고 쓸쓸한 빛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젊은 부부와 아이가 집을 찾아오자 색과 빛은 놀라울 정도로 따듯하고 환해집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창턱에 앉아 있는 인형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함께 살아갈 완벽한 가족이 생겨 인형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 지 인형의 표정만으로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오래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그림책을 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발간되어 다시 읽어봅니다.
오랫동안 덤불 속에 숨어 있던 집을 찾아낸 가족처럼 잊고 읽던 그림책을 다시 보며 따듯한 마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룡소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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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스위치를 끄다 정원 그림책
사비에르 살로모 지음 / 봄의정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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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길을 낡은 옷을 입은 아이가 엘크를 타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걸오는 강렬한 표지의 <OFF 스위치를 끄다>는 글자가 없는 그림책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아이와 엘크는 길도 없고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걸어 갑니다.

아이는 검은 하늘과 똑같은 연기를 뿜어내는 커다란 굴뚝 앞에 다다라 빨간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그 곳에는 복잡한 기계만이 가득할 뿐 아무도 보이지않습니다.
아이는 곧장 빨간 스위치 앞으로 다가가 스위치를 내립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엘크와 잠이 듭니다.

아이가 잠든 사이 어디서 시작된지 모를 나무 덩쿨이 자라기 시작하고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온통 초록빛 나무들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는 다시 엘크를 타고 새로 생긴 숲을 지나 또 다른 굴뚝을 찾아 떠납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이니 검은 연기를 뿜는 그 곳을 원자력 발전소로 볼 수도 있고 화석연료를 태우는 발전소로 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쉴새 없이 가동되는 공장 굴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여도 그 곳이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그런 곳일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탈원전을 목표로 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RE100을 모르면 또 어떤가라고 말하는 정치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싼 에너지 공급원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많은 위험과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지요.

글자 없는 그림책이지만 휙휙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림 속 아이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되지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어떤 일들을 실천해야 하는 지 오래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하늘 끝까지 닿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그림책 속 허구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라 더 무섭고 두렵습니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스위치를 내리기 위해 먼 길을 헤메지 않기만을 바라며 그 것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채성모의 손의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봄의 정원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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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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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이 글을 쓰고 정승각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강아지똥은 1996년 출간된 뒤로 꾸준히 사랑 받아온 스터디셀러 그림책입니다.
강아지똥은 그림책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제작돼 사랑받았습니다.
저희 집에도 2004년 가족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른 마트 서적 코너에서 작은 아이가 고른 강아지똥이 있는데 오랜 기간 잠자리책으로 읽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이네 흰둥이가 골몰길 담 밑 구석에 눈 강아지똥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입니다.
날아가던 참새도 더럽다고 하고 어미닭도 아무것도 없는 찌꺼기뿐이라고 하며 그냥 가버립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던 날 파란 민들레 싹을 만난 강아지똥은 자신의 쓸모를 알게 됩니다.
그것은 노란 민들레 꽃을 피우기 위해 꼭 필요한 거름이 되는 일이었어요.

그림책은 세상에 아무리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존재도 꼭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그리고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강아지똥이 자신을 더러운 개똥이라고 절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 걸었다면 어떤 변화도 없이 그저 개똥으로 사라져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강아지똥은 자신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순간 용기를 내 민들레를 껴안았기에 민들레 꽃을 피울 수 있었고 민들레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읽은 그림책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선하게 살다가신 권정생 선생님이 삶과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자신을 녹여 민들레 꽃을 피운 강아지똥의 이야기가 서로 닮아 더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1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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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괜찮아 빨간 벽돌 유치원 2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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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벽돌 유치원>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유치원 처음 가는 날>은 엄마와 처음 떨어져 유치원에 간 통통이의 불안한 마음을 그렸다면 이번 그림책은 유치원 생활 중 친구와 겪는 갈등과 해결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속에서 누구보다 빠른 수영 꿈나무 펭귄 펭이는 유치원 친구 타요때문에 속상합니다.
펭이를 밀치고 지나가고 먼저 줄을 섰는데 타요가 새치기하고 장난감을 갖고 놀다 잠깐 내려놓은 사이에 타요가 가져가 버립니다.

다음날 아침에도 타요가 버스를 탈때 새치기를 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펭이는 타요랑 똑같이 행동하기로 합니다.
타요를 밀치고, 새치기를 하고, 타요의 별자리 카드를 숨기기도 합니다.
펭이는 통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둘 사이는 친구들이 불편할 정도로 냉랭합니다.

저는 펭이와 타요가 다투고 화해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엄마들의 대처를 보며 친구와 어려움에 처한 자녀에게 어떤 방법을 제시할 것인가하는 문제의 정답을 얻었습니다.
만약 두 엄마가 아이들 말에 공감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상대 아이를 비난하거나 유치원 선생님 탓을 했다면 아이들의 유치원 생활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겠지요.

이세상에 귀하지 않은 아이는 없습니다.
특히 내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이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내 아이의 편을 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펭이와 타요의 엄마는 처음 아이들이 유치원 생활을 어려운을 이야기했을 때 다른 아이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공감하며 엄마가 자신들의 편임을 각인시키며 언제든지 편안하게 이야기해도 된다고 말해 줍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들이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해결 방법을 제시합니다.
아이 눈높이를 고려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어른이 된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기가 힘이 듭니다.
또 누군가 나에게 사과를 해도 그 뒤에 다른 꿍꿍이가 있나 싶어 쉽게 받아드리지도 못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기 내서 건네는 “미안해”라는 말을 비난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드리는 “괜찮아”라는 말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에서 꼭 필요한 말임을 새삼 깨우칩니다.
우리 아이들은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며 매일매일 성장합니다.
펭이와 타요 엄마가 이번에는 서로 양보하려고 다투는 아이들에게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지 궁금해집니다.


<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1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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