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속삭임 라임 그림 동화 37
데나 세이퍼링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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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휴대전화의 사진첩에 꽃 사진이 가득하게 됐습니다.
꽃집에서 파는 크고 화려한 꽃도 좋지만 고개를 숙여 자세히 봐야 보이는 작은 봄꽃도 좋아졌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니들 펠트 공예가로 활동했던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인 “꽃들의 속삭임”입니다.
단순한 색상의 연필로 그린 그림 속 꽃들은 어떤 화려한 빛깔의 꽃보다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꽃은 번식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쓰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은 벌을 이용한 수분일 것입니다.
벌은 꽃에게서 달콤한 꿀을 얻고 꽃은 벌 덕분에 씨앗을 만들어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있게 됩니다.
그림책은 단순히 벌과 꽃의 공생 관계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꽃들이 저마다 들려주는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몇 송이 꽃만이 외로이 살고 있던 풀밭에 어느 날 아기 호박벌이 도착하고 꽃들은 아기 호박벌을 다정하게 맞이하며 “베아트리체”라는 이름도 지어줍니다.
시간이 지나 베아트리체가 날 수 있게 되자 꽃들은 자신들의 말을 가르쳐줍니다.
아침 인사를 나눌 때, 고마운 마음을 전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림책은 곤충과 식물의 관계를 설명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꽃마다 붙여진 ‘꽃말’을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희망이고,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맹세고, 수레국화의 꽃말은 우정이랍니다.
누군가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건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한 번 건넨 다정한 말은 다시 나에게 감사의 말로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꽃이 품은 말, 꽃말”에 소개된 꽃을 그림책 안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많은 수고가 들어간 그림과 다정한 꽃말들을 찾아보며 저는 행운과 행복을 주는 은방울꽃을 선물 받고 싶어졌습니다.


<본 그림책은 라임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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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도박 페이지터너스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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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된 카스다 소위에게 일요일 새벽, 손님이 찾아온다.
명예롭지 못한 일로 군대에서 쫓겨난 옛 동료인 전직 육군 중위 보그너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거금을 횡령해 위기에 몰리게 되자 카스다 소위에게 도움을 청한다.

카스다 소위의 수중에는 보그너에게 빌려 줄 돈은 없었지만 다른 방법을 써 그를 돕기로 하고 주말이면 가끔 재미삼아 하던 카드 게임에서 돈을 따 보그너에게 빌려주기로 마음 먹는다.
처음엔 계획대로 많은 돈을 따지만 새벽이 가까워 올수록 그의 행운은 다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까지 모두 잃고 얼떨결에 빌린 도박빚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점점 그의 목을 조여온다.

의사이기도 한 작가 자신도 도박에 중독돼 재산을 탕진한 적이 있어서인지 모든 것을 다 잃고 돈을 빌려주기로 한 친구에게까지 독촉을 받는 카스다 소위의 심경을 잘 그린 듯하다.
살면서 도박은 커녕 복권을 사 본 것도 손에 꼽을 정도인 내가 카스다 소위가 행운이 다 해가는 도박판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가진 것을 전부 잃고 부지불식간에 거금의 빚을 지는 순간까지 전부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빌리기 위해 그가 했던 일련의 행동들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한밤의 도박>은 “완독으로 이끄는 재미, 정독으로 느끼는 감동”을 캐치프레이즈를 건 빛소굴의 페이지터너스의 열 번째 이야기다.
빛소굴 덕분에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됐고 아직 읽지 못한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야 겠다는 의지를 불 타오르게 할만큼 소설은 몰입감이 크다.
그나저나 주말내내 우울한 작가가 쓴 소설과 이틀 만에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의 소설을 읽었더니 좀 상콤한 이야기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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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다자이 오사무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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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서한집을 읽고 그의 다른 글도 읽고 싶어져 2년 전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다자이 오사무 디 에센셜>을 꺼냈다.
9편의 소설x에세이가 실린 책 속에는 서한집에도 언급된 #비용의아내 도 포함되어 있다.

오래전 #인간실격 을 읽으며 작가가 주인공 요조의 입을 빌려 부잣집 도련님이 응석을 부리는 소설쯤으로 치부했던 기억이 있다.
서한집을 읽고 다시 읽은 그의 글에서는 가족과 의절하고 늘 곤궁한 상태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수많은편지를 써야 했던 젊은 다자이 오사무의 절망이 그대로 전해진다.

다자이 오사무의 생일이자 그의 시신이 발견된 #6월19일 을 제목으로 한 짧은 글에서 자신의 평범한 출생에 불만스러워하는 작가를 볼 수 있다.
#여치 는 가난한 화가 남편이 이름이 알려지면서 타락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의 이야기는 작가가 자신의 글로 돈을 벌며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소설은 #비용의아내 로 대책없는 남편 오타니와 아내 삿짱의 이야기는 비슷한 시기의 우리나라 작가의 단편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삿짱이 내뱉는 말은 작가 스스로 본인과 우리에게 남기는 말 같아 마음이 아프다.

“비인간인들 뭐 어때서요? 우린, 살아 있기만 하면 돼요!”(p133)

우리는 문학작품을 보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서한집 한권으로 그의 생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만약 서한집을 읽지 않고 그의 글을 읽었다면 여전히 혼자 죽을 용기도 없어 여러 번 여자와 동반 자살을 시도한 나약한 작가로만 기억했을 것이다.
그의 생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 읽은 소설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어도 살아 남아서 딸들이 작가가 되는 모습도 보고 좋은 글도 더 남겼으면 좋았을텐데 하며 작가의 다른 책들도 기웃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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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상응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수윤 옮김 / 읻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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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여러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요절했다는 사실과 그의 작품 중 몰락한 귀족의 이야기를 다룬 <사양>과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많이 알려진 <인간 실격>을 읽은 게 전부다.

읻다의 상응시리즈는 “서한을 주고받으며 뻗어나가는 사유의 여정들을 비춥니다.”라는 목표를 둔 시리즈로 <나스메 소세키 서한집>을 읽고 작가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서한집의 매력에 빠져 고른 책이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이다.

화려하지 않는 색상과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종이에 모토타로에게 보낸 엽서를 사용한 표지는 군더더기없는 모양을 하고 있다.
본문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사진을 비롯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실려 있다.

서한집은 18살의 다자이가 하숙하던 후지타 가문의 두 형제에게 방학 중 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그가 죽기 얼마 전 쓰시마 미치코에게 쓴 편지가 마지막으로 실려있다.
서한집은 시간 순으로 친구들과 출판사 직원, 교류했던 여러 문인들과 연인에게 보낸 편지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실려있다.

특히 돈을 융통하기 위해 작가가 쓰고 있는 소설의 진행 상황과 출판 시기를 세세히 쓰고 있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거기다 군데군데 그가 보냈던 편지와 엽서의 원본이 실려 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

부록인 ‘다자이 오사무 자필 노트’는 일어를 읽을 수 없어 안타깝지만 고교 시절의 낙서까지 들여다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자이 오사무 연보로 단순히 오사무의 생애뿐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친절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어 작가의 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적인 글 중 일기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않는다는 전제로 쓴 글이고 편지는 받을 대상을 지정해 쓴 글이다.
서한집을 읽는 내내 작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했다.
그가 훗날 자신의 편지가 이렇듯 책으로 출간돼 독자들에게 읽힐 줄 알았다면 과연 이런 편지를 남겼을까 싶어서다.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났지만 허락받지 못한 결혼 탓에 의절당하고 곤궁하게 살며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융통하기 위해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글을 써서 생활할 수 없던 시기에는 거의 모든 편지에 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할 수 있는 건 글 밖에 쓸 수 없었던 남자의 절망이 느껴져 그의 편지를 읽고 있다는 게 죄스러워진다.

처음부터 작가로 승승장구한 줄 알았던 그는 아쿠타가와 상의 심사위원인 사토 하루오에게 보낸 청탁편지에는 작가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뒤에 애인을 두고 편지를 보내며 작업실로 찾아오라는 말을 하면서도 남자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낼 것을 요청하는 모습은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그의 편지를 보며 작가의 생을 다 알 수도 없고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작가가 아닌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생활인의 모습은 마음이 아프다.
그는 왜 작가로 이름이 알려진 절정의 순간에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풀지 못한 체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본 도서는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 넘나리2기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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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 다이어트 위픽
김청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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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위픽 시리즈의 1월 신간 <제습기 다이어트>다.
수능까지 치룬 고3 선아는 어느 날 제습기를 틀어두고 잠든 사이 미라로 변한다.
모델을 닮은 날씬한 몸매에 창백한 피부, 늘 다이어트를 강요받던 선아는 뼈와 살만 남은 미라 상태가 된다.

그리고 미라가 된 후 겪게 되는 주변 사람들이 선아를 대하는 변화는 놀랍다.
엄마는 백화점 쇼핑에 선아를 자랑스럽게 데려가고 명절에도 선아를 앞세워 큰엄마의 기를 죽인다.
선아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살아있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의 몰골이지만 어느 누구 하나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 입학 후에도 주위 사람들은 호기심과 부러움으로 선아를 대할 뿐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선아의 상태는 점점 미라화돼가고 학교마저 가지 않게 되지만 엄마조차도 선아의 상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날씬했던 몸매를 아들 둘과 세월에 바꾼터라 시시때때로 다이어트를 생각하며 살고 있다.
특히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몸매 지적이라도 하는 날이면 기분이 상해 하루 종일 우울하기도 하다.
병원에서도 특별한 진단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사회는 건강한 몸이 아닌 마른 몸을 강요하고 있다.

타인의 평가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다가도 누군가의 눈으로 내 몸을 불편하게 본다.
내 몸의 주인은 나,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는 필요하지만 과한 다이어트로 미라가 되는 것보다는 이렇게 사는 게 낫단 생각하면서도 제습기 다이어트를 꿈꾸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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