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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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함께 산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나’는 회사의 박수원과 싸우고 김선우가 헤어지고 친구에게 늦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길 계획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할머니가 ‘나’에게 200만원과 편지를 남겼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도 감사하기보다 짜증을 낸다.

소설은 현재의 ‘나’(태희)와 어린 태희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학교에서의 부당한 대우는 물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하고 외할머니집에서 살아야 했던 태희의 어린 시절을 똑같이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어느 시절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나름 폭풍같은 사랑을 하는 이모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절망하는 엄마,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않은 아빠까지 돌아보면 후회로 점철된 시간들이다.
하지만 후회는 지나고 나서 하는 것, 그 시간 안에서는 누구나 그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짧은 소설은 긴 여운을 남기며 태희가 현재의 자신을 많이 사랑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 바람은 달려와 나에게도 같은 말을 건넨다.


<도서는 현대문학의 ‘내가 사랑한 PIN’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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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읻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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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읽기 어려워하는 장르의 문학은 ‘시’다.
학창 시절 작가에 대해 알고 시가 뜻하는 의미를 공부하고 단어 하나 하나를 설명듣던 수업 방식에 익숙해진 탓인지 지금도 시를 읽고 느끼기보다는 단어들을 해체한다.
특히 함축적인 의미를 둔 단어들과 난해한 문장들이 가득한 시는 읽기 전부터 두려워지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쓰인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수고로움이야 #은유작가 님의 #우리는순수한것을생각했다 는 인터뷰 산문집을 읽으며 새삼 느꼈지만 언감생심 번역시는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래도 시집 #패터슨 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17년에 개봉한 짐 무사시 감독의 동명의 영화의 영향이 크다할 수 있다.

우리가 많이 봐온 페이퍼백의 시집이 아닌 고급 양장본의 시집은 외형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먼저 들게 한다.
지은이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평생 소아과 및 일반내과 개업의로 일하며 시,소설, 번역 등의 활동을 병행했다고 한다.
패터슨은 5권의 서사시로 1946년부터 1958년까지 13년에 걸쳐 출간된 시인의 대표작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완역됐다.

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시를.
만일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시가 내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당신은 몹시 애써야 한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1월의 아침 January Morning >에서

그런 의미에서 <패터슨>은 작가가 세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시집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시 읽기는 자연 환경을 묘사로 패터슨시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한다.
“패터슨은 퍼세이익 폭포 아래 계곡에 누워 있다
폭포가 흘러보낸 물로 등의 윤곽을 이룬 채.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있다. 자신의 꿈들을 채우는
천둥 같은 물소리를 곁에 머리에 두고서!”

1권은 퍼세이익 폭포와 패터슨 시의 역사와 사건을 이야기한다면 2권은 패터슨 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요일 공원의 일상을 보여준다.
특히 2권의 어떤 구절은 클라우스 앞으로 데려가 그의 연설을 듣는 기분이 들게한다.
3권은 1902년 2월 8일 화재로 파괴된 댄포스 공립 도서관과 패터슨시를 강타했던 자연재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4권은 핵무기의 위험성과 현대 문명의 암울함을 패터슨 시의 도시 상황과 역사에 비추어 쓰고 있다.
7년의 시간이 흘러 쓴 5권은 4권의 암울함을 상쇄하려는 듯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춤은 안다, 박자에 맞춰
대위법적으로,
사티로스처럼 추는 춤, 그 비극적 발놀림


시는 자연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패터슨의 퍼세이익 폭포에서 일어난 사건을 인용하기도 하고 폭포에서 다이빙했던 남자의 이야기를 실기도 한다.
시는 신문 기사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 주고 받은 편지는 물론 자신의 인터뷰를 인용해 쓰여지기도 한다.
우리가 평상시에 읽던 시의 형식에서 한참 멀어진 듯한 산문형식의 글에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시인이 도시에 대한 서사시를 쓰는 방식으로는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지도 하다.

패터슨 시는 시인이 사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도시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패터슨시에 대해 세세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지 어떤 르포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시가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학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것 물론 아마도 평생 가볼 수 없는 도시 패터슨의 곳곳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우리의 언어와는 너무도 다른 구조의 언어로 된 시를 번역한 번역가님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 패터슨도 꼭 보고 싶다.

<본 도서는 읻다출판사 서포터즈 넘나리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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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쌓기의 달인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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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별의 별 것을 다 쌓아올립니다.
여러 가지 모양의 블럭은 물론 책장에 책을 꺼내 쌓기도 하고 소꼽놀이 장난감의 접시나 컵을 쌓아 올리기도 합니다.

노인경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 <특종! 쌓기의 달인>에는 쌓기에 남다른 재주를 가진 달이와 밤이가 등장합니다.
얼마나 크게 소문이 났는지 새 방송국의 비둘기 기자가 두 어린이를 취재하러 왔습니다.
매일매일 물건을 쌓는 두 어린이에게 비둘기 기자가 묻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좋아하니까요.

비둘기 기자는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쌓기 놀이를 한다는 게 믿을 수 없어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아슬아슬해서인지 어려워서인지 관심받고 싶어서인지 재차 묻습니다.
비둘기 기자는 밤이와 달이가 쌓기를 하는 진짜 이유를 알아챌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어른들은 아이가 처음 쌓기를 할 때 블럭 하나만 쌓아올려도 칭찬을 합니다.
아이는 쌓고 있는 장난감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울고 짜증을 부리기도 하지만 다시 반복해서 쌓기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 때로는 일부러 쌓아올린 장난감을 무너뜨리기도 하며 다음엔 점점 더 높이 쌓아올립니다.

그림책을 여러 번 보다보니 아이들의 놀이로만 보이던 쌓기가 어른들에게 작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인생은 살다보면 어떤 목적을 갖고 쌓든 그냥 좋아서 쌓든 차곡차곡 쌓기 시작한 일들이 한 순간 무너져버리기도 합니다.
만약 무너진 그대로 둔다면 다시 쌓을 수 없지만 실패를 거울 삼아 다시 쌓는다면 분명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냥 좋아서 쌓는 쌓기에 의미를 붙이는 제가 좋아서라는 말을 곧이듣지 않고 다른 의미를 찾아 질문하는 비둘기 기자를 닮은 듯 합니다.
비둘기 기자의 집요한 질문과 온갖 물건을 아슬아슬하게 쌓는 밤이와 달이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뭉끄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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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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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루프”는 박서련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이다.
모두 3부로 나눈 이야기의 끝에는 작가의 말이 실려 있어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

📚1부에 실린 세 소설의 공통점을 꼽자면 내가 잊었던 그 마음, 지금이 어서 지나가고 지금 닥친 위기나 곤란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어른이 되기를 마음을 담았다는 점일 것이다.(p103, 작가의 말)

<솔직한 마음>은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팀 내 왕따 사건으로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나’는 학교로 돌아오게 되지만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게 된다.
의도적으로 학급의 원타(원래 왕따)에게 접근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않다.

<안녕, 장수극장>은 이미 타출판사에서 출간한 앤솔로지를 통해 읽은 소설이다.
작가가 자랄 동안 극장이 없던 고향을 기억하며 쓴 소설이라 그런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엄마만큼 좋아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주비의 비밀은 물론 친구를 질투하는 마음까지 너무나 아이다워 더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2부는 전적으로 상상력에 기대 썼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작가인 내 정체성이 조금 더 분명하게 나타나는 작품들이다. (p153, 작가의 말)

모두 두 편의 소설이 실린 2부는 sf소설들로 <보름지구>는 달로 이주한 이주민 학생이 추석을 설명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명절이나 전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표제작 <고-백-루-프>는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로 영화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타임루프에 빠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3부는 <가시>와 <발톱>은 각각 내가 고등학교 3학년, 2학년이던 때에 쓴 작품이다.(p200)

두 작품 모두 대산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작가의 시작을 엿볼 수 있다.
<가시>는 엄마의 죽음 뒤 언니와 살기 된 주인공이 엄마와 살던 곳을 다시 찾아가보는 이야기다.
<밥톱>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젊은 새엄마와 살게 된 ‘나’는 그녀에게 좀체 다가가지 못한다.
두 편 모두 고등학생이 쓴 소설이라고 하기엔 어둡고 가슴이 아픈 이야기다.

일곱 편의 이야기는 때로는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모두 한가닥 희망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왕따인 소녀는 자신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깨닫게 되고 아이는 친구의 머리에 껌을 붙였지만 사과하며 친구를 대하는 방법을 익혀간다.
그리고 부모를 잃은 소녀들은 언니와 함께 또 새엄마와 함께 성장해 간다.
오랜만에 읽은 청소년소설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은 듯 정신을 맑게 해 줘 기분좋게 책장을 덮게 된다.


<도서는 창비교육에서 선물받아 읽고 자유롭게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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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한원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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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이란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작가가 1910년 3월 11일 싱클레어 루이스 (1930년 노벨문학상수상자)에게 70달러를 주고 사들인 열네 개의 이야기 개요 중 하나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잭 런던은 소설의 결말을 논리적으로 끝맺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집필을 중단했고 50여년이 흐른 1963년 로버트 L. 피시에 의해 완결된다.

“난 처형자지 살인자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조직에서 이유 없이—정당한 이유 없이—제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전부 사회를 좀먹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었어요.” (p107)

‘이반 드라고밀로프’가 수장으로 있는 암살국은 사회 정의를 해치는 악인을 암살하는 전문 집단으로 비밀 보장은 물론 의뢰 받은 살인의 성공률의 100%다.
모든 살인은 정당성을 검증한 뒤 실행될 뿐 아니라 비용은 엄격한 규칙에 의해 관리된다.
어느 날 암살국을 와해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은 백만장자 청년인 ’원터 폴‘의 암살국 수장을 살해하라는 의뢰가 접수된다.

의뢰를 위해 만난 폴은 드라고밀로프에게 암살국 수장을 살해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시키자 드라고밀로프는 의뢰를 수락한다.
보스 제거 명령이 내려진 뒤 폴의 연인이 드라고밀로프의 딸임이 밝혀지자 폴은 의뢰를 거둬들이려 하지만 원칙주의자에 도덕광인 드라고밀로프는 살인 의뢰를 그대로 진행한다.
보스를 살해하기 위해 그 뒤를 쫒던 암살국의 조직원들은 되레 보스의 의해 하나, 둘 살해되고 만다.

지나친 원칙을 내세우고 도덕을 광적으로 실천하는 암살국의 보스와 조직원들의 엉뚱하기까지 신념과 사랑하는 연인의 아버지를 사지로 몰아넣은 의뢰를 한 남자의 안타까움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다.
100여 년의 시간을 건너 만난 이야기는 두 명의 작가가 시간차를 두고 썼지만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따로 설명이 없었다면 한 작가의 이야기로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법이 아닌 사적인 의뢰와 그들의 판단에 의한 살인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법으로로 단죄할 수 없는 악인을 처단하는 그들의 존재가 유용하던 시절이 그 시절만이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모든 것이 정리되는 순간 가족과의 행복한 결말이 아닌 자신이 이루고자했던 이상과 도덕이 이끄는 대로 최후를 선택한 드라고밀로프를 보며 어쩌면 가장 완벽한 결말이 아닌가 싶다.


<문학동네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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