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펌. 내일 430 문화제는 상암에서 열린다고 한다...

 


 

스머프의 웃고 울었던 삼백일의 기

 


뜨거웠던 이랜드 집회 일곱 시간 참관기



오도엽(작가)  / 2008년04월21일 4시38분


<주> 이 글은 이랜드 삼백일 문화제에서 낭송된 황선영 조합원의 편지를 글쓴이가 재구성하여 쓴 집회 참관기입니다. 따옴표의 인용문을 제외하고는 황선영 조합원과 관련 없음을 밝힙니다.


황선영 씨는 하늘색 반팔 티셔츠를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꺼냈다. 봄인가 싶으면 여름이다. 아직 4월인데, 봄 햇살이 아니라 따가운 햇볕이다. 오늘은 <이랜드 투쟁 승리를 위한 300일 결의대회 및 문화제>가 있는 날이다.


황선영 씨는 4월 19일에 굵은 동그라미를 그려두었다. 홈에버 월드컵점에 가는 날이다. 일을 하러 가지 않는다. 물론 쇼핑은 더더구나 아니다.


황선영 씨는 애칭으로 ‘스머프 티’라고 부르는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 스머프 티는 이랜드 투쟁의 상징이다. 홈에버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무자비하게 끌려갈 때 입은 스머프 티. 꺼내는 순간 지난 300일이 눈시울을 젖게 한다.


“지난 여름 이 푸른 스머프 티를 벗어놓을 때만 해도 다시 입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오늘 서랍장을 뒤져 다시 꺼내 입는다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럽고 두렵습니다.”


오후 3시,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앞.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모여 이랜드 승리를 염원하는 집회가 한창이다. 스머프 티를 입은 황선영 씨는 따가운 햇볕을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가렸다. 힘찬 팔뚝질을 하며 ‘비정규직 철폐가’를 부른다.


낯설기만 했던 투쟁가, 그리고 어색하기만 했던 팔뚝질. 이제는 거리낌 없다. 이제 팔뚝질로 눈물을 물리치고, 투쟁가로 힘을 얻는다.





▲  이꽃맘 기자

지난 300일 동안 용역경비가 폭력을 휘두를 때 방패막이 되어주었고,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휘청거릴 때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이들이 조합원을 감싸고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황선영 씨는 이들을 ‘동지’라고 부른다. 자신보다 나이어린 학생에게도, 흰머리가 가득한 늙은 택시노동자에게도 ‘동지’라고 부른다.


불혹의 나이가 훌쩍 넘도록 황선영 씨는 동지라는 말이 자신의 입에서 써야하는 말이라고는 떠올려본 적도 없다. 스스럼없이 입에서 나올 때 황선영 씨도 뜨끔해진다. 그리고 가슴이 설렌다. 마치 ‘사랑’이라는 말처럼 열여덟 처녀로 돌아가 가슴이 울렁인다.


3시 30분. 사회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한다. 우리의 일터인 매장에 들어가자고 한다.


“조합원이 일터에 들어가는 것은 정당한 일입니다. 고객에 피해를 절대 주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매장은 경찰차 수십대로 꽁꽁 막혀있습니다. 고객들이 미로 찾기를 하듯 매장에 들어가던 일부 통로마저 조합원들이 다가서자 방패로 가로 막습니다. 구호도 노래도 외치지 않고, 그저 삼삼오오 걸어갔는데. 누군가 ‘우리도 고객이다’고 외칩니다. 분에 겨워 나이든 조합원이 ‘우리 다 포기해 버렸다. 이제 잡아가라’며 울부짖습니다.





▲  이꽃맘 기자

삼백 날이 흘렀는데 어찌 마음의 갈등이 없었겠는가. 황선영 씨도 포기하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날마다 농성으로 바쁜 날이었다. 큰아이가 문자를 보냈다.


‘드뎌 전기가 끈어졌다’


집회가 끝나고 회의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도록 황선영 씨는 아이에게 문자의 답을 해주지 못했다. 전기가 끊겼다는데 무슨 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정이 다 되어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집은 사라지고 없다. 어둠,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저 멀리 희미한 불꽃이 출렁인다. 발끝으로 바닥을 더듬으며 불꽃을 찾아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큰아이의 뒷모습이다. 촛불을 켜놓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황선영 씨는 아이를 부르지 못했다. 인기척을 느꼈을 아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날 밤, 황선영 씨는 밤새 베개를 적시며 새벽을 맞이했다.


“진정 나와 우리 가족이 처해 있는 전기마저 끊긴 이 참혹한 현실 속에서 지금의 선택이 과연 옳은가. 지금 당장 먹을거리가 없고 기본적인 삶도 살지 못하는데……. 이런 가족들의 고통을 뒤로 하고 길바닥에 앉아 투쟁만을 외치는 내 모습이……, 진정, 진정 우리 아이들의 엄마의 모습인가.”


삼십 분 넘게 일터를 들어가게 해달라고 울부짖었지만 경찰의 방패는 꿈적하지 않는다. 경찰 뒤쪽에는 흰 와이셔츠를 입은 용역경비들이 헤죽헤죽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황선영 씨는 흰 와이셔츠만 봐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저 흰 빛깔에 지난 삼백 날 동안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미치지 않고 살아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결국 경찰에 막힌 조합원들과 황선영 씨가 동지라고 부르는 학생과 노동자들은 다시 집회장으로 돌아왔다. 6시부터 있을 문화제를 위해 저녁도 먹고 잠시 쉬기 위해서다.


집회 신고를 받은 장소에서 합법적인 집회를 하고 있는데 경찰과 이랜드 자본은 끊임없이 집회에 참가한 이들의 얼굴을 기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로 찍고 있다. 공포감을 주어 집회를 방해하려는 행위에 조합원들이 항의를 하였다. 하지만 아랑곳도하지 않는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이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다.


“조용히 문화제를 시작하려 했는데, 안되겠습니다. 합법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에 일침을 놓읍시다.”


조합원을 다시 일어서게 합니다. 김경욱 위원장이 달리기 시작하니 집회 참가자도 함께 뜁니다. 영화관이 있는 출입문을 통하여 2층 홈에버 입구로 달려갔다. 매장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이 허겁지겁 막아섰다. 조합원들은 죽을힘을 쓰며 일터로 들어가려고 경찰의 방패에 몸을 던집니다.


아수라장이 되고 드디어 매장 안으로 열 걸음을 들어갔다.





▲  19일, 이랜드 노동자들은 매장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의 봉쇄로 들어가지 못했다./이꽃맘 기자

황선영 씨는 동료들의 사이에 끼여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다. 하지만 숨이 멈춘다 해도 저 방패너머 일터로 들어가야 한다. 작은아이의 급식비를 위해서라도.


며칠 전이다. 작은아이가 황선영 씨의 전화기에 문자를 남겼다.


‘급식비를 못 내서 점심 못 먹으면 운동장 수돗가 물이나 먹지 뭐.’


빨리 급식비를 달라는 말보다 몇 십 배의 고통으로 황선영 씨의 가슴을 짓눌렀다.


돌덩이가 자신을 향해 소나기 붓듯 쏟아져 온몸을 때리는 것 같았다.


“이런 문자를 보내려 마음먹고 한자 한자 찍어 내려갔을 때 작은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삼백일 간 나름 강한 결의로 싸워왔지만 그 순간들만큼은 의지만으로 극복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열 걸음을 매장 안으로 밀고 들어갔지만 조합원 앞뒤로 경찰병력이 숱하게 밀려들어왔다. 결국 철수를 했다. 당장 경찰과 부딪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집회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문화제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장 진입 싸움을 하고 온 터라 황선영 씨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삼백일 동안 질리게 먹어온 김밥 한 줄이 오늘 저녁밥이라고 황선영 씨는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오늘만은 뜨뜻한 국밥을 준비했다고 한다. 사회자가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와서 부족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긴다.


갈수록 집회장의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백 명이 조금 넘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오백에 가까워졌다.



▲  이꽃맘 기자



부족할지 모른다는 말에 이랜드 조합원들은 연대온 사람들이 식사를 다 할 때까지 기다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을 한 손에 들고 집회장 곳곳에 흩어져 앉아 숟가락을 바쁘게 움직인다.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국밥이다. 먹는 것을 보니 황선영 씨의 뱃속에서 더욱 요란한 신호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이랜드 조합원들이 밥을 주는 곳에 갔을 때는 국밥은 다 떨어졌다. 사발면에 밥 반 주걱을 담아서 내준다. 국밥에 대한 미련이 사무친다. 그래도 맛있다. 사발면에 흰 쌀밥이 담긴 게 어딘가, 황선영 씨는 게 눈 감추듯 비운다.


문화제는 그야말로 감동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앉을 자리가 없어 집회장 밖에, 지하철 입구 계단에 서있는 사람도 무지 많다. 보통 집회가 길어지고 밤이 늦어지면 곳곳에 빈자리가 듬성듬성 생기기 마련인데 오늘은 정반대다. 황선영 씨는 그간의 고통이 싹 가시고 힘이 부쩍 솟아오른다.


“엄마 전기 끊긴 열흘 동안 촛불 밑에서 공부를 하니 집중도 잘 되고, 책도 열권이나 읽었어.”


큰아이의 목소리처럼.


“엄마 급식 먹을 때 절대 잔반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싫어하는 반찬이 나와도 싹싹 긁어 먹는다.”


작은아이의 말처럼.


돈 한 푼 받지 않고 음향에 노래에 춤에 시까지. 그리고 열정. 모두 ‘동지’의 사랑으로 문화제는 진행되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의원도 오고, 민주노동당의 홍희덕 의원 당선자도 왔다.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왔다. 마이크를 잡고 격려를 해줬다. 격려사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다른 곳으로 갔다. 모두들 이랜드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고,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을 했다.


오늘 문화제는 이들 말고는 연설을 하지 않은 게 너무 좋았다. 연설이 없으니 빨리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없다. 앞에 나와 말하는 사람들도 고마운 동지지만, 앞에 나서지 않고 여덟 시간 동안 집회를 함께 해준 이들, 이들은 정말 정말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황선영 씨가 나와서 편지글을 읽었다. 다시 스머프 티를 꺼낸 이야기로 시작해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황선영 씨도, 이를 듣는 참가자들도 모두 울어야 했다. 취재를 하며 끊임없이 지키려고 했던 기자와 집회 사이의 ‘거리’가 이 순간에 무너졌다. 저 눈물들을 찍어야 하는데, 차마 저 눈물 앞에 사진기를 들이대는 것이 두려웠다.





▲  이꽃맘 기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홍윤경 노조 사무장도 울먹이며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사람을 날려버리는 물대포를 맞으며, 일터에서 경찰에게 사지 질질 끌려 나가며, 용역경비에게 주먹질과 욕설을 먹으며, 여름이 가고 가을 겨울 지나 봄. 그리고 여름옷을 꺼내야하는 그 시간 앞에 더는 할 말들을 잃었다.


눈물바다 집회장 위로 보름달이 누렇게 떴다. 달빛이 환희 웃으며 조합원들 마음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눈물을 흘리다 웃는다. 웃다 눈물을 흘린다. 문화제도 끝이 났다. 삼백일 투쟁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울 일만 있었다면 이 자리에 남아있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밤 열시.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주위 사람을 꼭 껴안아주자고 제안한다.


황선영 씨의 눈에 숱한 얼굴들이 스쳐지나간다. 지금 황선영 씨와 같은 자리에 있는 얼굴도 있고, 지금은 다른 자리에 있는 얼굴도 있다. 어디에 있든 비정규직법의 희생자 이랜드 노동자다.

 



점거는 끝나지 않았다


[기고] 이랜드뉴코아 투쟁 300일에 부쳐



송경동(시인)  / 2008년04월20일 18시00분




▲  참세상 자료사진



작년 어느 날 불쑥
당신들이 내 가슴 깊은 곳을 점거해 왔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당신들에게 나는 속수무책 당해야 했다
내 얼굴은 화가 나 벌겋게 타올랐지만 소용없었다
당신들은 나를 점거하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아무도 몰래 숨겨둔
나의 진면목을 하나하나 까발렸다
너 가슴 속에 시커멓게 도사린 이것은 무엇이냐고
너 가슴 속에 쌓아둔 이렇게 많은 소유는 모두 누구의 것이냐고
너의 가슴 속에는 기실 너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너는 왜 너의 본 얼굴을 이 깊은 곳에 숨겨두고 있냐고
내 비겁과 두려움과 자만과 더러움을 들쑤셨다


더더욱 당신들은
우리 시대 운동의 중심을 점거했다
전체의 해방보다 자신의 실현이 중심이 되가는 운동
관념으로 똘똘 뭉친 가분수 머리들이
생활 속의 손발들 위에 군림하는 운동
정규직대공장남성사업장 노동자들 운동이라는 저들의 이데올로기 공세 앞에서
무장해제당한 채 출구를 뚫지 못하는 운동
올라와도 밟아버리는 운동
무엇보다 더 이상 맑고 투명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운동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겸허해지지 않는 운동
모두가 주체여서 연대가 필요치 않은 운동
그런 운동의 중심을 어느 순간 당신들이 점거해 버렸다
아무런 계획도 욕심도 없이, 어떤 정파적 이해관계도 없이
순진하게, 순박하게, 당당하게


나아가 당신들은 우리 시대의
한복판을 점거해 들어갔다
한국사회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는 헛소문
이 정도면 살기 좋아졌다는 배부른 이들의 헛소리
이젠 문화의 시대라는 편안한 말들 속을
헐벗은 몸으로 가식없는 말들로 점거해 갔다
860만 비정규인생들의 죽음을 먹고 사는 자본의 심장을 점거했고
말장난으로 날이 뜨고 새는 국회를 압도했다
창백한 언론과 지식인들의 복잡한 논리를 단순하게 제압하고
뚫고 들어갈 필요도 없이 공권력의 중심에 놓였다
가장 평범한 이들이 가장 민주적이며
가장 억압받는 이들이 가장 진실에 가까우며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꿈이 가장 혁명적이라는
역사의 희망을 진실을 지켜주었다


당신들은 이렇게 이 시대 잠자고 있던
모든 이들의 양심 속을 점거했다
더 이상은 월급 80만원 최저임금에 목멘 비정규인생으로 살아가지 않겠다고
역사의 정규 페이지에 분명하게 쓰고 읽었다
그리곤 불안에 떠는 저들의 모든 거점을 점거했다
그 점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도 당신들의 벗인 GM대우 비정규동지들이
110일째 저 하늘을 점거하고 있고, 1000일째 기륭동지들이
공장 앞을 지키고 있고, 코스콤과 재능교육 동지들이
민주주의의 거리를 사수하고 있다
이제 당신들을 따라 우리 모두가 나서는 점거투쟁이
이 사회 곳곳에서 다시 벌어질 것이다
본래 우리 모두의 것인 자연과 가치를 독점하고 있는
저 자본의 불법점거를 민중의 공동소유로 만들기 위한
위대한 투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 길에 나도 따라 나설 때까지
이랜드 뉴코아 동지들이여
모든 투쟁하는 동지들이여
나의 진정한 지도부들이여
내 가슴 속에 친 점거를 풀지 말아 주세요
우린 이미 모든 진실을 밝혔다는 기쁨과 희망과 존엄을 잃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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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하면 된장녀? '의보 민영화' 풍자 눈길

2008년 4월 8일(화) 오후 1:37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조철희기자]

"피가 철철 나요. 찢어진 허벅지 꿰매는 법좀"

의료보험(건강보험)이 민영화되고 병원이 영리법인화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윗글은 한 네티즌이 상상한 의료보험 민영화 이후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이다.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이렇다.

"동생 허벅지가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나요. 병원에 갔는데 우리 의료보험은 그 병원에서 쓸 수 없대요. 70만원 있어야 한대요. 동생이랑 울면서 그냥 왔어요. 엄마 오시기 전에 꿰매야 하는데, 전에 엄마가 병원 가기 힘들다고 운동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18대 총선, 값비싼 보험료를 치러야하는 미국 민간의료보험제도의 폐해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kco)'의 개봉 등에 의해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논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토론방을 열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면서 대체로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의료보험이 민영화 됐을 때의 가상현실을 재치 있게 엮은 사용자손수제작물(UCC)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됐을 때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는 '2017 민간치료 갤러리'가 등장한다. 이 게시판에는 '바늘 소독 요령', '국립의료원에서 충치 치료까지 6개월', '반지하 살면서 치아교정하면 된장녀인가여?', '진짜 10년 전에 감기 진료비가 3000원이었음?' 등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또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상대적으로 민간의료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고 비인가 시설이 활성화할 가능성을 반영한 게시물도 있다. '도라지 달인물 4차 공구', '이번에 구급상자 업그레이드할 건데 견적 좀 봐줘', '강북에서 상처 잘 꿰매주는 이발소가 어디인가요?' 등이다.

이 UCC를 본 한 네티즌은 "분명 웃자고 만든건데 왠지 슬프네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도 "저런 일이 일반화될까봐 무섭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남겼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4년후 다음과 네이버 메인'이란 UCC에서는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병원비 아끼려 포경수술하던 중학생 응급실', '아파트 없어도 민영보험 가입자면 일등신랑', '집에서 치질수술하던 50대 숨진채 발견' 등의 뉴스가 등장한다.

이처럼 네티즌 특유의 반어적인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정부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정책 추진과정과 18대 총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에서는 가상이 아닌 현실을 보여준다. 절단기로 나무를 자르다 손가락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한 등장인물은 병원을 찾는다. 병원은 그를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로 분류하고 "중지 손가락 봉합에는 6만달러(6000만원), 약지 손가락 봉합에는 1만2000달러가 필요하다"고 통보한다. 그는 결국 손가락 하나를 포기한다.

이 영화를 본 야당의 한 총선후보는 "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현실을 봐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 의료 정책의 미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046.html

"이명박 의료 산업화,

 

 맹장수술 1천만원 시대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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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성수의원 원장을 처음 인터뷰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허름한 병원도 낯설었지만 그는 도저히 의사처럼 보이지 않았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모르게 헝클어져 있었고 코털이 삐져나와 있었고 감기에 걸렸는지 계속 콜록거렸고 교통사고가 났다면서 팔에는 붕대까지 감고 있었다. 게다가 인터뷰 하는 동안 내내 담배를 피워댔다. 어딘가 당장 입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일련의 의료 산업화 정책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 미국산 소고기와 유전자변형식품(GMO) 수입 문제 등으로 정신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 산업화 정책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계획인데 정작 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허름한 성수의원은 1988년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산재 투쟁을 이끌었던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이 설립한 곳이다. 성수의원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단순히 병원 이상의 공간이다. 양 원장의 뒤를 이어 받은 우 원장은 성동건강복지센터를 설립해 저소득 계층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상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간판조차 찾기 힘든 작은 병원이지만 환자들이 끊이지 않고 몰려드는 것도 이 병원과 우 원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 때문이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오후, 우 원장이 환자를 보는 틈틈이 5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 이명박 정부의 의료 산업화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영보험을 활성화하는 것, 그리고 하나 더하자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축소하는 것 등이다. 벌써부터 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도대체 모르고 밀어붙이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것인가. 어떻게 생각하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화 정책은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의료산업 고도화의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그대로 배껴온 것이다. 애초에 삼성생명과 삼성의료원으로 대변되는 국내 보험회사들과 대형 병원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른바 '고소영'이나 '강부자'라는 사람들은 민영 의료보험에도 들고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더 좋은 병원을 찾고 싶을 것이다. 건강보험을 축소하고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바로 이 사람들이다. 건강보험 안 받는 병원을 만들자는 주장은 거대 자본과 일부 부유층의 이해가 맞물려 나온 발상이다."

- 이명박 정부는 태국이나 싱가포르와 비교도 한다. 의료 산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의료비도 줄이고 오히려 해외 환자들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인데.
"싱가포르는 공립 병원이 80%가 넘는다. 병상으로 치면 85% 정도다. 우리나라는 병원이 8% 정도, 병상 수로는 15% 정도다. 애초에 인프라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싱가포르는 교육과 의료와 주택을 나라에서 제공하고 그 위에 의료 산업화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장 큰 레플즈 병원만 해도 외국 환자들이라고 해봐야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이웃 나라의 해외 상사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생각해 봐라. 누가 자기 나라에 있는 좋은 병원 두고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다른 나라에서 치료를 받겠는가. 싱가포르처럼 의료 수출이 성공하려면 조건은 세 가지다. 언어가 같고 이웃 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부실하고 또 해외 나가서 치료를 받을만한 부유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봐라. 일본이나 중국과 언어도 다르고 일본은 감기만 걸려도 자기네 나라 돌아가 치료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우리나라 병원을 찾겠는가. 게다가 우리나라 물가가 일본이나 중국보다 싼가. 절대 그렇지 않다."

- 태국은 어떤가. 태국으로 성형수술 받으러 가는 사람들도 많고 그만큼 외화 획득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은가.
"태국은 의사들이 모두 성형수술만 하는 바람에 의료 시스템이 엉망이다. 농촌은 의사들 찾아보기가 어렵다. 의료 시스템이 외국 환자 따로 국내 환자 따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의료비가 터무니없이 높다. 아마 정부 관계자들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구경만 하고 왔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도대체 의료 산업으로 성장률을 올리겠다는 나라가 세계에 어디 있나."

-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부터 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는 이미 민영 의료보험이 꽤나 활성화된 상태다. 집집마다 암 보험 하나 안 든 곳이 없는데. 얼마나 더 활성화한다는 이야기인가.
"가구로 보면 65~70% 정도가 암 보험 등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생명보험은 90%가 넘는다. 이미 포화상태인 셈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손형 보험으로 가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액으로 암이면 얼마, 어디 부러지면 얼마, 입원하면 얼마 이렇게 나왔는데 이제는 병원비가 나오는대로 보장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나홀로 무상 진료가 되는 셈인데 문제는 보험료가 턱없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 빼고 본인 부담이 10조원 정도인데 이게 모두 민영 의료보험 시장이 된다. 민영 의료보험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보험회사들 몫을 챙겨야 할 테니까."

-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질병정보를 민영 의료보험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가.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실손형 보험의 경우 가입자가 병에 걸리면 진료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을 제외하려고 할 것이다. 건강한 사람만 받아야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생명보험과 의료보험 사이에도 정보 교환을 금지하고 있고 의료보험 사이에서도 정보 교환에 제한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입자들 개인 질병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겨주려고 한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도 질병정보가 공개되면 이를 빌미로 보험료를 높여 받거나 아예 가입을 거부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손형 보험이 확산되면 보험회사들이 병원 진료에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 영화 '식코'에 보면 보험회사가 진료를 거부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아픈 사람이나 환자를 경멸하는 용어가 없는데 식코(sicko)라고 하면 쓸모없는 사람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 히스패닉 사람들이 속어로 쓰는데 그만큼 한번 아프면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4800만명, 전체 인구의 20% 규모다. 해마다 1만8천명이 해마다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고 죽는다.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된 2억5천만명의 사람들도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를테면 백혈병인데 보험회사가 골수이식을 못하게 하고 치료만 하게 한다거나 의사가 보험회사와 논의 없이 임의로 진료를 했을 경우 진료비를 못 내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의료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 의사들은 보험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억울할 수밖에 없다. 보험회사들은 소송을 당하면 맞소송을 걸고 최종 승소하기까지 몇 년씩 걸리거나 중간에 적당히 합의하고 끝내는 경우도 많다."

- 보험회사와 병원이 직접 계약을 맺거나 환자 유인과 알선행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병원 광고를 허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실손형 보험이 도입되면 당연히 그렇게 가게 된다. 이를테면 삼성생명에 가입하면 어느 병원에 가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병원 줄 세우기가 되고 우리랑 계약을 하지 않으면 환자를 보내지 않는다고 병원을 위협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병원과 가격 계약 맺고 심사 평가를 하는데 이제 그걸 보험사가 하게 된다. 보험회사가 병원을 쥐고 흔들게 되고 과소치료 강요하게 된다. 이게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 미국에도 공적 의료보장제도는 있지 않나.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메디케어가 있고 저소득 계층을 위한 메디케이드가 있다. 이건 그야말로 최소한의 시스템이다. 메디케이드로 혜택받는 사람은 18%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모두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거나(70%) 아예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12%). 미국 의료 체계도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의사들이 있는데 의사 면허증을 찢어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미국은 응급실에 실려가면 일단 공짜로 치료는 해준다. 평소에는 치료를 못 받다가 거의 죽을 때쯤 해서 응급실 실려 가서 공짜로 치료 받는 게 과연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인가. 그게 과연 의사가 할 말인가. 미국은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라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을 제외하면 거의 아무 것도 없다. 건강보험까지 무너지면 미국보다 훨씬 끔찍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 우리나라도 민영 의료보험이 활성화 되면 그나마 있는 건강보험에 대한 불만이 더 높아질 것 아닌가. 건강보험에서 빠져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에서 선택사항으로 바꾸게 될 가능성도 있나.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가는 방향이 바로 그 방향이다. 건강보험이 싫은 사람은 민영 의료보험으로 가고 건강보험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의료보장 수준이 73% 정도다 공립 의료기관 비율은 75% 정도 된다. 우리나라는 보장 수준이 50%, 공립 의료기관은 8% 정도다. 그나마 이 정도 보장이 되는 것은 모든 병원을 비영리 병원으로 하고 건강보험을 의무가입 하도록 하고 병원에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두 개를 날리겠다는 거다. 영리 병원을 허용하고 민영 의료보험을 허용하고 결국에는 의무가입도 깨지게 되는 수순이다.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씨들은 나는 건강보험 안 되는 고급 병원에 가는데 건강보험을 왜 내느냐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게 상위 12%가 빠져 나가면 건강보험 재정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난다는 이야기다."

- 영리병원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 달라. 지금도 모든 병원이 다 영리병원 아닌가.
"물론 지금도 병원이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건 맞다. 다만 지금은 병원 안에서 번 돈은 병원 안에서만 쓰도록 돼 있다. 주식이나 채권으로 바깥에 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병원이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면 주주들이 돈을 벌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벌써부터 일부 치과나 소아과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병원들 보면 의사 말고 코디가 따로 있다. 경영지원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환자들에게 추가 진료를 권유하고 수익을 높이는 일을 맡는다. 이를테면 이것도 하나 하시죠, 이런 주사 한번 맞아보시죠 하는 식이다. 극단적인 사례로 미국에서는 영리병원의 경우 신장투석 환자의 사망률이 비영리병원보다 20%나 높다는 통계가 있다. 적절한 시기에 신장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수술 보다는 신장투석을 추천한다. 신장이식을 하고 나면 병원에 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장투석을 계속해서 받고 더 많이 죽게 된다. 통계적 오류는 있을 수 있지만 결코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다."

-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병원은 어느 정도나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영리병원 허용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영리병원으로 빠져 나가는 비율을 대략 5%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 정부는 별로 안 나갈 거라고만 한다. 정부 역시 아무런 전망도 근거도 없다. 그러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근거를 대라고 한다. 우리가 왜 근거를 대야 하는가."

- 영리병원의 진료비는 어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연세대 병원에 외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리너 클리닉이 있는데 진료 수가가 평균 4배 정도 된다. 감기 치료가 일반 병원은 1만3천원인데 거기는 6만원이다. 약값까지 치면 8만원 정도다. 건강보험을 적용 받으면 일반 병원에서는 약값까지 해서 5천원 정도면 되니까 거의 13배쯤 차이나는 셈이다. 맹장수술 한번 받으면 1천만원 나온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다. 지금은 40만원 정도 나오는데 영리병원에서는 13배 이상, 1인실 이용하고 며칠 입원하면 1천만원이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지금은 병원 못가서 죽는 사람은 없는데 건강보험 도입되기 전에는 있었다. 그때는 의사 개업하고 2~3년 안에 빌딩 못 올리면 바보라고 했었다. 과연 그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 그런데 의료 산업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시장원리에 맡겨야 경쟁이 되고 서비스도 좋아지고 가격도 내려갈 것이고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으면 환자들이 안 갈 테니 적정 가격이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논리에서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는 공립병원이 8% 밖에 안 된다. 나머지 92% 가운데 얼마나 빠져 나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뱀파이어 효과가 생긴다. 불 껐다가 켜면 누가 뱀파이어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들 서로 물어뜯으려고 한다. 하나둘씩 빠져 나가다 보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너도 나도 의료 수가를 올리게 되고 건강보험 수가도 덩달아 압력을 받게 된다. 경쟁을 할수록 서비스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사실 좋아지는 건 의료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서비스뿐이다. 로비를 넓히고 엘리베이터를 고치고 병실을 꾸미고 그야말로 숙식업소로 가는 거다."

- 건강보험 재정이 열악한 것도 사실 아닌가. 일부에서는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장 범위를 필수의료에 한정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필수의료와 고급의료라는 구분 자체에 문제가 있다. 고급의료라는 건 애초에 없다고 생각한다. CT나 MRI 촬영은 처음에는 고급의료였지만 이제는 필수의료가 됐다. 새로운 기술이 평범한 기술이 되는 건 2년도 안 걸린다. 양전자 자기공명이라고 부르는 PET 같은 경우만 해도 지금은 보편화됐다. 고급의료라고 건강보험에서 제외하면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없게 된다. 엑스레이만 찍고 말 것인가. 일부에서는 미용성형이나 보약, 치과진료 같은 걸 이야기하는데 그건 민영 의료보험에서도 안 한다. 그게 계지 무슨 보험인가. 고급의료라는 건 건강보험 축소를 위한 핑계일 뿐이다. 고급의료라는 건 사실 의료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은 제대로 치료받겠지만 건강보험 밖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은 기초적인 치료만 받게 될 수도 있다."

- 의료 산업화가 경쟁력을 높이고 의료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는데.
"해외 의료지출이 1조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야기다. 삼성의료원 이종철 원장이 언젠가 인터뷰에서 대략 1조원쯤 될까 이 정도로 이야기했는데 모든 언론이 이를 인용하고 있다. 대한병원협의회에서는 이런 자료 낸 적이 없다고 한다. 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은행 추계로는 500억원로 보고 있다. 많이 잡아야 1천억원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원정 출산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한무역진흥공사가 1조원이라고 또 듣도 보도 못한 수치를 끄집어 냈다. 오래 된 사기를 새로운 사기로 포장한 셈이다."

-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안이 있나.
"필요하다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그게 민영 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대안이다. 사실 보험료를 안 올려는 대안도 있다. 보험료를 5:5로 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회사가 5, 가입자가 5를 낸다. 대만은 6:3:1이다. 회사가 6: 가입자는 3, 정부가 1을 낸다. 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은 9:1이고 프랑스는 8:2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복지부문 정부 지출이 OECD의 3분의 1 수준인데 건강보험의 재정 적자를 이야기하는 건 우스운 일 아닌가."

- 이르면 올해 5월부터 GMO 식품이 수입될 거라고 한다. 논란이 많지만 아직 GMO가 위험하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 않나. 일부 시민단체는 현실적인 이유로 GMO 식품의 수입 거부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수입 거부보다는 표시제도를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FTA 협상 과정에서 일부 교역 조건을 완화하는 것을 조건으로 GMO 식품 수입을 허용하는 거래를 했다는 증거가 있다. 의류 수출을 위해 GMO 식품을 들여오기로 한 것이다. 유럽은 가공식품이든 뭐든 GMO 식품 첨가 여부를 표시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는 모르고 먹고 있다. 위험성이 밝혀진 바 없다고 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바도 없다. 토마토를 탱탱하게 보이려고 토마토에 넙치 유전자를 집어넣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정작 위험성을 검사할 때는 이 결합 식품의 위험성을 검사하는 게 아니라 넙치 유전자의 유해성을 검사한다. 그만큼 위험성 검사가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하자면 왜 GMO 쌀은 있는데 GMO 밀은 없는가. 몬산토에서 개발은 거의 끝냈는데 소비자 단체 발발이 거세서 잠정 중단한 상태다. 터미네이터라고 불리는 유전자가 있다. 한번 뿌리고 수확해서 다시 뿌리면 안 열리는 유전자다. 특허를 보호하기 위해 종자를 뿌릴 때마다 다시 사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문제는 이 유전자가 날아가서 다른 식물과 이종 교배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다. 무슨 말이냐면 아예 종자 번식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 의약품 특허도 문제 아닌가. 한미 FTA에 외국 제약회사들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조항이 많은데.
"특허라는 게 한 사람이 개발한 과학기술을 무덤까지 갖고 가지 않게 일정 기한이 지나면 공개하고 인류의 재산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익이 개발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세계보건총회에서 나라마다 GDP의 몇 %씩 갹출을 해서 글로벌 펀드를 만들고 항생제를 개발하고 특허를 공개해 저렴한 가격에 필수 의약품을 공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미국이 반대해서 무산됐다. 더 정확하게는 미국에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반대했다. 세계적으로 완전히 박멸된 질병이 소아마비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나단 솔크가 특허를 포기한 덕분에 세계 어디에서나 이 백신은 100원 정도면 접종할 수 있다. 그런데 제약회사들은 특허를 20년도 모라자 더 연장하려고 한다. 의약품 비용은 해마다 13.5%씩 오른다. 물가 상승률 3.5배다. 몇몇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세계 모든 사람들이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경우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정말 중세의 페스트처럼 인류의 3분의 1이 죽는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나. 특허를 공개해서 타미플루를 대량생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가능성이 있다.
"학자들은 페스트 못지 않은 위험한 전염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타미플루는 유일한 조류독감 치료제다. WHO는 인구의 15% 이상 타미플루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이 한정돼 있어 2020년이 돼야 그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량이 나오는 족족 사재기를 해서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40만개, 1% 정도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다행히 사스처럼 그냥 지나가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을 경우 끔찍한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허를 풀면 좋겠지만 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가 길리아드 사이언스인데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이자 전직 최고경영자가 바로 현재 미국 국방장관인 도널드 럼스펠드다. 가만 앉아있으면 돈 벼락을 맞을 수 있는데 이걸 내놓으려고 하겠는가."

- 미국 소고기와 광우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FTA 찬성론자들은 흔히 미국 사람들 다 먹는 소고기가 뭐가 문제냐고들 말한다. 좀 더 신중한 사람들도 광우병의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
"확실한 건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가 10년이라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광우병이 1988년 처음 발생하고 인간 광우병은 1997년에 처음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2013년이 돼 봐야 알 수 있다. 영국에서도 농림부 장관이 나와서 소고기 시식도 하고 아무 문제 없다고 떠들어 댔지만 결국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과장이 아니다. 언젠가 조선일보 칼럼에서 어떤 대학 교수가 내 아들도 미국에서 소고기 먹고 있다고 말하던데 그 사람은 아마 초등학교 생물학부터 다시 공부하는 게 좋겠다. 10년 지나서 다시 이야기하자. 유럽에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거의 안 한다. 유럽은 동물성 사료를 금지했는데 미국은 여전히 교차 오염 위험성이 있다. 소에게 돼지를 먹이고 돼지에게 소를 먹이고 그런데 만약 소 안에서 소화되지 않은 돼지를 돼지가 먹고 돼지 안에서 소화되지 않은 소를 소가 먹는다고 생각해 봐라. 위험은 과장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려지고 있지 않다. 미국에서 사상 최대의 소고기 리콜 사태가 벌어졌는데 여전히 우리는 소고기 수입하고 FTA 체결하자고 한다. 도대체 미국만 먹고 아무도 안 먹는 미국 소고기를 왜 우리나라는 수입해야 하는가."

- 만약 소고기를 수입해 와도 아무도 안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일본처럼 말이다.
"언젠가 소시지를 마트에서 산 적이 있는데, 햄 말고 밀가루 들어간 길죽한 소시지였는데 점원이 요즘 이런 소시지를 누가 먹느냐고 묻더라. 이런 소시지는 어린이집에서 밖에 안 사간다는 이야기다. 어린이집에서는 가장 싼 걸 먹인다는 이야긴데 놀랍지 않은가. 만약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이런 곳에 들어가지 않을까. 내 자식에게 먹이고 싶지 않은 음식을 다른 자식들에게는 먹인다. 결국 모두가 먹게 된다. 이런 소고기를 누가 수입하는 것일까. 급식업체들인 삼성에버랜드와 CJ푸드시스템 같은 회사들이다. 값싼 소고기를 들여오면 급식비를 내릴까, 천만의 말씀이다. 어디 소고기를 쓰는지 알게 뭔가. 급식업체 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가공식품 등 곳곳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그 과정에서 누가 돈을 챙기는가. 미국에서는 다국적 식품회사들, 우리나라에서는 재벌들이다. FTA라는 게 사실 미국의 자본과 한국의 자본이 뜨겁게 연대하는 과정이다."

식코 예고편 동영상
http://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17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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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8-04-23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님 오랜만입니다.^^

바라 2008-04-24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거의 네 달 만의 댓글이..; 에로이카님 건강히 잘 지내셨어요? 이래저래 좀 뜸했네요 아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저께인가 상상마당 시사회에 당첨된 친구랑 본 영화.

재작년 4월 28일 20주년 김세진 이재호 열사 기념식 때 크랭크인되어 정식으로는 14일부터

개봉한다고 한다.

심리학과 84학번 김응수(영화감독), 정치학과 83학번 조유식(서점 운영) 등의 여러 인터뷰가

나온다. 후시로 녹음된 감독/인터뷰어의 음성은 묘하게 취조같기도 하고, 마치 천상

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고해성사처럼 느껴졌다. 남북정상회담과 군사작전권

이양이 운위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순응과 부적응이 동시에 공존하는 얼굴 표정들.

20년 전 선배/친구/후배의 분신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20살 안팎의 젊은 시절로 순간적으로나마

돌아가 그/녀들은 이야기하고 주저하고 고개젓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86년 4월 28일 그날.

당시 반전반핵 양키고홈이라는 구호의 정당성이나 당시 전방입소에 관한 사실관계는 다큐에서

다뤄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날을 경험했던 여러 사람들의 세세한 기억들을 가만히 따라간다. 

김응수 감독은 80년대를 재현하는 많은 기존의 영화들에 반감 내지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고 상영 전에 밝혔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로 데뷔했던 감독은 어쩌면 이제서야

비로소 정말 하고 싶었던, 그러나 결코 종결될 수는 없을 애도작업을 시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은 감독의 말.

 “사람들이 진실과 맞부딪치기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정치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범주에 포함되는 것을 두려워하죠. 그런 강박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 이야기는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고, 마침 김세진 이재호 기념사업회의 요청이 있어 작업이 가능했어요. … 난 내가 분절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거쳐 온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내가 살았던 시간들이 모두 함축돼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가, 그 시간들을 성찰케 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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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클레스의 추도 연설 中,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수록

 

각 개인은 자신의 개인적인 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일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대체로 자신의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전반적인 정치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데 이점이 바로 우리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고 말하지 않고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호감의 문제에서 우리와 대다수의 다른 국민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선행을 받으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선행을 함으로서 친구를 만듭니다. 이 점이 우리의 우정을 더욱더 신뢰 있게 만드는데 왜냐하면 계속적인 호의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임으로써 우리의 호의를 받은 사람들의 감사가 계속 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리에게 어떤 빚을 진 사람의 감정은 우리와 동일한 열정을 가질 수가 없는데 이는 그가 우리의 호의에 보답할 때에 어떤 것을 자발적으로 주려하기 보다는 빚을 갚으려는 의무감이 앞선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점에서 유일무이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때에 어떤 이익이나 손해를 계산해서 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자유로운 관대성에 입각해서 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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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분이란 무엇인가?

                                 (시에예스, "제 3신분이란 무엇인가", 1788)

이 책의 목차는 대단히 단순하다. 우리는 세 가지 문제를 제시할 것이다.

1.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전부(Tout)이다.

2. 지금까지의 정치에서 제3신분은 무엇이었나? 아무것도 아니었다(Rien).

3. 그렇다면 무엇을 요구하는가? 무언가(Quelque chose)가 되기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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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스피에르, 정치도덕의 원리에 관한 보고서 中, 1794년 2월 5일
(Ricahrd T. Bienvenu ed., The Ninth of Thermidor: The Fall of Robespierre, Oxford: Oxford Univ. Press, 1968에 수록) 

그러나 우리 안에 민주정의 기초를 닦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강화하기 위해서, 헌법의 평화로운 지배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폭정에 대한 자유의 전쟁을 끝내야만 하고 혁명의 폭풍울 뚫고 나가야만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여러분이 세운 혁명체제의 목적입니다. 여러분은 현재 공화국이 처한 폭풍 같은 상황에 여러분의 행동을 기초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행정적 계획은 혁명 정부의 정신의 귀결이어야 하며 그것은 민주정의 일반 원리와 결합되어야 합니다.

인민의 또는 민주정부의 근본 원리는 무엇입니까? 다시 말해 정부를 움직이게 하고 부양하는 본질적인 원인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미덕입니다. 나는 그리스와 로마의 경이로운 인물들이 연구했던, 그리고 공화국 프랑스에서 더욱 더 놀랄만한 결과를 야기한 공적인 미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미덕은 국민과 그 법에 대한 사랑,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공화국 또는 민주정의 본질은 평등이므로, 조국에 대한 사랑은 필연적으로 평등에 대한 사랑을 포함합니다.

(.........)평화시, 인민 정부의 동력이 미덕이라면, 혁명의 와중에 그것은 미덕이자 동시에 공포입니다. 미덕을 결여한 공포는 치명적이고, 공포를 결여한 미덕은 무기력합니다. 공포란 신속하고, 엄정하며 결코 굽히지 않는 정의에 다름 아닙니다. 그리하여 그것은 미덕의 소산입니다. 그것은 어떤 특별한 원리라기보다는 우리 조국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민주정의 일반 원리의 귀결입니다.

공포는 전제정부의 동력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정부가 전제정을 닮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자유의 영웅들의 손에 들려 빛나고 있는 검이 폭군의 추종자들이 무장하는 검과 닮았듯이 말입니다. 전제군주가 그의 잔인해진 신하들을 공포로 다스리도록 합시다. 그는 전제군주로서 그렇게 처신하는 게 정당합니다. 자유의 적들을 공포로 정복한다면 공화국의 창건자인 여러분은 정당합니다. 혁명정부는 폭군에 대한 자유의 전제정입니다. 오직 범죄를 보호하기 위해서만 힘이 사용됩니까? 그것은 벼락 맞을 거만한 자들의 머리에 일격을 가하는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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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네스트 르낭(E. Renan)의 <민족이란 무엇인가>(Qu'est-ce qu'une nation?)(1882)

과거에는 함께 나누어야 할 영광과 미련의 유산이 있고, 미래에는 이루어야 할 공통의 계획이 있습니다. 함께 고통받았고, 함께 즐겼고, 함께 기대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공통 관세나 전략적인 사고에 맞춘 국경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인종과 언어의 다양성을 넘어서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조금 전에 ‘함께 고통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함께 하는 고통은 기쁨보다 훨씬 더 사람들을 단결시킵니다. 실제로 국민적인 기억들 가운데 애도가 승리보다 낫습니다. 애도의 기억은 의무를 부과하며 공통의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민족이란 이미 치른 희생과 여전히 치르고자 하는 희생에 대한 의식(意識)에 의해 구성된 위대한 결속입니다. 그것은 과거를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늘날 하나의 명백한 사실, 즉 동의, 공동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명확하게 표명된 욕구로 요약됩니다. 한 민족의 존재는 개인의 존재가 삶의 영속적인 확인인 것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의 국민투표(plébiscite)입니다(이런 은유를 사용하는 것을 용서하기 바랍니다).

 

(..........)인간은 자기 인종의 노예도, 자기 언어의 노예도, 자기 종교의 노예도, 강물의 흐름의 노예도, 산맥의 방향의 노예도 아닙니다. 건전한 정신과 뜨거운 심장으로 뭉친, 인간들의 대결집이야말로 국민이라 불리는 도덕적 양심을 만들어 냅니다. 이 도덕적 양심이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버리는 그 희생에 의해 자신의 힘을 증명하는 한, 그것은 정당하고 또 존재할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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