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인가 상상마당 시사회에 당첨된 친구랑 본 영화.

재작년 4월 28일 20주년 김세진 이재호 열사 기념식 때 크랭크인되어 정식으로는 14일부터

개봉한다고 한다.

심리학과 84학번 김응수(영화감독), 정치학과 83학번 조유식(서점 운영) 등의 여러 인터뷰가

나온다. 후시로 녹음된 감독/인터뷰어의 음성은 묘하게 취조같기도 하고, 마치 천상

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고해성사처럼 느껴졌다. 남북정상회담과 군사작전권

이양이 운위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순응과 부적응이 동시에 공존하는 얼굴 표정들.

20년 전 선배/친구/후배의 분신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20살 안팎의 젊은 시절로 순간적으로나마

돌아가 그/녀들은 이야기하고 주저하고 고개젓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86년 4월 28일 그날.

당시 반전반핵 양키고홈이라는 구호의 정당성이나 당시 전방입소에 관한 사실관계는 다큐에서

다뤄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날을 경험했던 여러 사람들의 세세한 기억들을 가만히 따라간다. 

김응수 감독은 80년대를 재현하는 많은 기존의 영화들에 반감 내지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고 상영 전에 밝혔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로 데뷔했던 감독은 어쩌면 이제서야

비로소 정말 하고 싶었던, 그러나 결코 종결될 수는 없을 애도작업을 시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은 감독의 말.

 “사람들이 진실과 맞부딪치기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정치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범주에 포함되는 것을 두려워하죠. 그런 강박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 이야기는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고, 마침 김세진 이재호 기념사업회의 요청이 있어 작업이 가능했어요. … 난 내가 분절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거쳐 온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내가 살았던 시간들이 모두 함축돼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가, 그 시간들을 성찰케 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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