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돌아가신 고 한형조 선생의 유작.


사실 지난 세기말 즈음에 인문학, 특히나 동양 쪽 공부를 한다는 사람이라면 한형조 선생의 [한글세대를 위한 불교], [주희에서 정약용으로] 등을 아니 본 이 없었을 것이요, 특히나 후자를 보고서는 논문을 이렇게나 재미나게 쓰는 이 학자는 대체 뉘신지 다들 궁금했었을 것이다. 










(최근에 새 번역서가 나왔다)


게다가 이 분, 하필이면 우리 모친 고향에서 태어나시고, 부산 촌구석 우리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오시고, 멀리 수도권에 있는 산골짜기 국립대까지 유학을 가신기라. 해서 고등학생 때부터의 내 롤모델 중 한 분(다른 한 분은 뒤에 나옴)이셨달까 ... 


그래가꼬 내가 집안 형편이 어려브서 화려한 대학문화가 꽃피던(?) 신촌을 못 가고 하는 수 없이 등록금 즈렴한 산골짜기 국립대를 갔드마, 이 분은 또 정신문화연구원이란 데를 가시드라 이거여. 


그때부터 정문연의 두 스타 학자, 김형효 한형조 두 선생님들의 자유분방한(?) 학문 세계를 흠모하여 저기서 대학원을 댕길까, 잠시 고민하던 때도 있었지만 다들 알다시피 내가 집안 형편이 어려브서 하는 수 없이 의술을 배우고 ... 하아 ...   











(30년 전의 시작, 30년 후의 마무리)


아무튼지간에, [두 개의 논어]는 [주희에서 정약용으로]라는 초기 논문에서 맞대결했던 두 사상가 주희와 정약용의 [논어] 해석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차이에 따른 공자의 두 가지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다. 주희의 [논어집주]나 정약용의 [논어고금주]를 잘근잘근 씹은 바탕 위에, 한형조 선생 특유의 몰입감 있는 문체로 오래된 주제를 펼쳐낸 창발적 저작이랄까. 


















(요즘은 [논어집주]의 경우에 완역은 기본이고, 세주까지 번역하거나 [주자어류]의 해당 조문을 번역하거나 [사서혹문]을 번역하는 등 다양하게 나왔는데 ... 다음 기회에 정리를 ... )















(전주대출판부에서 나왔던 [국역 여유당전서] 2~4권이 [논어고금주]인데 현재는 구하기 쉽지 않고, 다행히 2010년에 새로 나온 전5권의 [역주 논어고금주] 번역이 있다.)



책을 덮고 나니 드는 생각은, 어찌하여 하늘은 선생을 이리도 일찍 데려가셨는가 ... 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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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이 쓴 책들이 한때 "거의 모든" 내지는 "발칙한" 이라는 비슷한 제목을 달고 제법 소개된 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 발표된 지 꽤 되는 이 책도 뒤늦게 번역되어 나왔나 보다. 거기다 제목을 한 번 더 바꿔서 나오기까지 ... 저자의 유명세에 같이 올라타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지.
국내에는 먼저 소개되었지만 원서는 더 늦게 발표되었던 [발칙한 영어 산책]이 미국 영어를 다루었다면, 전편에 해당하는 본서는 영국 영어의 성립사를 탐구한다. 그렇지, 영문학과에서 배우는 英語史를 약간은 말랑한 필체로 쉽게 설명해준다고 보면 되겠다. "유쾌한 영어 수다"라고 하기에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썩 유쾌하거나 재미있고 그러진 않고 ... "언어의 탄생"이라고 하기엔 그 중에서도 특정 언어의 탄생을 다루고. 출판사의 고심은 알겠으나 뭔가 마뜩찮다.
영어영문학 전공자라면 다 배운 내용인데다 군데군데 오류도 있고(물론 친절한 번역자가 꼼꼼히 주석을 달아놓았다), 일반 교양도서로 접근하기에는 약간 무겁다.

별 두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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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처방들을 설명하는 방제학 서적인데, 기초적인 생리 병리도 살짝 들어가 있고, 본초에 대한 설명도 살짝 들어가 있고, 생소하다 싶은 용어 설명까지 되어 있다. 전공자가 아니라도 이 책 한 권을 읽으면서 한의학의 기초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게 하겠다는 설정은 역시나 전공 과정에서 따로 한의학을 배우지 않는 의사들이 한약을 커버하는 일본에서 나온 책 답다고나 할까. 예과생이 (생리 병리 본초가 곁들여진) 방제학의 '에센스'를 '한방'에 보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 싶음.   


반면 일본 저자의 책임에도 화한의학 특유의 설명 방식이 덜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중의학을 배운 영향인 듯. 읽으면서 뭔가 의종금감 산보명의방론을 현대식으로 새로 쓴다면 이런 스타일이지 않을까 싶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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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 2025-10-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왔던 [천진처방해설]이라는 책이 중국 방제학 서적을 일본에서 번역한 것을 중역하지 않았었나?
 

현대지성이라는 출판사가 있다. 이런저런 책들을 내지만, 대체로 클래식 총서로 많이 알려진 곳인데 ... 개인적으로는 특정 언어권 번역진이 너무 몰려 있다거나(저 많은 고전들을 한 사람이 죄다 번역하고 있다고?), 경력이 뭔가 뜬금없다거나, 택도 아닌 선전 문구를 내세운다거나(논어나 도덕경 같이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 책을 굳이 '무삭제 완역본'이라는 걸 내세워야 하는가?),

아니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표지의 저 초록이라기보다 칠판 색깔에 가까운 암록색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저 바탕색과, 그 밑에 띠지도 아닌 것이 띠지 흉내 내는 것처럼 둘렀지만 너무 짜리몽당해서 미적으로 불쾌한 골짜기에 진입해버린 홍보 코너(?)가 개인적 취향과 사맛디 안하 잘 사보지는 않게 되는 출판사이다.

저렇게 책과 약간의 관련이 있는 고전 명화를 큼지막하게 넣는 고전 총서류로는 한길사의 그레이트북스 총서가 대표적이겠다. 이후 수많은 출판사들의 고전 총서 표지 디자인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 것까진 좋은데 ... 아오 저 칠판 색깔은 진짜 ... 바탕색이 흰색 계열이면 어떤 그림이 와도 크게 거슬리지가 않는데, 시각적으로 상당히 거슬리는 둔탁한 칠판 색깔이 깔리니까 좋은 그림들이 같이 거무튀튀하게 보이쟈네 ...

혹시라도 현대지성 클래식 총서의 바탕색이 그냥 흰색 계통이었다면 나도 짜리몽땅한 띠지 느낌의 요상한 밑부분은 어찌 눈을 질끈 감고, 좀더 많이 사봤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저기서 나온 책은 안데르센 동화집, 딱 하나 가지고 있구나.
아무튼 질색팔색하는 형식의 표지 디자인 포맷을 그대로 따라한 (물론 다른 출판사의) 책 표지가 보여서 한 마디.











아, 제목은 또 랑시에르의 책 제목에서 따왔다. 출판사 책소개에도 언급함: "자크 랑시에르가, 19세기 노동자들의 말하기에 '사유의 지위'를 부여하는 시도로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세상에 내보였다면,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은 가진 것 1도 없는 무산자 여자의 말하기에 '사유의 지위'를 부여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1도 없는' 같은 표기를 출판사 책소개에서 보다니 ... 하아 ...

그래서 오늘의 레슨: 현대지성 클래식 표지 따라하기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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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국 교수님께서 대우고전총서로 [비극의 탄생]을 번역해서 냈을 때부터, 이 책 저 책 슬슬 하다가 언젠가는 [짜라투스트라]도 내시겠구나 하고 기다려온 세월이 거의 20년에 가까워지는지라, 일단 출간을 축하드린다. 대우고전총서로만 저렇게 주르륵 늘어놓을 수 있으니, 실제로 책장에 꽂아두면 보기도 좋다.









[짜라투스트라]의 초고에 해당하는 니체 전집 16권 [유고(1882년 7월-1883/84년 겨울)] 번역을 비롯, (하이데거의 [니체] 같은 주요 연구서를 비롯) 다수의 니체 저서 및 연구서를 번역/저술하신 박찬국 교수님 답게 너무나 자세한 해설과 주석이 본문과 거의 비슷한 분량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여, [짜라투스트라]의 결정판이 나온 듯 하다. 





그런데 뭔 아카넷 25주년 기념판이라고 표지 디자인을 새로 한 걸 보니 구매 의욕이 ... 국내 최고 어쩌구 하는 워크룸프레스 작품이라는데, 아휴 무슨 취지인지는 대강 알겠는데 ... 일단 내 취향은 아님. 제일 먼저 지만지 천줄읽기 시리즈 표지가 좀 생각나더라. (그리고 로마자를 저렇게 "FRIEDRICH"처럼 한 글자씩 세로쓰기 하는 것도 뭔가 거슬리더라? "EIN BUCH"처럼 이어지면 그건 또 괜찮음.) 


기념은 출판사 내부에서 조용히 하시고, 독자들은 그냥 예전 주황색 대우고전총서 디자인으로 모실 수 있었으면 싶다. 출판사 관계자 제위여, 이걸 보신다면(다 보고 있는 거 안다) 여태 대우고전총서를 사모은 기존 독자들도 좀 고려해 달라. 이 기념판이 호떡집에 불난 듯 팔려 2쇄를 찍게 되면 다시 원래(?) 표지로 돌아가려나 ... 그러러면 이 페이퍼는 안 올려야 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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