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페이퍼는 철학을 통사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시간의 시험에서 살아남은, 정평 있는 철학사 책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이런저런 철학사 책들을 죄다 언급하지는 못합니다.)
1. 철학 이야기, 윌 듀란트
옛날에 중고생 정도에서 흔히 많이 보던 입문서로는
윌 듀란트 옹의 저서가 대표적입니다만, 대단히 훌륭한 책도 아니고 ...
이 정도의 책들은 최근에 나온 더 다양한 시각의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서, 유명하긴 하지만 딱히 권장하진 않습니다.
그냥 옛날에는 그리 종류도 많지 않고 해서 이런 거 봤었다는 정도 ...
황문수 선생의 번역본 말고도 최근까지 여러 종류의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새로 번역본이 나올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
2. 서양철학사, 버트란트 러셀
아마도 가장 유명한 철학사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20세기의 천재이자 행동파이기도 했던 러셀의 명성에 걸맞게
1950년대 정도에 대한교과서에서 나온 번역본이 있을 정도로,
상당히 오래전부터 읽힌 책입니다.
(다시 찾아보니 1958년에 정석해, 한철하 번역으로 한국번역도서에서 출간,
이후에 1982년에 대한교과서에서 한철하 번역으로 재출간되었군요.)
이후 최민홍 번역본, 가장 최근에는 서상복 번역본까지 ...
철학 전공자들에 의한 미더운 번역본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서양철학사를 서술하면서 '서양'이라는 한정사를 붙인 것이
아마 러셀의 이 책이 처음이었던가요?
(그전에는 '철학사'라고 하면 당연히 서양철학사만 가리켰다는?
동양이나 ... 이런 비 유럽문명권은 철학에 못미치는 사상 정도? ^^)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들도 있고, 편향된 시각이 지적되기도 합니다만,
러셀 정도라면 그럴 수 있죠 뭐.
(철학사의 저자 중에 철학사에 소개될만한 거장으로는
러셀과 ... 헤겔 정도가 있겠군요.)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영문판도 추천드립니다.
(아니, 가급적이면 러셀의 문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영문판으로 보세요!)
좀더 간략하게 훑을 수 있는 [서양의 지혜]도 있고,
역사적 접근이 아니라 주제별로 접근할 수 있는 책도 있습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와 [철학의 문제들]은 같은 책의 번역서입니다.)
러셀 경의 책 중에 그냥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
3. 서양철학사, 스털링 램프레히트
러셀이 약간 호오가 분명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인지라
보편적으로 권하기엔 좀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는데요,
램프레히트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편입니다.
해서 입문서로 좀더 선호되곤 합니다.
4. 세계철학사, 한스 슈퇴리히
어느 분께서 답글로 문의해주셔서, 추가합니다.
사실 '슈퇵리히'의 책은 임석진 선생의 번역으로
어언 70년대에 분도출판사에서 나왔더랬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표지도 2004년판의 것이고,
당시엔 매우 질박한 느낌의 표지였죠.)
이후에 사실 좀 구해보기도 힘든 편이었고,
다른 선택지들도 있는데 딱히 저걸 구해 읽어야 할 필요까진 없어서 ...
하지만 1999년의 최종 개정판을 바탕으로
2008년에 박민수 번역으로 새로 나오기도 했으니
여기 올린 자격은 충분하다 봅니다.
저는 이 책은 안 읽었으므로 내용 평가는 못하고요,
특징적인 것을 꼽자면 '세계' 철학사 답게
앞부분에 인도와 중국 사상에 대해 잠시나마 언급을 했다는 점.
(하지만 고대 사상 부분만 서술했을 뿐임)
독일어 제목에는 'kleine'가 붙어서 '세계철학소사'이지만
새 번역본 기준 1200쪽을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는 점.
(한권으로 죄다 보기엔 딱 적당한 사이즈군요 ^^)
5. 서양철학사,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보통은 철학사 서적은 한두 권 정도 보고 대략의 뼈대를 세운 뒤
철학자들의 원저로 들어가게 마련인데요,
힐쉬베르거도 그 선택지에 꼭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너무 단촐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열 권 가까이 되지도 않고,
두툼한 두 권 정도면 진지하게 접근하기 딱 좋은 분량입니다.
특히 고대 헬라스 철학 부분은 매우 자세하죠.
(독일어판은 당연히 ... 꽤 최근까지도 개정판이 나오던데
한국어판은 어디까지 반영되었는지는 잘 모르겟네요.
뭐 큰 차이는 없겠지만요 ^^)
6. 철학사, 프레드릭 코플스턴
총 9권 가량의 방대한 원서인지라, 아직 완간되지는 않았고 ...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어 보입니다.
9권이면 전공자라도 살짝 망설여질 정도긴 하죠.
결국 각론을 위한 개설적인 위치를 가지는 것이 철학사인데,
또 각론으로 들어가다 보면 해당 분야 전문 연구자의
다른 책들이 많고 해서 위치가 애매하죠.
단, [그리스 로마 철학사]와 [중세철학사] 정도는 많이 읽힙니다.
서재에 원서로 두어 권 모셔뒀을텐데, 아마 전권을 다 볼 일은 없겠죠 ...
자, 이 정도가 고전적인 서양철학사 저술들입니다.
이런 역사적 접근을 취한 철학 입문서들은 위의 저술들 많고도
매우 많고, 지금도 심심찮게 새로 나옵니다만,
그중에 정평있는 저작들이 되겠습니다.
7. 철학사, 프리드리히 헤겔
사실 이런 통사로서의 철학사를 가장 먼저 서술한 양반이
(제가 알기로) 독일 관념론의 집대성자, 헤겔 되겠습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아리스토텔레스도 [형이상학]에서
이전의 철학자들에 대한 서술을 했습니다.
그게 아마도 최초의 철학사 정도 되겠네요.
그때 기준으로는 나름 현대 철학사였겠죠? ^^)
한국어판 [철학사]는 고대 철학을 다룬 1권만 나온 상태이고 ...
근대 철학사 강의 부분에 대한 해설서,
그리고 헤겔 철학사에 대한 해설서 ...
뭐 이 정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약간은 아쉽죠.
아마도 헤겔의 주저를 고군분투, 홀로 번역하다시피 해온 임석진 교수가
[철학사] 뒷부분도 완결을 지어서 내놓지 않을까, 하고 예상해봅니다.
아참, 완간되더라도 20세기 현대 철학 부분은 빠지겠네요. 큰 단점! ^^
8.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들뢰즈
아까 철학사의 저자 중에 철학사에 소개될 만한 거장으로는
러셀과 헤겔 정도가 있다고 했었는데요 ...
찜찜하게스리 뒤에 하나 남은 책이 있네요.
사실 이 책은 들뢰즈가 직접 쓴 책이 아니고,
들뢰즈의 소논문들 중에 철학사적인 성격을 가진 것들을 모아 편집한 책입니다.
해서 약간 애매하긴 한데 ... 번외로 같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