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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의 교환 - 몽골 제국과 세계화의 시작
티모시 메이 지음, 권용철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필자가 몽골의 역사에 대해 처음으로 읽어본 책은 몽골 현지의 역사 교과서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번역한 "몽골의 역사"(2009)"였다. 그 책을 수능 끝나고 구입하여 봤으니 나름 출간이 된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2020년 올해에 몽골사를 다룬 여러 논저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드문(?)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역사애호가이자 과거 역사학도로서 기쁘지 않을 수 없던 순간이다. 수박 겉핥기 수준의 몽골사에 대한 지식을 채울 수 있을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름 역사학 도서를 많이 출판 중인 사계절에서 몽골사 연구자로 이름이 잘 알려진 티머시 메이의 몽골사 고급개설서인 "칭기스의 교환"을 읽게 될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역사학자 앨프리드 크로즈비가 제시한 역사 용어 "콜럼버스의 교환"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티머시 메이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몽골 제국의 성립과 팽창을 다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 후에도 여러 몽골사에 대한 서적을 집필, 공저한 전문적인 연구자이다. 그의 저서로 "칭기스의 교환" 이전에 한국에 출판된 책은 몽골 제국의 군대를 다룬 "몽골 병법"이 있는데, 헌책방에서 몇 년 전에 제목에 끌려 구입했지만 읽어본 바는 없다. 역자인 권용철 교수도 고려대학교를 졸업하여 몽골과 고려 관계와 원나라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관련 분야의 학자라서 더욱 신뢰감을 가지게 한다. 메이 교수의 "몽골 병법"의 역자가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번역가였던 사실과 대조되는 셈이다.
이 책은 몽골 제국의 성립과 분열의 역사를 교역, 전쟁, 행정, 종교, 흑사병, 이주, 문화 등 당방면의 분야로 기술했다. 몽골사에 대해서 초보적인 필자도 생각보다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의외로 필자는 이 책의 서론에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 서론에는 몽골사의 연구사가 간략히 소개되어 있어서 서구 한정이지만 학계에서 몽골사 연구의 변천사를 간략히 알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필자가 주로 읽었던 개설적인 역사서에는 연구사 검토가 드러나지 않은 책만 읽어서인지 나름 이 책이 전문성을 드러내는 한 가지 특징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은 결코 초보적인 지식을 전개하는 책이 아니다. 딱딱한 필체가 아닌 부드러운 필체로 기술되어 있지만 치밀한 각주와 참고문헌들의 열거는 이 책의 전문성을 돋보이며, 동시에 필체로 인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다른 분의 본서 리뷰를 보니 역자인 권용철 교수가 원서의 오류를 바로잡았다지만 자잘한 오류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전문적인 연구자가 원저자와 역자로 참여해도 이러한 실수가 나오는 거 보면 학문의 연구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함부로 연구자의 길을 걷겠던 과거의 나가 얼마나 철이 없고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물론 이러한 소수의 오류가 이 책의 위대함을 덮을 수는 없다. 적어도 한국에서만 이만한 몽골 제국사 개설서가 없는 거 같은데, 몽골 제국 공부하기엔 더없이 좋은 책이며, 외국어 무식자로서 이 책을 한국어로 만날 수 있게한 사계절 출판사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훌륭한 양서를 많이 출판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