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만화가, 김태권 화백(응?)의 책들은 다 좋은데...  

후속작을 기다리는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곤 하는 것이 단점이랄까. 

 

 

 

 

 

  

각각 2003년과 2005년에 나왔던 십자군 이야기 1, 2 편의 후속작이 무려 6년만에 나왔다. 그동안 우리의 어린 왕자는 고대 중국으로 갔다가,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오는가 하면 다시 헬라스의 신화 속으로 오뒷세이아를 펼쳤고, 독자들은 이 책 이거 더는 안 나오는 거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밖에. 

1, 2권도 새로 나오면서 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내용도 약간의 가감이 있는 모양이긴 한데...  

(가加 보다는 감減 쪽에 더 가깝다고 하는데, 때로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한 법 아니겠나.)

 

악 ! 그런데 표지가...  

이런 재앙이 !!!

 

 

 

 

 

 

 

출판사를 바꾼 김에 싹 물갈이해서 나와버렸다. 중세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는 듯한 구판의 표지도 아름다웠지만, 새 표지도 깔끔하니 괜찮다. 그래도 그렇지, 표지를 얼추 비슷하게라도 해주면 좋겠구만, 구판 소장자들은 대체 어쩌라고...   

(우리 같은 장서가들... 아니 일반적인 독서인이라면 으례 책의 장정에도 많은 고려를 하게 마련이다. 시리즈로 된 도서를 구매할 경우 특히 더. 장서가들 중에는 수집하는 시리즈물의 특정 표지를 맞추기 위해 헌책방을 이잡듯 뒤지는 경우도 있다. 꼭 내가 그런다는 건 아니다.)   

다른 장르도 아닌 만화 아닌가.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아실 만한 분들이 왜 이러실까.  

이런 경우 구판 독자들을 위해 전문용어로 '싸바리'라고 하던가... 신판과 같은 도안의 책표지만 제작해서 제공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고려함직 하다만, 그런 배려를 해줄지...  

(그런 의미에서 구판 구매자 여러분, 이 글 추천 좀 해주세요 !!  

출판사 관계자가 이 글을 봐야 합니다 !! )

 

 

 

태궈니 횽, 자꾸 이러시면... 시리즈 완간될 때까지 책 안 사줄 겁니다 !  ㅋㅋ  

사실 완간된 후에 사는 것도 괜찮은 전략인 것이, 어차피 완간되면 그때 가서 또 박스에 넣고, 부록 끼워주고, 거기다가 완간 기념 이벤트까지 할 거 아닌가. 최근에 대표적으로 뒤통수 맞았다고 느꼈던 책이 유명 작가분의 관상만화 시리즈. 7권까지 사모았는데, 전질이 나오면서... 휴...  

(출판사 입장에서도 사실, 한두 권 나왔을 때는 간도 보면서 내다가 중단하고 어쩌고도 할 수 있지만 일단 완간이 되면 재고의 압박 때문에라도 책을 "밀어내야" 하기에 약간의 무리한 마케팅도 시도하기 마련이다. 현명한 소비자여, 이때를 노려라.)  

 

 

이 글을 보시는 모든 출판사 관계자 제위께... 

책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사주는, 때로는 기약 없는 후속작을 6년씩 기다려주기도 하는 열혈 애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좀 해 다오.  

(인쇄소에 넘길 때 책 크기 맞춰 달라고 말 한 마디 하고, 표지를 바꿀 요량이면 디자이너한테 책등이라도 구판이랑 엇비슷하게 해 달라고 말 한 마디 하면 되쟎아요... 그 말 한 마디 하기가 그렇게 힘드셨나요... 출판인이라면, 책에 대해서만큼은 심미적 감수성으로 똘똘 뭉친 이여야 하지 않을까요. 미학과 출신 만화가의 책 앞에서 감히 심미적 감수성을 운운하게 될 줄이야 ! 죄송해요...

왜 독자가 이 책을 새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해야 하냐고. 표지 하나 때문에. 

사실 장서가들은 고민 안 합니다. 새 판이 나왔으면 당연히 사드려야지요. 우린 또 표지별로, 판본별로 다 수집하쟎아요. 장서가거든요~ 더구나 내용도 약간 달라진 부분이 있다 하니, 나중에(한 세대 쯤 지나서?) 초판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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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MD 바갈라딘 2011-07-06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출판사에 꼭 보라고 하겠습니다.

비로자나 2011-07-07 09:42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진 말아 주세요... 저 혼나요 --;;

고슴도치 2011-07-0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일 비슷한 일 겪은적 있어요 ㅋㅋㅋ 좋아하던 작가의 신간이 발매되자마자 1권을 냉금 샀는데, 그뒤로 바로 작가님이 잠수를 타더란 말입니다? 그리고 거의 7~8년이 지난 후 2권부터 다시 연재를 재개하여 시리즈가 주르륵 나왔지만 판형이 달려졌더군요. 제가 산 1권의 내용이 얇아진 판형 덕분에 2권의 중반부까지 나온 모습을 보고 그 책을 사지도 더 이상 읽지도 않았습니다.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처음부터 책을 산 독자들은 대체 뭐란 말입니까...

BRINY 2011-07-0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크기가 달라졌잖아요. 이건 나란히 꽂아놓기 싫어지거든요.

우니 2011-11-1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글 읽다보니 추천은 기본이고 댓글은 안 달 수가 없네요.
표지도 그렇고.. 판본 크기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판본 크기마저 다르면 같이 꽂아두면 절망인데.. ㅠㅠ
정말 개정판 사봐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됩니다. 개정판 바뀌면서 구판 내용이랑 달라진 게 있는지 검색하는 중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가보단 감에 가깝다니... 어떻게 뺐는지, 이야기가 다듬어진 건지 이거 또 궁금하네요. 하지만 무작정 뺀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더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잘 보고 갑니다. 정말 공감가는 글이여요. 그나저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는 구판 디자인이 익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개정판 표지는 부담스럽네요. 저 가로세로 정자인 십자가 모양이 견딜수가 없어요.헝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