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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이 그림을 오래 들여다 본다......비테브스크...추운 마음의 허공에 떠있는 <마지막 살의 그리움>

Etude Mo.23 a minot Op.25-11 <겨울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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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농부고,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홀로 외로이 살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매일매일 밭을 갈아요.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북쪽에는 북쪽의 지평선이 있고,  동쪽에는 동쪽의 지평선이 있고, 남쪽에는 남쪽의 지평선이 있고, 서쪽에는 서쪽의 지평선이 있어요. 그저 그것뿐. 당신은 매일 동쪽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면 밭으로 나가 일을 하고, 태양이 머리 위로 올라와 있으면 일하던 손을 멈추고 점심을 먹고, 그리고 서쪽 지평선으로 해가 기울면 집으로 돌아가 자는 거에요. 그런 생활이 몇 년이고 몇 년이고, 매일 계속돼요.
 
그리고 어느날, 당신의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죽어버리고 말아요. 동쪽 지평선에서 떠올라 높은 하늘을 가로질러서, 서쪽 지평선으로 기울어 가는 태양을 매일매일 거듭해 보고 있는 사이에 당신 속에서 무언가가 뚝하고 끊어져서는 죽어 버리는 거에요. 그리고 당신은 지면에다 괭이를 내던지고는, 그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서쪽을 향하여 걸어가는 거에요. 태양의 서쪽을 향해서, 그리고는 무엇에 홀린 듯이 몇일이고 몇일이고 아무 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줄곧 걷다가, 그대로 지면에 쓰러져 죽고 말아요.
 
그것이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죠   무라까미 하루끼 -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中에서
 
천양희의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를 읽다가 희귀한 병의 이름을 알았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시베리아 벌판에서 날마다 밭을 갈면서 살아가는 농부들이 반복되는 일 때문에 이 병에 걸린다고 한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라고 발음해본다. 가슴이 먹먹하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헤이- 쥬땜
 
밤이 오면 길이 
    -이성복

밤이 오면 길이
그대를 데려가리라
그대여 머뭇거리지 마라
물결 위에 뜨는 죽은 아이처럼
우리는 어머니 눈길 위에 떠 있고,
이제 막 날개 펴는 괴로움 하나도 오래 전에 예정된 것이었다
그대여 지나가는 낯선 새들이 오면
그대 가슴속 더운 곳에 눕혀라
그대 괴로움이 그대 뜻이 아니듯이
그들은 너무 먼곳에서 왔다
바람 부는 날 유도화의 잦은 떨림처럼
순한 날들이 오기까지,
그대여 밤이 오는 쪽으로
다가오는 길을 보아라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길이
그대를 데려 가리라
 
숨길 수 없는 노래
                           - 이성복 -
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하늘 아득히 황사가 내려 길도 마을도 어두워지면 먼지처럼 두터운 세월을 뚫고
 나는 그대가 앉았던 자리로 간다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하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서러움 아닌 사랑이 어디 있는가 너무 빠르거나 늦은 그대여, 나보다 먼저
 그대보다 먼저 우리 사랑은 서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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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함성호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 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Moonlight Sh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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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차창룡


지식의 배설물들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쌓아놓으니
참 두엄자리 장관이로다
이 거름 뿌리면 저 수많은 두뇌의 화초들
이파리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리니
복사실에선 지식을 태우는 연기가 스모그를 이루고
사람들은 스모그 속에서 의식의 사리를 줍는다

계통적으로 잘 정리된 나무의 납골당에서
진시황이 불태운 책 한 권을 꺼내드니
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들의 시체가 시커멓다
얇은 종이관에 안치된 시체들에게 소중히 경배하면서
우리는 제사장에게 우리들의 이름 한 점씩을 떼어주고
시체들이 제공하는 언제나 날것인 죽은 회를 음복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새로운 제사법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람은 아미나답을 낳고 아미나답은 나손을 낳고*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썩어가노라

달마는 지혜의 해골을 혜가에게 건네주고
혜가는 승찬에게 건네주고
승찬은 도신에게 건네주고
도신은 홍인에게 건네주고
홍인은 혜능에게 그 해골 건네주니
지혜 또한 썩고 또 썩어 다시 똥이 되는데

그 똥 먹기 위해 이렇듯 북새통을 이루니
똥을 퍼주는 배식원들은 자꾸만 불친절해지고
오줌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 배고픈 사람들은
아무 소리 못 하고 똥독을 소중히 받아안는다
아 그 거름 모래비처럼 세상에 쏟아질 날
입 벌리고 기다리노라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새로운 고행법이다

나무의 시체를 먹고 또 먹어
나의 뱃속에 도서관만한 나무 한 그루 뿌리내릴 때까지
나는 나를 낳고 나는 나를 낳고
나는 나에게서 나와 나를 낳고
먼저 죽어야 할 나의 고기로 회를 쳐 먹는 시간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헛된 식욕을 위해
시간의 목탁을 두들기며 탁발하는


* 마태복음 1장 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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